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 초반 자극적 내용 없어 의외
- 이혼 요구받는 전수경 연기 일품
절필을 선언했던 임성한 작가가 피비(Pheobe)라는 필명으로 TV조선 새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임 작가 특유의 논란을 몰고 다니는 자극적 스토리가 아니라 그의 초기작인 ‘인어아가씨’, ‘보고또보고’같은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보다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수위의 내용이라 놀랍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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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작사 이혼작곡 |
임 작가의 대사 몰아침과 말 맛은 여전했다. 아버지의 죽음이 어머니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피영(박주미)은 어머니 모서향(이효춘)을 무섭게 몰아붙인다. 임 작가는 여성 캐릭터 둘을 한 신에 넣어 대사로 감정과 갈등을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메라 워크는 두 인물의 얼굴만 번갈아 보여주고 나머지는 예의 방대한 대사로 채워간다.
절필 직전의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도 모녀지간의 갈등을 서슬 퍼렇게 묘사한다.
거의 1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사피영은 모서향을 이기적이며 배려가 없고 가정을 지키지 못한 인물로 묘사한다.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왜 이해하지 못하고 나도 못 만나게 했느냐며 숨도 안 쉬고 다그친다.
사피영의 행복한 가정이 자신이 어머니를 비난하는 만큼의 강도로 깨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한 복선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청자가 숨이 찰 정도로 많은 대사량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극의 흐름이나 특유의 가르치는 듯한 말투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이시은으로 등장하는 전수경의 연기는 충분히 현실적이고 칭찬 받을 만하다. 극 중 두 아이의 엄마이자 라디오 작가이고 남편 박해륜(전노민)의 도시락까지 직접 쌀 정도로 집안일까지 모두 혼자서 해내고 있다. 그러니 손목이 남아나기가 어렵다. 양 손목에 파스를 가늘게 잘라 돌려 붙이고 화장기 없이 푸석하고 생기 없는 얼굴에 좀은 체념한 듯한 표정까지 설정도 훌륭하다.
2회에선 남편의 급작스런 이혼 선언을 듣고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요리를 하면서도 잘 드러냈다. 평소라면 눈 감고도 해내는 달걀말이를 재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소금을 뒤늦게 치거나 프라이팬에 기름도 넣지 않고 달걀물을 붓는 등 들끓는 마음을 대사 없이도 잘 보여줬다. 20살 때 만나 알뜰살뜰 이뤄온 가정이 부서지는 괴로움에 맞닥뜨렸는데도 아이들 아침밥을 준비하는 일상을 부여잡고 무너져내리는 결혼 앞에서 고통받는다.
이를 두고 임성한 특유의 막장 전개는 어디로 갔는가 하는 의문이나 실망(?)도 많다. 아직은 2회밖에 방송이 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직까지는 초반 스토리 라인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신유신(이태곤)과 사피영(박주미) 부부의 애정어린 모습이 얼마나 파국으로 치달을까 하는 불안한 기대를 주고 있으며 이미 이혼을 원하는 판사현(성훈 ) 부혜령(이가령) 부부는 판사현이 차에서만 쓰는 비밀 휴대전화를 아내 부혜령에게 들키고 이혼을 위해 부모를 만나는 등 파탄 전조가 기다릴 것 없는 속도감으로 몰아친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