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는 심한 안면부 골절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환자는 ‘외부 상처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2007년 당시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응급의학과 교수는 야간에 일하지 않고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들마저 모두 회식이라며 병원 밖으로 나가 버린 상황. 혼자 응급실을 지키고 있던 인턴은 10cc 주사기를 이용해 8시간 넘게 혈액을 짜 넣었지만 환자는 다음 날 아침 사망했다.
“레지던트 시절 내내 응급실에서 ‘좀처럼 믿기 힘들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을 겪었다. 법적으로 ‘의료 사고’라고 규정할 수는 없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망이었던 경우들이다. … 지식과 기술의 부족이 아닌 고정관념, 무사안일주의, 나태한 태도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반복됐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는 울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최악의 응급실’에서 보낸 4년(2008~2011년)의 레지던트 기간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책에서 그려지는 응급실 풍경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모이는 연극무대에 가깝다. 응급실을 책임지는 응급의학과장 ‘미니무스 교수’로 대변되는 무능하고 욕심 많은 리더와 그의 눈치만을 보며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의국 분위기가 얼마나 무책임한 결과를 낳았는지 고발하는 내용이다.
22개의 에피소드 속 사람들이 모여 그려내는 풍경은 바로 응급실이라는 공간에 한정된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병원에서 응급의학과는 미니무스 교수가 이끄는 ‘잉여집단’으로 통하며 다른 임상과로부터 무시와 비아냥을 듣는다. 수직적으로 구성된 의사 집단 속에서 각 임상과 전임의와 레지던트는 환자의 이익보다도 교수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위중한 환자가 도착해도 각 임상과 레지던트들은 서로 “우리 임상과에 해당하는 환자가 아닙니다”라며 돌아서기 일쑤다. 어쩌면 대형병원 응급실에 대한 ‘내부고발’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환자들은 접하기 어려운, 그리고 의사들은 숨기고 싶은 병원 내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