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찡하고, 유쾌한 내 인생”…감천문화마을 할매들이 낸 그림동화

70·80대 6명, 그림책 6권 출간…까막눈이지만 늦깎이 작가 데뷔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20-02-17 19:16:3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감천동 ‘반딧불이’서 창작 활동
- 인생담 풀어내고 그림 직접 그려
- 김자미 동화작가가 기획 등 맡아
- 피난살이·쪽방·그리운 형제 등
- 해방기 부산 모습도 담아 소통

일하느라, 자식 키우느라 한글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았고, 그림이라고는 그려 본 적 없던 할머니들. 부산 감천문화마을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 여섯 분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인생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왔다. 강길순 할머니의 ‘남한테는 백 점 나한테는 빵 점’, 곽은희 할머니의 ‘나도 꿈이 있었어’, 김정식 할머니의 ‘금쪽같은 내 새끼’, 신면용 할머니의 ‘그리운 내 형제’, 임명옥 할머니의 ‘복덩이 며느리’, 황계순 할머니의 ‘청춘을 다 바쳐’(도서출판 해성) 등 6권이다. 70~80대인 할머니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일주일에 두 번 사하구 감천동 예술인 창작공간 ‘반딧불이 3호점’에 모여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림을 그렸다.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고 김자미 동화작가가 기획과 구술작업 등을 맡았다. 할머니들이 살아온 인생담을 직접 구술하면 이를 작가가 채집해 구어체로 엮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펴냈다. 왼쪽부터 곽은희, 강길순, 신면용, 김정식, 임명옥, 황계순 할머니. 김자미 작가 제공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이야기다. 그리고 6·25전쟁과 피난살이, 이루지 못한 꿈과 손 한 번 잡히고 해야 했던 결혼, 노름꾼에 고주망태인 남편, 까다로운 시어머니와 시누이, 스무 번이나 이사를 하면서도 객식구를 달고 살아야 했던 이야기…. 그 시절을 지나온 한국 여성들의 어렵고 지난한 삶이 담겨 있다.

“학교를 못 다녔어, 까막눈이라. 뭘 알아야 들어가서 물건을 팔아도 팔지. 당구장인지 커피숍인지.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 그러다 공장에를 갔어. 공장은 즐겁더라고. 시키면 내 마음만큼 하면 되니까. 누구한테 사라 말 안 해도 되고, 어디 가야 할지 막막하지도 않고.”

“이사를 그렇게 다녀도 우리 식구 오순도순 산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방이 따로 있나. 방 하나에 일 년 살다 나가면 또 다른 사람이 오고.… 우리 신랑이 남한테는 백 점 나한테는 빵점이라. 객식구가 오면 안 된다는 말을 못 해.”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할머니들이 느끼는 기쁨은 독자에게 위로를 건넨다. 아이처럼 솔직하고 천진한 어투가 갖는 특유의 힘이 있고, 그러면서도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거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웃음이 있다. 그림은 색감이 밝고 유쾌해서 보는 이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든다.

“우리 영감이 구리무를 사 왔어. 그게 뭐라고 시누이가 질투하더라고. 우리 영감이 소소하게 잘했어! 나한테. 내가 시집와서 집이 날로 번창하니까 좋았겠지. 내가 곱기도 했고.”

“열댓 살 되었나. 태극도 믿는 아버지 따라 충청도 보은에서 부산 감천으로 왔어. 나는 끼가 많았던 모양이야. 파마하고, 뾰족구두를 신고 다녔어. 돈 벌어 집에는 주지도 않고 영화 보고, 옷 사 입고, 꽤 신식이었지.”

김자미 작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는 해방기 개인과 가족의 역사,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이번 그림책을 시작으로 복지관, 도서관, 어린이집에서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감천문화마을 ‘감내어울터’에서는 오는 28일까지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회가 열린다. 잊힐 뻔한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3. 3[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4. 4[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5. 5‘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6. 6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7. 7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8. 8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9. 9"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5. 5[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6. 6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7. 7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8. 8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9. 9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3. 3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6. 6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7. 7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0. 10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8. 8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9. 9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0. 10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