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상처 가진 주변부 삶 그려
하아무(54·사진) 소설가가 세 번째 소설집 ‘푸른 눈썹’(도서출판 북인)을 펴냈다. 소설로 쓴 경남 인물 문학사 ‘황새’(2012) 이후 8년 만에 나온 소설집으로, 정호웅 문학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나같이, 안간힘을 다하지만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여운 존재들’이 등장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9편의 중단편을 모은 이번 소설집에는 주변부 존재들의 깊은 슬픔과 고통의 세계를 담았다. 폄하와 냉대, 이기적 욕망, 배신 등 느닷없는 폭력이 중심인물들의 평화로운 일상 속으로 밀고 들어와 그들을 가난과 불안정한 삶에 가둔다. 주인공들은 때로는 타자를 향하는 날카로운 살의에 갇히기도 하고, 자신을 겨누는 자기 파괴의 욕망에 휩쓸리기도 한다.
‘날마다 죽는 사내’는 갑작스러운 세월호 사고로 딸을 잃은 가족이 출구 없는 악몽 속에서 상처와 고통을 받는 상황을, ‘부서지고, 부서져서, 부서지니’는 장기실종된 딸로 인해 상실과 공포, 절망의 지옥에 갇힌 부부 이야기를 통해 야비하고 매정한 현실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빨간 피터’는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는 주인공이 취업과 결혼 등 평범한 일상을 이룰 기회를 잃고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작가는 비참과 절망의 상황에서도 나아가고 솟는 신생의 기운을 지향한다. 그 생명의 기운이 소설 속 인물들을 절망의 바닥에서 스스로 일어나도록 한다.
표제작 ‘푸른 눈썹’에 등장하는 이모 하저구댁과 조카 재은의 삶이 그러하다. 하저구댁은 젊었을 때 원양어선을 타던 남편을 잃었고, 가난 속에서도 정성을 다해 기른 아들도 사고로 잃었다. 조카 재은은 참혹한 사고로 어린 딸을 너무나 일찍 떠나보냈고 남편조차 그녀를 비난하며 떠났다. 그러나 이들은 차밭을 가꾸고 좋은 녹차를 만드는 창조의 노동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스스로 기른다.
그간 잃고, 없고, 부족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우리가 만난 사람들이고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낯설지 않다.
하 작가는 경남 하동 출생으로 2003년 ‘작가와 사회’로 활동을 시작했다. 동화에도 관심을 보여 200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자랑스러운 조상 없나요?’가 당선됐고 2008년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소설집으로 ‘마우스 브리더’, 소설로 쓴 경남 인물 문학사 ‘황새’를 펴냈다. 지난해 제5회 ‘경남작가상’을 수상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