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프필’ 예산 초과 등 시행착오
- 함부르크시 비전·소통 통해 극복
- 상파울루 미술관은 공간적 제약
- 투명 이젤 활용한 전시 세계 첫 선
- 미시·거시적 정책의 융합 필요성
- 부산 한정된 자원 효율적 사용을
“부산이 활력 넘치는 국제관광도시로 올라서려면 거시 차원과 미시 차원 접근이 만나 융합해야 한다”(국제신문 1월 5일 자 1면 보도)고 이 시리즈 들머리에 주장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리더십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거시·미시·융합, 세 가지를 모두 이해한 상태에서 자원 배분과 결정이 이뤄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통찰력 갖춘 좋은 리더십, 전략을 뒷받침할 의사결정구조가 있어야 한다.
많은 관광 관련 종사인이나 도시 재생 전문가는 여전히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1997년 설립) 사례를 들며 ‘관광객이 몰리고 도시가 유명해진’ 점에 주목한다. 예술인인 음악평론가·문화기획자 정두환 씨는 다르게 본다. “1959년 뉴욕에 처음 들어선 구겐하임이 (미술품을 제대로,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주는) ‘영혼의 전당(the temple of the spirit)’으로 주문됐고 그렇게 설계됐음을 잊어선 안 된다”고 한다. 그 뒤 여러 곳에 생긴 구겐하임 미술관 또한 미술품과 관람객을 위한 ‘영혼의 전당’ 정체성(originality)을 지켰기에 명성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 둘은 다 맞다. 형태(외관)의 놀라움이나 센세이션의 힘이 없다면 다중의 발길을 끌기 힘들고, 영감이 샘솟게 하는 독창성이 없으면 오래 이어지기 어렵다. 관광 관점에서 보면 이는 냉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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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그랜드홀 내부.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비니어드(vineyard) 스타일이다. 2017년 1월 17일 엘프필하모니 개관 공연 당시 펼쳐진 기념행사를 담은 사진. 랄프 라르만(Ralph Larmann) 촬영.
이상훈 드림원정대 대표·엘프필하모니 제공 |
■부산의 의기소침
▷관광 ▷랜드마크 ▷예술문화를 통한 재생에서 부산은 의기소침한 분위기가 짙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성공사례를 축적하거나 동력을 키우지 못했다. 예컨대 이렇다.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98~100층에 초고층 전망대 부산엑스더스카이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보기 드문 조망과 강점을 지녔음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엘시티 자체를 둘러싼 여론이 좋은 편이 아닌 점 등 여러 이유로 반향은 미약하다. 북항 부산 오페라하우스 신축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취임 초기 여론이 지극히 안 좋게 형성되면서 기대감이 아닌 걱정을 낳으며 도시에 활력을 주지 못했다. 서울 롯데월드는 욱일승천 기세로 완공됐는데, 남포동 옛 부산시청 자리에 설 예정이던 롯데타워는 가시권에서 사라졌고 존재감이 없다.
그 사이 망양로 등 산복도로는 조망이 신축 고층 아파트에 가려 부산만의 문화자산으로서 가치가 반감됐다. 부산근대역사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지점을 ‘문화’로 잇는 일이 진행 중이라지만, 그 앞 보수동책방골목 주요 서점이 헐리고 주거시설이 생기며 ‘문화자산이라고 목소리 높여도 소용없더라…’는 무력감이 생겼다. 전국이 주목한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는 어려움을 겪는다. 부산항 제1 부두가 제대로 보존될지 지켜보는 형국이다. 부산은 전망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이를 감당할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나?
■무대를 둘러싼 객석도 눈길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Elbphilhamonke)와 브라질 상파울루 미술관(MASP·Museu de Arte de Sao Paulo)을 들여다봤다. 해외 사례에 의존하는 건 자칫 허무해질 수 있지만, 취재를 도운 이상훈 드림원정대 대표와 함께 검토하면서 두 사례는 참조할 점이 있다고 봤다.
