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봄을 느낄 여유마저 잃은 요즘, 지역 문예지 봄호들이 위축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집으로 새봄을 알리고 있다. 시인들의 신작시와 원로 시인 인터뷰, 에세이 등은 지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부산여성문학인협회가 발행하는 여성문학계간지 ‘여기’ 2020년 봄호는 ‘부산을 살다간 여성 문인’에 관한 기획연재로 김후란 시인을 다뤘다. 김 시인은 한국 문단의 원로시인으로 문화행정가, 언론인, 여성정책관련 분야의 전문인, 자연을 사랑하는 단체의 공동대표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영자 한국문인협회 고문은 ‘김후란의 시 세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시인의 부산 여성 문학사에 대한 관점, 부산에서 이뤄진 문학 활동들, 김 시인의 시 세계 등을 집중 조명했다.
정 고문은 맺는말에서 “김후란은 따뜻한 시인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자상하지만 넘치지 않는, 가족과 세상에 보내는 사랑이 가득한 시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가 문학적 감수성의 영향을 가지고 부산 생활을 기반으로 문학적 성과를 일찍이 받아 온 신뢰에 대한 화답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시 전문 계간지 ‘포엠포엠’ 봄호는 나태주 시인과 가수 남진을 특집으로 다뤘다. ‘시인을 만나다’에서 최근 제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에 추대된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의 인터뷰와 자선시를, ‘한창옥 줌인’을 통해 ‘무대를 휘어잡는, 변치 않는 에너지의 인간적인 매너’가 돋보이는 싱어송라이터 남진을 조명했다. 계급투쟁을 노래하는 민중시가 주목을 받았던 1970년대부터 묵묵하게 서정시의 길을 걸어오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소박하고 따뜻한 나태주 시인의 자선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친 독자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부산에서 발간되는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봄호는 ‘이르는 이름이 이르지 못한 곳’이라는 제목의 특집을 실었다. 오늘의 문예비평은 “이름에는 사회적 의미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폭력적으로 작동하는 단일한 이름들 속에서 우리가 복수의 이름들을 가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탐색해보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문성원 부산대 교수는 벤야민의 언어론을 바탕으로 이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펼친다. 이경 한국국제대 교수는 장류진과 박상영의 소설을 통해 소위 ‘을’이라 불리는 이들의 삶에서 이름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박훈하 문학평론가는 한국사회에서 로컬 그리고 지방문학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살펴본다.
도서출판 전망이 펴내는 ‘신생’ 봄호는 ‘분비의 생태학’이라는 제목의 기획특집을 통해 “생명체의 바깥으로 하찮게 버려지고 있는 분비물들이 생명 순환의 길에서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