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소외와 파편성, 현대인의 삶을 개성적으로 묘사한 부산 시인의 모더니즘 시집 2권이 나왔다.
 |
| 위대한 예측불허(왼쪽), 오프너 |
2007년 ‘시와반시’로 등단한 이효림 시인은 기존의 현실을 파괴하고 새로운 가상의 현실을 담은 ‘위대한 예측불허’(현대시)를, 2012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최승아 시인은 열린 문을 통해 바라보는 타자의 세계를 그린 ‘오프너(현대시)를 출간했다.
이효림 시인은 2014년 첫 시집 ‘명랑한 소풍’에서 낯선 타자로서 자유를 얻기 위한 사물들의 일탈과 해체 지향,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의 세계를 창출하고자 하는 욕망 등에 관심을 보였다.
6년 만에 낸 이번 시집에서 이 시인은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적 현실은 낡고 진부해서 인위적으로 구축된 가상의 현실이야말로 우리의 감각과 사고를 더욱더 날카롭고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새로운 가상의 현실을 세우기 위해서는, 논리적 정합성과 인과적 필연성 등 기존의 발상과 사유에서 벗어나야 함을 시로 표현했다.
‘공공의 기적이 예측을 키웠어 날카로운 절벽은 패스 어금니가 무더기로 흔들렸어 여하튼 오지 않는 경축이었어 시대는 혀만큼 비좁았고 지구의 내부는 늘 시끄러웠어 // 어디로 가야 할까 / 곧 사라지는 노란 코끼리’(‘우아한 예측불허’ 중)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 관해 “시인이 환상에 의해 발굴하고자 하는 세계는 그동안 억압되고 망각된 진실의 세계”라며 “이러한 시적 사유와 발상의 전환은 어쩌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무화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혹은 포스트 휴먼 시대를 준비하는 시적 비전이 될지 모른다”고 평했다.
최승아 시인은 문 앞에 선 주체와 문 너머에서 문고리를 단단히 쥔 타자의 세계를 그려낸다. 주체에게 열리는 타자의 공간은 왜곡된 기억의 장소이자 잠재된 비의식의 공간이다.
‘다섯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 매일 밤 조금씩 그를 갉아먹는 벼랑, 그쪽으로 다가간 것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악몽은 달을 품고 있는 내내 계속된다 달은 낳을 때마다 사산된다 // 여섯 번째 방문을 노크한다 / 그는 끝내 열리지 않는다’(‘큐브’ 중)
현대인의 한 주일을 개성적으로 묘사한 시도 눈길을 끈다. ‘월요일을 켠다 // 팡팡 터지는 요술 상자들 // 두루마리처럼 요일들이 풀려 나온다 // … // 익반죽 된 시간이 쏟아진다 // 곤죽이 된 월요일 / 설익은 화요일을 덮친다’(‘요일들’ 중).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