엘프필하모니는 2017년 1월 11일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에 들어섰다. 함부르크는 독일 제2 도시고, 낡은 항만이던 하펜시티에서는 2001년부터 거대한 도심 재개발사업이 펼쳐졌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다. 가장 늦게 끝나는 사업은 2030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2017년 엘프필하모니가 개관했을 때 방영된 뉴스를 유튜브에서 보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구겐하임 빌바오와 맞먹는 최고 명물 탄생’이라고 타전했다. 헤르조그 & 드 뮈론(스위스)이 디자인했고 토요타 야스히사(일본)가 음향을 설계했다.
엘프필하모니를 몇 마디로 설명하는 건 어렵다. 1875년 건립한 이 항구 최대 물류 창고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지자 1966년 다시 짓고, 그 쓰임새가 끝나 1990년대 내내 창고가 텅 비자 2003년부터 예술공간을 짓는 계획을 실행하고, 창고 건물 위에 최첨단 17층 건물을 얹는 방식까지 스토리도 선명하다. 최고 공연장 두 곳과 호텔, 예술교육공간, 전망대, 독특한 외피를 갖췄다. 2100석 그랜드 홀은 객석이 무대를 (약간은 마당극·탈춤 무대처럼) 감싼 비니어드(vineyard·유럽 포도밭) 형식이다.
■왜 어떻게 우여곡절 극복했나
이곳을 찾아가 관람하고 논문도 쓴 드림원정대 이 대표는 “우여곡절이 아주 많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엘프필하모니가 이제껏 본 적 없는 자태·위용·기능을 드러내며 개관했을 때 ‘애초 개관 목표 연도보다 7년 늦고, 최초 예산보다 10배 넘게(13년 동안 총 8억4900만 유로·1조1100억 원) 투입된’(당시 TRT World 등 보도) 상태였다. 비판·항의·분쟁·소송·중단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가장 앞선 선진국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잘 믿기지 않는다.
여기서 연구대상은 기간 연장·예산 초과는 아니다. 함부르크시는 대체 어떤 비전이 있었기에 이토록 어려운 과정을 끌고 갔는지, 예산이 줄곧 증액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어떻게 소통했는지 과정을 궁금해할 필요가 있다.
다원화·민주화된 부산의 자원은 제한돼 있다. 이런 도시에서 예술로 관광을 리디자인하거나 랜드마크 전략을 세우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한 연구가 축적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도했다가 여의치 않으면 엎는 악순환에 갇힌다. 관광을 위해 예술을 활용하는 일에서 거시·미시를 통합·융합해 이해하는 도시 리더십이 그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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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 이젤을 이용해 미술품을 전시한 브라질 MASP(상파울루 미술관). 이상훈 제공 |
■투명 이젤에 그림을
MASP(상파울루 미술관)는 ‘남반구에서 가장 중요한 미술관’으로 꼽힌다. 브라질 재벌 아시스 샤토브리앙이 희사했고, 리나 보 바르디가 설계해 1968년 초거대 도시 상파울루 번화가에 들어섰다. 1층 공간은 개방형으로 텅 비워 시민이 활용하게 하고, 건물은 외부 지지물에 매달린 듯한 ‘현수’ 방식으로 지었다. 그래서 내부에 기둥이 없다. 이는 전시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부는 아니지만, 콘크리트와 나무를 섞어 만든 지지대에 투명한 이젤(그림 틀)을 끼우고 거기에 중요한 미술품을 거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MASP는 유명하다.
이 대표는 “MASP에 갔을 때 투명 이젤을 보고는 ‘궁리하면 답은 나오는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MASP 관련 유튜브 영상을 맹렬히 검색한 결과, 시민을 위한 미술 교육과 연구도 매우 활발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MASP는 상파울루 시민의 자랑, 관광객의 사랑 속의 옹골찬 랜드마크다.
형태의 놀라움(거시)과 내용의 독창성(미시)의 융합 그리고 공감(예술교육과 연구)이 예술로 관광을 리디자인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