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수상 소식을 계속 들려주고 있다. 윤여정이 세운 연기상 수상 기록이 벌써 26관왕이다. ‘미나리’는 현재 전 세계 영화상 74관왕을 기록 중이다. 윤여정이 1947년생이니 올해 74세. 나문희, 박원숙, 메릴 스트립, 글렌 클로즈 등과 비슷한 연배인데,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한다.
해외에서 태어나 자란 이민 3세 정이삭 감독이 만든, 한인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국 영화라 할 수 있는 ‘미나리’는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아마도 ‘미나리’는 윤여정의 자전적 영화일 가능성이 크다. 40여 년 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윤여정이 미국에서 동양인 이주 여성으로 겪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하게 한다. 백발이 된 그가 펼치는 연기가 궁금한 것은 칠순 넘은 나이에 할리우드에 진출했다는 이유를 넘어 그간 겪은 삶의 굴곡을 모두 쏟아부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일 것이다. 1970년대 초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 ‘충녀’(1972)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연기가 아쉬워질 무렵 미국행을 택했고, 10년 미국 생활 끝에 1985년 영화·드라마로 돌아온 윤여정은 언젠가 회상했듯 충무로가 주목했던 여배우에서 대사 두 마디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조연 배우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요즘 우리는 tvN 나영석 사단이 기획한 필리핀·스페인의 ‘윤식당’에 이어 ‘윤스테이’의 한옥 여주인이 된 그를 만난다. 코로나19 시기에 국내 한류 콘텐츠 소개로 역발상을 한 프로그램의 안주인 윤여정. 이 프로를 보며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건 그가 게스트들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진심 때문이다.
윤여정의 성공 뒤에 딸 둘을 훌륭히 키워낸 어머니가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딸 한 명은 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로, 또 한 명은 공연계를 책임지는 문화계 수장으로 키워낸 이 어머니의 교육법은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정신과 여자라서 못 할 것은 없다는 진취적 사고’였다. 윤여정의 도전과 배우로서 자존심 그리고 “일흔 나이에 코 꿰었다”며 엄살 부리지만, 맡기면 영어로 손님을 응대하고 열심히 파전을 부쳐서 내주는 마음. ‘윤스테이’를 보며 나도 그곳에서 하룻밤 자며 그 손길을 느끼고 싶어진다.
장은진 동서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