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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의 지방 주민 포용, 지금의 중국을 만들다

하버드 중국사 진·한 -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김우영 옮김/너머북스/3만 원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20-04-16 19:56:2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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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륙 최초로 제국 통일한 진나라
- 변방 이민족에 군인 임무 맡기고
- 지방 네트워크 형성해 황제 보좌
- 한족중심 탈피 이민족 역할 주목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기획하고, 캐나다 출신 역사학자 티머시 브룩이 책임 편집을 맡은 ‘하버드 중국사’ 한국어판이 진·한 편 출간으로 완간됐다. 청을 근대적 제국으로 재조명한 ‘하버드 중국사 청’이 국내에서 발간된 지 6년 만이다. 기원전 3세기, 진 제국의 통일 이래 20세기 초에 청조가 무너지기까지 중화제국의 역사를 추적하는 시리즈는 진·한, 남북조, 당, 송, 원·명, 청 6권으로 구성된다. 광범위한 주제를 간결하고 명료하게 다루면서도 최신의 학술적 성과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천하통일을 이룩한 진시황을 다룬 EBS 세계문명사 대기획 ‘불멸의 진시황’의 한 장면. 국제신문 DB
‘하버드 중국사 진·한’은 향후 2000년 동안 이어질 고대 제국의 질서가 창조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중국 최초 통일 제국인 진(秦)과 중국 문화 기틀을 놓은 한(漢) 제국은 중국사의 ‘고전기’를 이루는데, 이는 그리스-로마가 서양에서 맡은 역할과 비슷하다. 기원전 221년 진의 시황제는 장차 중화제국의 심장부를 이루게 되는 영토를 통일했다. 정복을 통해 하나가 된 이 광대한 영토가 정치적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의 철저한 재형성이 불가피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저자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는 지리적으로 방대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제국을 다스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조정의 관리들과 당대 학자들이 직면했던 핵심과제가 무엇이었는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중국이 분열을 거듭하면서도 2000년 넘게 존속한 이유를 진과 한에서 찾는다. 이 시기에 뚜렷한 지방색, 황제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구조 강화, 한자에 기초한 문해력 함양과 국가가 공인한 경전 보급, 제국 내부 비무장화와 변경 민족에 부과한 군역, 조정과 지방을 연결한 유력 가문이라는 중국 사회의 다섯 가지 특징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진·한은 거대한 영토에서 각자의 개성을 완고히 지키며 살아온 지방 주민을 포용했다. 하늘과 땅 사이의 중재자로서 신성시된 황제란 인물상을 창조해 중앙집권 체제를 마련했다. 통일 전 전국시대 7개국이 각각 달리 썼던 문자와 도량형을 단일화해 일상의 혼란을 막았다. 변방의 다른 민족들에게 군인 임무를 맡기고 중심부는 철저히 비무장화해 반란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유력 가문들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조정과 지방을 장악해 황제를 보좌했다.

진은 짧은 기간 지속했음에도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고, 한은 시황제를 악의 화신으로 만들었으면서도 진의 많은 제도를 계승해 발전시켰다. 저자가 주안점으로 삼은 진·한 제국의 특징은 이후 중화제국의 역사에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수정, 변화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중화제국 역사에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이념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고, 지금도 중국 문화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영향을 주고 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역사를 한족 중심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하고 이른바 이민족이 맡은 역할에 주목한 점이다. 저자 역시 진·한의 이웃이자 적이던 흉노제국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선비와 묵돌, 오손과 누란, 강족과 오환, 한반도의 고구려 등 외부 세계를 비중 있게 다룬다. 황실과 엘리트뿐만 아니라 농촌 주민과 그 가족 형태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중화제국의 특징은 광대한 영토와 구성 민족의 다양성”이라며 “‘중국인’이라는 용어를 제국 이전 시기에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중국사에서 공통의 ‘중국’ 문화라는 개념도 이민족들, 특히 북방 유목민들과의 체계적인 대립을 통해 정립되었음을 강조한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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