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 할머니는 늘 “괜찮다. 괜찮다” 하신다.
우리가 찾아뵙는다고 하면 할머니는 늘 “괜찮다. 오지마라”하신다.
또 엄마가 “어머니, 뭐 드시고 싶으세요? 뭐 사갈까요?”하면, 할머니는 “괜찮다. 사오지마라”하신다.
그런데, 나는 엄마아빠의 행동을 이해 할 수가 없다.
할머니가 “괜찮다”하시고, “오지마라”하시고, “사오지마라”하시는데, 엄마아빠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
얼마 전, 주말에 나는 엄마아빠와 함께 할머니 댁을 방문하게 되었다.
미리 전화를 드렸더니, 또 “괜찮다”하신다. 나는 할머니가 오지마라 하시는데 할머니댁에 가는 엄마아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 할머니가 오지마라 하시잖아요. 그런데 왜 가요?”
“시현아, 할머니가 오지마라고 하신다고 우리가 정말 안가면 서운해 하셔. 우리가 가면 좋아하시잖아”
“그렇지만, 할머니가 오지 말라고 했는데...나는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데...”나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엄마아빠를 따라 나섰다.
할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맞아주셨다. 나는 우리를 보고 좋아하시는 할머니도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오지마라 하셔놓고 왜 저렇게 좋아하시지? 어른들은 이상해’
나는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어른들만의 약속 같은 게 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할머니가 눈 수술을 하게 되었다.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엄마아빠 모르게 혼자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가신 것이다. 뒤 늦게 그 사실을 안 엄마가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어느 병원이예요? 혼자서 어떻게 하실려구요? 저 지금 출발해요”
그런데, 할머니는 “괜찮다. 오지마라. 내 혼자 해도 된다. 바쁜데 뭐 하러 올려구. 오지마라” 하신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바로 병원으로 출발했고, 할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웃으시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셨다.
“안와도 되는데 왜 왔어?”하시면서 엄마와 내 손을 잡고 웃으신다.
나중에 엄마에게 들은 얘긴데, 할머니는 그날 혼자서 수술 하는 게 많이 겁나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엄마와 내가 와서 많이 좋으셨다고 한다.
나는 정말 이상했다. 할머니가 분명 오지 말라고 하셔놓고 우리가 오기를 바라신 것 이다. 할머니는 왜 거짓말을 하신 걸까?
그냥 겁이 나니까 병원에 오라고 하시면 될 걸 왜 자꾸 괜찮다고 하신 걸까?
나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 번도 할머니는 자신의 속마음을 말씀하신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것은 늘 우리를 배려하시고, 우리가 힘들까봐, 우리가 걱정할까봐 늘 ‘괜찮다’고 하신 것이다.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나는 몰랐다. 그냥 말 그대로 ‘괜찮다’는 말은 괜찮은 걸로 알아 들었다. 하지만 그 ‘괜찮다’는 말은 정말 괜찮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걱정 하는 게 싫어서 괜찮다고 하신 걸 나는 몰랐다.
할머니의 속마음을 반대로 말하는 ‘괜찮다’는 말을 엄마아빠는 알아들으신다.
그렇게 엄마아빠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할머니 마음을 편하게 하신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번에 이런 사건으로 어떤 것이 효도인지를 생각해봤다.
효도는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제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마아빠가 할머니에게 하시는 것을 봤을 때, 마음을 편하게, 기분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의 제일 기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