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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40> 바람 타고 물길 따라…탐나는 섬, 제주도

진시황 책사 불로초 구하러 왔다는 섬… 자연 거스른 난개발에 몸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29 18:43:5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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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와 마주한 지역 강진·해남
- 육지 관문 삼아 섬주민 왕래
- 사료엔 신라시대 때부터 교류
- 中·日·필리핀 등과도 가까워
- 예부터 동아시아 해양 허브

- 최근 국내외 관광객 대거 늘며
- 육지인 투기에 가까운 땅 구입
- 해저터널·제2공항 건설 추진
- 세계자연유산 파괴 우려 목소리

- 지질공원 등 자원 가득한 제주
- 80개 섬이 서로 징검다리 되어
- 동북아 바다 이을 수 있다면
- 한중일 교류 중심지 재현될 것

오늘날 국제적 관광지가 되어 연인원 1000만 명이 찾는다는 제주도가 아득한 옛날에는 육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제주도에 사람이 살았다고 확인된 것은 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도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으나 빙하기가 퇴조함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점차 섬이 되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용머리하멜상선전시관 모습. 조선 시대인 17세기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네덜란드 선원 하멜 일행은 이곳에 표착한다.
어릴 적 나는 제주도가 부산 가까이 있는 섬인 것으로 알았다. 비록 네모 표시가 돼 있기는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지도에서 제주도는 거의 부산 아래쪽에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실제로는 경상남도가 아닌 전라남도 아래쪽에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 네모 표시가 원래의 위치가 아님을 알리는 어떤 표식임을 깨닫게 된 덕분이다.

지도 작성 원칙을 몰랐던 나로서는 우리나라 전체 모습에서 아래쪽으로 한참 내려가 있는 전라도보다 빈 공간이 많은 경상도 쪽에 제주도를 그려 균형을 맞추었을 것이라 짐작해보지만, 그 오랜 세월 섬이라 무시당하고 제 있는 자리조차 왜곡당한 제주도로서는 무척 억울했을 것 같고, 자기 영역을 함부로 점령당한 바다 역시도 억울했을 것이다. 지도 본연의 책무 중 하나는 지역 위치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도는 물론이고 지도를 보는 나 또한 못마땅한 일이었다.

■예부터 동북아해역 교류의 허브

제주도에 속하는 마라도에 있는 국토최남단비를 찾아온 여행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도가 제대로 그려진 우리나라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제주시에서 육지 쪽으로 완도 강진 해남과 마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제주도의 옛 이름인 탐라(耽羅)는 강진의 옛 이름 탐진(耽津)에서 유래했다는 점만 생각해도 제주도와 강진이 서로 왕래가 빈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제주 사람들이 육지에 올 때 탐진을 통해 건너왔는데 임금이 그들을 반기고 그 사람들이 사는 지역을 탐라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반도와 제주도는 신라 시대 이전부터 교류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기록상으로는 신라 시대부터 공식적으로 교류했다고 하는데, 당시 제주도는 탐진을 관문으로 삼아 육지와 교류했다. 다산 정약용은 ‘탐진어가耽津漁歌’라는 시에서 “19세기 초에 강진 사람들이 울릉도까지 왕래했고 제주 상인들이 수시로 강진을 오가며 상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노래하기도 했다.

시선을 조금 더 넓혀 제주도의 동서남북 방향을 보면 각각 일본 규슈, 중국 동쪽 해안, 일본 류큐와 타이완·필리핀 그리고 한반도가 자리하고 있어 동아시아 해양허브로 손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고려 숙종 10년인 1105년 탐라군으로 개편돼 고려의 지방정부로 편입되기 전까지 탐라국은 우리의 고구려 백제 신라, 중국의 한 수 당 송 그리고 일본 등 주변국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일찍이 진시황의 책사였던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제주도에 왔다는 이야기나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하멜 일행이 제주도로 표착한 이야기, 제주에서 백제에 조공을 바쳤다는 기록, 조선 시대 장영철이 과거를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강진으로 가던 중 표류하여 12일 만에 청산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모두 제주도와 연관된다. 최부 일행이 제주도에서 해남으로 가던 중 중국 저장성(浙江省) 해안에 표착했다는 ‘표해록’ 이야기도 유명하다. 제주도에서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등지를 표류했던 홍어장수 문순득도 유명하다.

