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현장 톡·톡] 서로 의지함이 곧 삶이더라…별이 된 연극인의 마지막 메시지

연극 ‘고모령에 달 지고’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0-08-24 19:40:49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50여 년 향토극단 ‘전위’ 지켜온
- 고 전승환 대표의 유작 막 내려
- ‘연극계 버팀목’ 그의 작품답게
- 인생의 깊은 통찰 느껴진 무대

경남 마산 그 어딘가에 자리한 선술집 ‘고모령’.
지난 6일 별세한 공연예술 전위 대표 고 전승환 선생의 마지막 연출작 ‘고모령에 달 지고’가 지난 19~23일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전위 제공
가게 문을 닫게 된 주인 ‘문 여사’는 고모령에서의 마지막 날을 말벗 ‘땡초’와 함께 마무리한다. 여장부 소리를 듣는 문 여사와 불같은 성격에 어울리는 별명을 가진 땡초는 옥신각신하다가도 이내 죽이 맞아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막역하다.술병이 늘어날수록 두 사람의 입에서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사연이 하나둘씩 흘러나온다. 문 여사는 손님들에게 모든 것을 베풀었지만 정작 장애가 있는 딸 희야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땡초는 사람들을 속이며 가짜 악사 노릇을 해온 것이 부끄럽다. 깊은 밤 걸려온 의사의 전화에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 문 여사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평생 말 한마디 하지 못하던 희야가 “엄마!”라고 부르자 문 여사는 감사와 슬픔에 휩싸여 흐느끼고 만다.

고 전승환 선생.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5일간 이어진 연극 ‘고모령에 달 지고’가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원로 연극인이자, 부산 연극의 최전선을 57년간 지켜온 ‘공연예술 전위’ 대표 고 전승환(1943~2020) 선생의 마지막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전승환 선생은 이번 공연을 2주가량 앞둔 지난 6일 향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황망한 상황이었지만, 배우와 제작진은 전승환 선생의 유작을 완성하기 위해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이상용 작가의 단편 희곡을 바탕으로 한 극은 짧고 간단했지만, 깊은 맛이 배어 있었다. 배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술집인 데다 권철·허종오·임선미 단 세 명의 배우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네 자화상 같은 인물들의 인생사를 펼쳐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탄탄했고,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메시지는 관객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1970, 80년대 사실주의 연극으로 전성기를 보낸 전위는 1990년대부터 삶을 관조하는 노년 연극을 다수 선보였다. 전위를 이끈 전성환(80)·전승환 형제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번 작품 역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겼다. 특히 문 여사가 그토록 기다렸던 희야의 한마디를 듣고 참회하는 모습은 마치 끝없는 기다림 속에서 ‘고도’를 마주한 것과 같았다. 전승환 선생 역시 생전 이 작품에 대해 ‘병들어 죽어가는 나약한 인간,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는 이 사죄에 하나님의 권능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 뿐일까?’라는 물음을 남겼다.

긴 인생을 뒤돌아보는 작품이 전승환 선생의 유작이라는 사실에 인생의 드라마틱함을 느낄 무렵 선생의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부산 연극계를 살찌운 선생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어서일까. 극 중 등장하는 찬송가를 부르는 그의 육성이 오래도록 귓가에 머물렀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4. 4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7. 7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8. 8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9. 9‘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7. 7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8. 8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스님 불출석은 어불성설… 동행명령장 발부해야”
  10. 10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1. 1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5. 5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6. 6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7. 7부산 '이주배경인구' 9만6722명…중구 0~24세 비중 '전국 최상위'
  8. 8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9. 9‘유일 非중국계 각형’ 삼성SDI, 美 텍사스 전력망에 ESS 공급
  10. 10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1. 1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속보]마트 출입구 안까지 차량 돌진한 50대 “영업하는지 확인하려고”
  6. 6“한국에 묻히고 싶다” 프랑스 6·25 참전용사 유해 부산에 안장키로
  7. 7‘부캉이’ 넓은 바다 적응 중…“조만간 떠날 듯”
  8. 8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10. 10원양어선 타고 마약 5t 운반 80대, 22년 도피 끝에 국내 송환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3. 3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4. 4‘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5. 5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6. 6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7. 7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8. 8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9. 9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10. 10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