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적’ 박테리아 역사
- 새로운 항생제 임상시험 과정
- 의료진의 고군분투 모습 기록
- 항생제 내성의 위험도 일깨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신종 전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과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글로벌 팬데믹’(대유행병)으로 번질 것인가. 전 세계가 신종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는 이때, ‘슈퍼버그’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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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버그’는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에서부터 혁신 신약의 개발, 첨단 유전자 조작 기술인 크리스퍼에 이르기까지 박테리아와 인류의 싸움에 얽힌 뒷이야기를 풍부하게 풀어낸다. 사진은 1943년 영국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의 알렉산더 플레밍. 흐름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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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더 무섭다는 ‘슈퍼버그’는 항생제 내성으로 어떠한 약도 듣지 않는 감염균 ‘슈퍼박테리아’를 말한다. 지난해 20개국으로 퍼졌던 치사율이 60%에 이르는 항생제 내성 ‘칸디다속 진균’이 그 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7년 슈퍼버그 12종을 발표하면서 매년 70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고, 세계 공동체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2050년엔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해 슈퍼버그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폐렴 등에 걸린 사람이 9000여 명에 달하며 이 중 40%인 36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체계를 갖춘 항생제 사용, 감염 관리,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지 않으면 유엔이 경고한 슈퍼박테리아의 주요 피해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책은 그 슈퍼버그와 항생제의 역사를 탐험하는 일종의 과학 논픽션이다.
저자는 미국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이자 작가로, ‘진균 감염 실태 보고서’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저자와 그의 동료들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슈퍼버그에 맞설 새로운 항생제 임상시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임상시험의 과정은 그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숨 가쁜 순간이다. 이 책은 그 여정의 충실한 기록이자, 생과 사의 순간을 오가며 치열하게 싸우는 한 의사의 솔직한 고백이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매카시 박사는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에서부터 혁신 신약의 개발, 첨단 유전자 조작 기술인 크리스퍼에 이르기까지 박테리아와 항생제의 역사를 살핀다.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그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원인의 중심에는 바로 상업적 농업의 확산이 있다. 인간은 동물의 생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가축들에게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에 박테리아들은 그 약효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빠른 속도로 변이했고, 현재 그 서식지는 전 지구에 퍼져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책은 이러한 위급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현재 의료계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 특히 저자가 실제로 진행했던 ‘달바반신’이라는 새로운 항생제의 임상시험 과정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 희소 감염병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와 9·11 테러 당시 현장을 지켰던 뉴욕의 소방관,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여성, 의료진의 처방 실수로 인해 마약중독자가 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사례는 슈퍼버그의 치명적인 위험을 알리는 동시에 그 위험을 치료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항생제 사용과 내성 발생 비율이 높아 ‘항생제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에 사는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