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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38> 일본 후쿠오카서 만나는 재일코리안의 역사

해방 후 오도 가도 못한 재일코리안, 하카타항 남아 판자촌 이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15 18:44:5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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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서 가장 가까운 日 도시

- 1905년 취항한 부관연락선 타고
- 돈벌이 찾아 시모노세키行 러시
- 정착 조선인 대부분 광부로 일해

# 日 패전 후에도 귀향 못해

- 하카타항 몰린 2만 재일코리안
- 부산 못돌아가고 판잣집 생활
- 돼지 키우거나 밀주 만들어 팔아

# 후쿠오카시 강제 이주 결정

- 위생·주거·교육 등 도시문제화
- 결국 시 차원서 공동주택 건립
- 60년 지난 지금도 집단 거주 중

정말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어디에 사는지는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살아가는 곳의 역사, 지리, 문화가 자연스럽게 내 삶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재일코리안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한마디로 재일코리안이라 해도 일본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삶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지역은 재일코리안 내부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지역에 눈을 돌려 재일코리안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TV 다큐멘터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 특히 자주 다뤄지는 지역이 오사카(大阪)와 가와사키(川崎)이다.

오사카는 서일본(西日本)의 중심 도시이고, 가와사키는 도쿄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인구 약 150만 명 정도 도시이다. 두 도시 모두 일본 근대화와 고도 성장을 이끈 공업도시로 인건비가 싼 노동자를 많이 필요로 했다. 그 결과 오사카와 가와사키에는 일제강점기 많은 조선인이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해방 이후에도 커뮤니티를 유지하여 오늘날에 이른다.
1945년 일제 패망 직후 한반도에서 일본군을 태우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귀환선’. 이 배가 올 때는 조선인 귀환 동포를 태우고 왔다(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후쿠오카에 주목하다

모여 사는 곳은 주목받기 마련이다. 오사카와 가와사키에는 실제 많은 재일코리안이 거주하고 이들의 네트워크,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그래서 지역을 중심으로 재일코리안을 이야기하려 할 때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지역이다. 아니다, 다른 지역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니 단골손님이라기보다 고정 손님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고정 손님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고정 손님만 바라보고 있으면 한계가 있는 법. 지역 속 재일코리안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지역에 눈을 돌려야 한다.

어느 지역으로 먼저 눈을 돌려볼까? 필자에게 흥미롭게 다가온 지역은 후쿠오카(福岡)이다. 후쿠오카는 부산에서 비행기로는 50분이면 가고 배로 갈 수도 있는 가장 가까운 일본 대도시이다. 2018년 6월 말 현재, 후쿠오카에 사는 재일코리안은 약 1만2000명으로 오사카(8만4366명) 등과 비교하면 많은 수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후쿠오카는 한반도와 매우 가깝고 근대 이후 한반도와 일본을 잇는 항로의 출·도착지와도 인접한다는 사실이 이 지역 재일코리안 역사, 나아가 오늘날 삶에 영향을 주었다.
재일코리안이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후쿠오카 미카사강.
■돈벌이는 후쿠오카에서

1905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잇는 부관연락선이 취항하면서 후쿠오카에 유입하는 조선인은 크게 늘었다. 시모노세키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온 조선인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도시로 이동했는데 그중 한 곳이 후쿠오카였다. 후쿠오카는 다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시모노세키항과 가깝다는 강점을 가진 도시였다. 더는 이동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지역이 후쿠오카였다.

일반적으로 이주 초기 이민자들은 가진 돈도 적고 활용할 인적 네트워크도 약해 도착한 지역에 그대로 머무르며 일자리를 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일코리안도 마찬가지였다. 1930년대가 되면 일본 전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지만, 1920년대까지는 후쿠오카를 비롯해 규슈지역에서 돈벌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후쿠오카는 1920년 일본에서 가장 많은 조선인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으며, 1925년에는 오사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조선인이 거주하였다.

