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 강기표
- 바다 조망 빅루프 체험프로그램
- 성사된다면 엄청난 즐길거리로
# 철학자·미학자 이지훈
- 굿즈 개발로 브랜드 가치 올려야
- 주위 나무 심어 보행친화적으로
# 무대미술가 백철호
- 기념비적 건물 유기적 확장 노력
- 정체성·철학 존중하며 단장하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영화의전당 광장에 들어선다. 널따란 평지 광장에서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탄다. 비보이들이 와서 춤을 연습하기에도 마침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산책하고, 여행객은 이 멋진 건물을 쳐다보며 천천히 ‘영전’(영화의전당 약칭)에 스며든다. 부산에서 이렇게 뻥 뚫리고 통일감·안정감을 주는 평지 광장은 별로 없다.
| |  |
|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건물을 이어주는 다리 위에서 이지훈 철학자·미학자, 백철호 무대미술가·시노그래퍼, 강기표 건축가(왼쪽부터)가 여행객을 위한 명소로서 영화의전당 매력을 높일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세계 건축계에서 널리 알려진 쿱 힘멜브라우가 디자인한 건물 내부는 우리 일상의 상식을 깨버린다. 건물이란 사각형으로 되어 대칭을 이루는 철근·콘크리트·목재의 덩어리라는 상식이 이 ‘비선형’(nonlinear·비례와 대칭의 규칙을 따르지 않음) 공간에서는 안 통한다. 영화관 4곳, 공연장 1곳이 영화의전당 품속에 안겨 있다. 공연장+영화관이 제대로 조합된 공간은 이곳 말고는 부산에 없다.
안팎 구조 또한 독특해, 당신이 창의성이란 걸 몸으로 한번 느껴보고 싶다면 영화의전당에 가면 된다(통념을 깨는 구조인 데다 복잡하게 구성된 측면이 있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단점은 있다). ‘비프힐’ 건물로 들어가 ‘더블콘’을 지나서 ‘시네마운틴’ 속으로 들어서는 과정, 가로 60.8m 세로 162.5m ‘빅루프’ 아래로 지나가는 시간은 일종의 탐험이고 호기심 천국이다. 부산 관광을 예술로 리디자인(redesign)한다고 할 때, 영화의전당이라는 건축물 덩어리는 매력덩어리가 되며 최상급 잠재력을 내뿜는다. ‘영전’을 건너뛸 수는 없다.
영화의전당이 가진 잠재력과 매력 그리고 과제와 약점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3인을 초청했다. 강기표 건축가, 이지훈 철학자·미학자, 백철호 무대미술가·시노그래퍼(약력 기사 참조)다. 이들 전문가는 부산에 온 여행객에게 자랑하며 내놓을 명물로서 영화의전당이 가진 매력과 잠재력에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그런 매력과 잠재력을 전제로 깔고 좌담하다 보니 풀어야 할 과제와 비판도 꽤 나왔다. 이는 실상 애정의 표현이었다.
■강기표 건축가
| |  |
| 지난해 빅루프 천장 LED 화면에 선보인 코로나 19 극복 ‘덕분에’ 캠페인. 영화의전당 제공 |
영화의전당은 쿱 힘멜브라우가 디자인한 해체주의 건축물로 평가되는데, 내 의견으로는 ‘비선형 건축물’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 조형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이 건물 설계의 기본 개념은 ‘융기’다. 솟아오르는 상승 이미지이다. 구름도 만나고, 그 위에 빅루프(big roof)가 있다. 디자인 측면은 상당히 괜찮다. 그러나 디자인을 실제로 구현하는 시공 과정에서 ‘디테일’이 약해진 단점이 있다. 원래 구상을 세심하게 표현하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그런 점에서 방문객이 빅루프에 직접 올라갈 수 있게 하거나 천장에 들어가 골조를 직접 살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도입을 현재 영화의전당이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추진해볼 만한 좋은 아이디어다. 관광객이 빅루프에 올라가 수영강과 해운대·광안리 바다 쪽을 조망할 수 있다는 뜻 아닌가. 빅루프 천장면은 영상이 구현되는 거대한 LED 화면이어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쉽게도 해상도가 낮다. 지금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매우 발전해 엄청나게 큰 화면에 아주 높은 해상도의 영상을 상영할 수 있고 서울 코엑스 등에 실제 사례도 있다. 빅루프 천장 LED를 최신 것으로 바꾸는 아이디어도 검토됐던 것으로 아는데, 성사된다면 엄청난 매력 요인이 될 것이다.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도 있을 것이다.
