- 야쿠자의 세계 현실감 넘치지만
- 조직원간 불신·배신·복수 난무
- 진정한 비극은 현실임을 강조
한때, 폭력성 짙은 영화들을 현실 도피성 오락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영화들에 폭력의 미학이나 쾌감을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잔혹한 폭력과 익살이 오가는 그의 영화를 정의하기 어렵겠지만, ‘소나티네’나 ‘3-4×10월’ 그리고 ‘아웃레이지’까지 기타노 다케시가 야쿠자 영화의 새로운 축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아웃레이지 파이널’은 ‘아웃레이지’(2010), ‘아웃레이지 비욘드’(2012)에 이은 시리즈의 최종편으로, 영화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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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신, 배신, 복수가 난무하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 파이널’. BIFF 제공 |
‘아웃레이지 파이널’은 야쿠자들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리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펙터클한 액션이나 비장미를 찾기 힘들다. 조직원들 간에는 불신과 배신, 복수가 난무한다. 그러니까 이 조직원들에게 진실이나 정의, 사회 질서를 따지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그들은 세력 싸움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복종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배신자를 처단한다.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먼저 죽인다. 그들은 오로지 죽지 않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는 듯 보인다.
‘아웃레이지 비욘드’ 이후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일본의 조직 산노우회 소속이었던 오토모(기타노 다케시)는 현재 제주도에 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결사 역할을 하는 장 회장(카네다 토키오)의 도움으로 한국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조용히 살고 있던 오토모의 삶은 다시 격랑에 빠진다. 제주도로 출장을 온 일본 간사이 지역의 조직 하나비시위원회의 하나다(피에르 타키)가 장 회장의 부하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토모는 장 회장을 대신해 하나비시회에 복수할 것을 부탁받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오토모는 경찰에 정체가 발각당하고 경찰서로 연행된다. 하지만 오토모는 경찰 간부의 전화 한 통으로 풀려난다. 이미 경찰기구는 범죄조직과 결탁하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니, 복수와 응징은 사적으로 처리된다. 경찰은 언제나 모든 사건이 끝난 후에 등장한다. 경찰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범죄 조직의 힘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조직은 일본 지역을 벗어나 글로벌화 되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자본은 비리를 형성하는데 이용될 것이고, 정치와 결탁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일례로 하나비시회의 한국행은 범죄 조직의 확장을 의미하며, 회장님과 위원회 등의 명칭은 야쿠자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하가 보스를 살해하고, 보스는 수족을 끊어낸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관계에서 조직이 괴멸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아웃레이지 파이널’은 폭력과 죽음, 그리고 조직화된 세계를 통해 비정한 세계의 이면을 만날 수 있게 한다. 즉, 야쿠자의 세계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와 그렇게 다르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진정한 비극은 바로 이 현실이 아닐 런지.
김필남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