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상 확립 노력… 회한·미련 없어”
- BIFF “공식 논의 없었다” 당혹
- 내달 총회 차기 후보 논의할 듯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사진) 집행위원장이 개인 SNS를 통해 26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전 집행위원장은 26일 자신의 SNS에 “Leaving BIFF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며)” 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글은 영어와 한글 순으로 작성돼 있으며 첫머리에서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난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창설하고 부산이 아시아 유일 메이저 영화제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므로 회한이나 미련은 없지만 영화제가 정치인과 진영 논리에 이용당하고 서로 적대시하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서 매우 안타깝다”고 썼다. ‘다이빙벨’ 사태로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은 내홍을 언급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글 후반부에 ‘특히 감사했던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나 영화제 동료는 전혀 없어 통상적인 사퇴의 변에 비해 의아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공식적으로 사퇴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퇴진 자체는 분위기상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보인다.
전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1일 끝난다. 그는 영화제의 월드시네마 부문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유럽, 미주권의 영화는 물론 체코, 루마니아 등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부집행위원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전 집행위원장이 위촉될 때 안팎의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협력업체에 중개수수료 1100만 원을 지급한 뒤 2014년 11월 전액을 돌려받아 사용한 혐의(사기)로 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은 전력이 있어 영화제 수장으로 적합한가 하는 비판이 일었다. 전 집행위원장은 이용관 이사장, 고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초기부터 이끌었던 인물로 영화제 전반을 잘 파악하고 있지만 세대교체나 혁신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의 사의의 변에 달린 댓글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창립멤버 한명이 떠남으로써 “한 시대가 저무는 것 같다”는 아쉬움과 “영화제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는 전망이 교차했다.
그의 사퇴로 공석이 되는 집행위원장 자리를 두고서도 영화제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임을 거듭 밝혔다. “공식 확인 절차도 아직 거치지 않아 어떤 것도 언급하기 어렵다”며 “후임에 대한 문제도 지금은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관련된 사항은 영화제 총회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부산국제영화제 총회가 예정돼 있으므로 그 때 관련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는 별도로 영화계에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언급되는 이들 가운데 오석근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임기가 만료됐고 지역 영화인으로서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으며 이용관 이사장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를 포함해 “너댓 명의 후보군이 있다”는 말은 오가지만 아직 뚜렷이 거론되는 사람은 없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