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와 연기도 리얼리티에 집중
지난 26일 부산문화회관에서는 부산시립극단배우들의 ‘갈매기’(안톤 체홉)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날 배우들의 동선은 다소 독특했다. 객석이 정면에 있는 기존 무대가 아닌 원형 무대 동선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배우의 등만 보거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연극이 지금 일어나는 상황처럼 느껴지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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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극단 배우들이 연극 ‘갈매기’ 연습에 한창이다. 시립극단은 대극장 무대 위에 200석의 원형 무대를 설치(아래 사진)해 관객이 극 속 관찰자의 시점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게 했다. 부산시립극단 제공 |
부산시립극단이 다음 달 3~12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작품 ‘갈매기’의 기대가 높다. 앞서 시립극단은 올해 키워드를 ‘체홉’으로 정하고 지난해 4월 체홉의 또 다른 걸작 ‘벚꽃동산’을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공연 일정이 연기됐다. 이에 ‘갈매기’가 시립극단의 올해 첫 번째 공연이 됐다.
세계적인 극작가인 러시아 문호 체홉은 근대 연극의 창시자로 불린다. 수사적 표현과 낭송으로 이뤄진 서사시가 아닌 일상적 언어로 희곡을 만들고 인물 성격, 감정을 적극 표현하는 연기 양식을 도입해 사실주의 연극을 탄생시켰다. ‘갈매기’는 체홉의 극작 원칙과 주제가 본격적으로 형상화된 신호탄이라 평가받는다. 1896년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에서 초연할 당시 혹평에 시달렸으나 2년 뒤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재상연 돼 극찬받았으며 연극사의 걸작으로 남았다.
김지용 예술감독은 ‘갈매기’의 리얼리티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1409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 위에 200석의 원형 무대를 새로 짓는 시도를 했다. 관객이 극 속 관찰자의 시점으로 작품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관객에게 불친절한 동선을 사용하게 되지만 적극적인 관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사와 연기 역시 리얼리티를 추구해 삶과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은 작가 지망생 뜰례쁠례프가 유명 배우인 어머니에게 잘 보이고자 실험극을 올리지만 비웃음을 사면서 시작한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여인 니나가 어머니의 애인 뜨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실을 알고 자살을 시도하시만 실패한다. 2년 뒤 뜰례쁠례프는 촉망받는 작가가 되고, 뜨리고린을 따라 모스크바로 떠났던 니나는 실패한 배우로 지방공연을 전전하며 폐인처럼 살게된다. 뜰례쁠례프는 니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며 함께 살자 제안하지만 거절당하고 뜰례쁠례프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김 감독은 “극적인 줄거리는 아니지만 일상의 이야기로 삶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해석의 여지가 많기에 텍스트를 재구성해 동시대인에게도 통하는 이야기로 공시성과 통시성을 담보하고자 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갈매기’는 좌석간 거리두기제로 인해 전체 200석 가운데 100석만 오픈하며 예매는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관람료 전석 2만 원.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