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도시와 대비되는 넉넉한 자연의 품을 노래한 시집이 나왔다. 2017년 부산작가상을 받은 윤홍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푸른 배꼽’(천년의시작)과 사진가이자 시인인 강미옥의 사진시집 ‘바람의 무늬’(투데이북스). 두 작품집에서 시적 자아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은 닮았다. 생성과 소멸, 자연과의 소통을 노래한다.
윤홍조 시인의 시집 전반에는 봄의 도래, 만물의 약동, 세상 구석구석 퍼지는 소리의 울림, 겨우내 잠들어 있던 시적 화자의 화들짝 깨어나는 모습이 펼쳐져 있다. 시인은 자연물을 응시하는 시적 정황을 통해 세계의 생성과 완성을 노래한다.
‘민들레 무성한 잎사귀 다듬다 / 푸르른 옷자락 겹겹 감춘 듯 품고 있는 / 동글동글 뽀얀 얼굴의 꽃 순 두 점! / 어쩌다, 여리여리 귀한 보석 쌍으로 맺힌 / 둥개둥개 어미의 달을 둔 배 속 보아버렸다’(‘푸른 배꼽’ 중)
강미옥 시인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시로 옮긴 ‘사진시’란 장르를 선보인다. 이번 시집에서는 자연과 일상을 소재로 한 사진시 80여 편을 모았다. 표제작인 ‘바람의 무늬’는 카메라의 포충망으로 포획한 바람이 지나가며 남긴 무늬를 낚아채고, 그 무늬 사이사이 빛과 어둠의 얼굴을 보여준다.
‘능선을 밟고 / 모래 위로 지나가는 동안에도 / 바람은 흔적을 지우지 않았다 / 빛이 그늘을 드리우고 / 어둠이 고요로 남을 때까지도 / 문득 지나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바람의 무늬 2’ 중)
우리 생은 수많은 시작과 끝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시인은 흐르고 순환하는 자연처럼 물 흐르듯 순하게 늙어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또 순환의 고리 속에서 회한과 반성, 자기 긍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