제주 해역에서 일본 나가사키, 중국 상하이, 베트남 등지로 표류한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보면 제주도는 주로 강진과 해남, 완도 등 전라남도의 서남해안 지역과 뱃길이 통했고, 바람을 타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로 오갈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에서 중국, 일본, 오키나와, 윈난(운남) 등으로 표류했거나 중국, 일본, 동남아국가에서 제주도로 표착했다는 기록과 유물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제주도가 고대부터 자연스레 동북아해역의 교류 허브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상처 입고 몸살 앓는 현실

근대에 이르면 19세기에 영국 프랑스 등의 함대가 해로 탐사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주도 인근에 자주 출몰했고, 우리나라 개항과 더불어 제주 어장에 대한 일본의 침탈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해녀의 원조인 제주 해녀들이 제주도를 벗어나 부산, 울릉도, 일본·중국 등으로 나갔다. 부산 영도 중리에 한창 조성하고 있는 해녀문화기념관(다음 달 초 개관 예정)에 가면 입구에 제주도에서 기증한 제주해녀상이 있다. 설명문에 따르면 제주 해녀가 제주도를 떠나 처음으로 외부로 진출한 곳이 바로 부산 영도라고 한다. 해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는 수산업, 목축업, 산림업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서 일제 침탈이 강화되자 제주 사람들은 새로운 노동시장을 찾아 일본 오사카 등지로 많이 진출했다고 한다.

근대 시기 제주 사람들의 안타까운 해외 진출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의 제주도 유입을 바라보는 마음도 편할 수는 없다. 2002년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몰려든 중국인의 제주도 땅 사재기가 우려스럽더니 이제는 육지 사람들의 투기에 가까운 땅 매입 역시 공공연하고 제주도와 목포, 또는 중국을 잇는 해저터널 건설 제안,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 자동차 도로를 넓히기 위해 천연기념물인 500~800살 아름드리 비자나무를 뭉텅이로 잘라버린 사건으로도 부족한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마을이자 람사르습지마을인 선흘리 곶자왈에 17만 평 대형 열대동물원 건립 계획이 제기돼 취소해달라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생태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자연과 동물의 조화로운 삶, 자연생태체험 교육의 장, 야생동물 보전과 보호”라는 홍보문구보다 비와 눈이 많이 오는 제주도 중산간지역에 열대 동물원을 건립한다는 발상이 가능한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자연을 거스르고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과 행태에 대해 제주도 사람들이 내는 반대 목소리는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제목을 ‘탐났던’이라는 과거형으로 써야 하지 않을까 망설이게 한 이유였다. 하지만 ‘탐나는도다’라는 TV 드라마 제목처럼 제주도는 여전히 가진 것이 많은 탐나는 섬이다.

■빛나는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

그것은 제주도가 가진 숱한 자원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제주도가 가진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이라는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제주도는 본도 이외 79개 부속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유인도가 8개, 나머지 71개 무인도이다. 유인도는 잘 알려진 우도를 비롯해 비양도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가파도 마라도가 있다. 제주도 80개 섬이 서로 징검다리가 되고, 그것들이 다시 육지와 다른 나라를 이을 수 있다면 고대에 한중일을 연결한 해상교역로로서 했던 교류 중심지 역할을 재현하거나 홍콩이나 마카오보다 훨씬 멋스러우면서도 그 역할을 뛰어넘는 탐나는 섬으로 거듭날 것이라 생각해본다.

곽수경 부경대 HK 연구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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