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연재 23종 특징·생태 담아
- “자연·인간 공생활동 확산 소망”
- ‘와일드 지리산 1000일의 기록’
- 자연 다큐영화 10월께 마무리
한 편의 야생동물 다큐멘터리처럼 ‘야생’의 기운이 그득하다. 사진작가 백한기의 ‘잊혀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도서출판 해성)는 저자가 자연과 카메라를 벗 삼아 우리 산천의 야생동물들을 뒤쫓은 기록이다. 책 제목 그대로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야생 터전을 마련해 주기 바라는 소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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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가슴곰이 바위에 앉아 양반다리 자세로 앞발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는 모습은 명상을 하는 듯 하다.(왼쪽),
족제비가 사냥감을 찾기 위해 앞발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다. |
저자는 1988년부터 2016년까지 28년 간 국제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20여년 간 찍어온 새들의 모습을 묶어 정리한 ‘새를 찾아 떠나는 길’(2009),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43종의 철새들의 생태를 기록한 ‘둥지를 찾아 떠난 소풍’(2014) 등이 있다.
이번 책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간 국제신문에 연재했던 저자의 ‘사라져 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를 엮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백령도 점박이물범, 한라산 노루 등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뿐 아니라 시베리아에 서식하는 시베리아 호랑이까지 23종의 동물의 생태와 특징이 담겼다. 책에서 저자는 야생동물을 만나기 위해 자연을 누비고 또 누빈다. 허름한 텐트를 치고 길게는 3박 4일 동물을 기다리고 만나고 관찰한다. 현지의 주민과 만나 도움을 받고 때로 갈등한다. 백 작가는 “먼저 오랜 기간 먹이로 야생동물을 유인해 놓고 동물이 지나갈 가능성이 있는 길목을 찾아 무인센서 카메라를 설치한다. 촬영 부족 분량은 직접 산속 위장 텐트 안에 잠복해 새벽까지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난 동물은 야생의 환경에서 야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면서도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다. 취재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은 화려한 서사나 자연 속 진기명기를 보여주기보다는 성실하고 솔직하게 야생동물의 생명력과 촬영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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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한기 작가가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을 촬영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잠복 텐트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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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칫 청정의 자연에만 쏠리기 쉬운 카메라의 시선을 그곳에 사는 주민에게도 돌렸다. 1959년 산청군 철마산 고촌마을에서 표범과 싸워 이긴 윤보안(86) 씨, 1964년 경남 창녕군 대합면에서 늑대한테 물렸다 살아난 이수련 씨 등 야생동물과의 특별한 경험이 있는 주민 인터뷰가 흥미를 더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사랑하고, 겨울철 먹이주기, 서식지 넓히기 등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활동들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현재 지리산에 머물며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 ‘와일드 지리산 1000일의 기록’을 제작하고 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마을 사람들이 공생하는 모습을 1000일 동안 관찰하고 그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기획부터 연출, 촬영까지 혼자서 하다 보니 휴일은 고사하고 하루 24시간이 근무시간이다. 다큐멘터리는 오는 10월 마무리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영화제에 출품해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의 보호는 한 시대의 성장 논리에 묻힐 문제가 아니라는 저자의 목소리는 좋은 사진과 진정성이 빛나는 글로 호소력을 가진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