시설·공간 재배치도 꼭 필요하다. 방문객의 동선을 더욱 친절하게 고려하면서 통일성·일관성을 갖추는 시설 재배치는 가능하다.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인근 일대를, 영화를 주제로 가꾸는 ‘월드 시네마 랜드마크’ 사업이 마무리 단계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전의 매력과 광장의 순기능을 잘 가꾸기보다 뭔가 자꾸 채워넣고 덧붙이려는 강박이 느껴져 나로서는 굉장히 걱정된다.
■이지훈 철학자·미학자
영화의전당과 BIFF를 잘 표현하는 기념품과 굿즈(goods)를 개발하고, 독보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영화의전당 내 기념품 숍이 2015년 생겨 2019년 문을 닫았다. 그곳이 문을 닫은 직후 영화계에서 굿즈 열풍이 시작됐다. 과연 그때의 운영 방식이 알맞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단순히 수익을 올리는 차원이 전혀 아니다. 굿즈의 이미지, 브랜드의 가치가 장소를 명소로 만드는 중요한 힘으로 작용한다. 그 가능성을 발굴해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에 너무 인색했다.
1996년 제1회 BIFF 때 출품작 ‘풍월’에 출연한 홍콩 배우 장국영이 부산에 왔다. 지난 25년간 해마다 BIFF에 수많은 영화인과 스타가 왔고 BIFF에는 그에 관한 방대한 기록과 자료가 있다. 그러나 이를 검색하거나 활용하기는 지극히 어렵다. 미리 준비해 초상권·저작권 문제를 해소한다면, 세상에서 BIFF와 영전만 가진 기념품·스토리·자료를 갖출 수 있다. 이는 BIFF를 뒷받침해준 관객에게 주는 애프터 서비스이기도 하다.
현재 월드 시네마 랜드마크 사업에 ‘라이브러리’ 조성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 소중하다. 동시에 BIFF와 영전을 찾은 영화인의 자취를 누구나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특화된 전시공간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나무 심기’를 중요한 과제로 제안한다. 쿱 힘멜브라우가 설계한 세계의 건축물을 검색해보니, 주위를 나무와 잔디로 둘러싼 사례가 많았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도 도시재생 등에서 상황이 정말 안 좋다면 나무를 심어라, 그러면 좋아진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도시공학자 제프 스펙은 보행친화성을 높이려면 나무를 심으면 된다고 했다. 영화의전당은 보행친화성이 낮고 자동차 위주 공간 구성으로 치우쳐 있다. 나무를 심는 것부터 시작하자.
■백철호 무대미술가·시노그래퍼
기념비적인 건물을 지은 뒤 그걸로 끝이라며 손을 놓으면 절대 안 된다. 그 건축물이 다채롭게, 유기적으로 돌아가 연결되고 확장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영화의전당의 멋진 지붕 아래 광장에 관객이 드러누워 영상과 공연을 보고, 새로운 각도에서 이 건축물을 감상하는 시도를 상상해본다. 영화의전당 전체 모습을 멀리서 조망하는 지점을 찾는 것은 어떻겠는가.
지금 짓고 있는 부산오페라하우스 활용 방안에 관한 걱정이 크다. ‘해외 유명 대작 오페라를 서울의 대형 기획사를 통해 불러와서 공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고위층도 많은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부산 예술생태계도 치명타를 맞고 오페라하우스 건물은 덩그러니 서 있게 될 것이다. 영화의전당이 다양한 차원에서 시민과 관광객 가까이 다가가려면, 이런 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건축물을 관통하는 큰 줄기가 뭔지 계속 생각해야 한다. 새롭게 단장하거나 고치더라도 건축물의 정체성과 건축가의 철학을 존중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게 전제돼야 일관성과 스토리가 생긴다. 명소와 명물은 그렇게 탄생한다. 영화의전당 내 하늘연극장은 좋은 공연장이고, 공연예술인이 좋아한다. 이는 영화와 공연이 결합한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한다. 기술적으로 하늘연극장을 점검·보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