그렇다면 조선인은 후쿠오카에서 어떠한 일을 했을까? 대표적인 것이 광부였다. 후쿠오카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산업화에 필수불가결했던 석탄의 주요 산지였다. 많은 노동자, 광부를 필요로 했으며, 조선인이 유입되었다. 조선인은 특히, 채탄 등 갱내작업을 도맡았다.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갱내작업은 노동환경이 열악하며 사고에 빈번하게 노출되었고, 노동강도가 센 만큼 유동성이 높아 근속기간은 짧았다. 놀랍지도 않지만, 이들의 임금은 일본인 광부보다 적은 것은 물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공장 노동자 조선인보다도 적어 전체 재일코리안 중에서도 상당히 궁핍한 상태였다.

■귀향의 창구, 후쿠오카

1945년 8월을 맞이하였다. 일본의 패전은 후쿠오카의 이동성을 극단적으로 높였고 그 중심에는 재일코리안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후쿠오카, 구체적으로는 하카타(博多)항이 시모노세키와 더불어 이들의 귀향의 창구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패전의 혼란 속에서 재일코리안의 한반도 귀환은 순조롭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고자 많은 재일코리안이 하카타항 근처로 몰려들었지만 정작 성공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결과 1945년 12월이 되면 2만 명 이상의 조선인이 하카타항 근처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하카타항에 몰려든 재일코리안의 생활은 어떠했을까? 1945년 8월 말에는 이미 하카타항 근처 공원에서 귀향을 희망하는 조선인이 노숙 중이며, 식량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는 기록이 있다.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며 귀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데, 궁핍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암시장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하기도 했다. 재일코리안의 암시장이 만들어졌던 지역은 하카타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강 하류 일대로 암시장 주변에 판잣집도 다수 세워져 거주공간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이들은 판잣집에서 돼지를 키우거나 밀주를 만들어 암시장에 팔아 생활을 유지했다.

■머무름과 변화

한편 1940년대 후반 들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콜레라 유행 등으로 귀향을 연기하는 재일코리안이 많아졌고, 실제 이들을 실어 나를 선박의 운항이 자주 중단되기도 했다. 이렇게 귀환을 ‘미루는’ 과정에서 판잣집 임시 거처는 정착지가 되어 갔다. 문제는 고향에 ‘언젠가’ 돌아가기 위해 ‘임시로’ 지은 판잣집은 행정 입장에서 보면 어디까지나 불법 건축물이었다는 것이다. 재일코리안이 모여 살던 지역의 위생, 교육, 교통상 문제점과 이들의 강제 퇴거는 후쿠오카시의 문제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1959년 후쿠오카현과 시가 국가 보조를 받고 스스로도 비용을 분담해 인근 지역에 공동주택인 ‘단지’를 세우고 재일한인을 이주시키는 것으로 결정, 1962년 실행되었다. 이 시점에 오늘날로 이어지는 후쿠오카 재일코리안 커뮤니티의 원형이 만들어진다. 해방 이후 후쿠오카 재일코리안 커뮤니티는 한반도 귀환과 일본 체류가 교차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자생적 집주 지역이 이후 도시문제가 되면서 행정에 의해 ‘단지’라는 특수한 공간에 밀도 높게 ‘만들어졌다’는 특징을 지닌다.

■후쿠오카라는 퍼즐

지난해 11월 후쿠오카를 방문해 재일코리안이 많이 모여 산다는 동네의 ‘단지’를 찾아가 볼 기회가 있었다. 마침 재일코리안 어르신들이 모여 계시길래 차를 한 잔 얻어 마셨는데, 자연스럽게 왜 이 ‘단지’에 살게 되었는지 등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강에 지은 판잣집이 비가 오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돼지를 키우는데 냄새가 얼마나 심했는지 등 후쿠오카 재일코리안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재일코리안의 삶은 다양하다. 그리고 그 다양한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여러 가지 빛깔을 보이는 재일코리안의 역사와 오늘에 대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볼 필요가 있겠다.

최민경 부경대 HK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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