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영시간 긴 ‘아웃원’, 4부 나눠
- 관찰자 입장서 실험적 작품 특징
“골통 예술가가 던져주는 새로운 예술을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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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크 리베트의 영화. 1 ‘잔 다르크’ 2 ‘미친 사랑’ 3 ‘북쪽 다리’ 4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스틸 컷. |
누벨바그 영화에서도 가장 난해하고 까다로운 감독으로 꼽히는 자크 리베트의 국내 최대 회고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다음 달 10일까지 18편을 상영하는 그의 회고전에서는 기존 서사 영화의 틀을 벗어나 관객과 배우에게 ‘창작 권력을 이양’한 실험적 영화 세계를 선사한다.
리베트는 1950,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 시대를 이끈 감독 중 가장 늦게 이름을 알렸다.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클로드 샤브롤 등과 함께 누벨바그 기수로 꼽히는 리베트는 장뤽 고다르와 함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고다르가 작품의 내용과 제작 방식에 진보적 정치 성향을 담으려 했던 것과 달리 리베트는 작품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 내기를 절제하고 관찰·기록자의 입장을 유지했다.
리베트 영화의 도드라진 특징은 끊임없이 픽션(연극 소설 영화 등 허구적 작품) 만들기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무려 13시간의 긴 러닝타임 탓에 이번 회고전에서 4부에 걸쳐 상영되는 ‘아웃원’이다.
작품에서 감독은 저마다 다른 형식과 내용의 연극을 만드는 세 집단의 작업 과정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를 본 관객은 영화 속 연극의 내용은 물론, 이런 작업을 하는 감독의 궁극적인 의도도 헤아리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회고전을 기획한 허문영 프로그램디렉터는 “리베트가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끊임없이 허구 작품을 만드는 인간의 활동이다. 특히 연극 만들기가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데, 감독은 어떠한 방식으로 연극을 만드는 지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림을 소재로 한 작품 ‘누드모델’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리베트 영화의 자유로움도 관객이 그의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1970년대 리베트 영화 중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는 주인공 행동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장면이 많은데도,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즐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허구적 모험’을 즐기며 노는 두 여성 주인공의 자유로움과 발랄함이 영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에게 정통 서사 영화의 쾌감과 다른 만족감을 주는데, 배우에게 최대한 상황을 창작해 즉흥 연기를 하도록 기회를 제공한 리베트의 독특한 작품 제작 방식이 있어서 가능했다. 감독이 시나리오 속 서사구조를 지배하는 권력을 포기하고 관찰·기록자로서 자신을 낮추는 순간 카메라 너머에서 자유롭게 노는 배우들의 쾌감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허 디렉터는 “리베트 작품세계에서는 기존 영화산업에서 중요하게 다룬 2시간 러닝타임과 배우의 연기력, 시나리오 모두 중요한 게 아니다”며 “관객은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 텅 빈 상태에서 영화를 체험하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7일 오후 3시 ‘북쪽 다리’ 상영 뒤 임재철 평론가의 특별 강연도 열린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