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디자인, 인문적 가치로 확장
- 가덕 ‘이순신공항’ 명명 제안도
- 부산은 이랬으면 좋겠단 희망
- 관광기념품 진화시킨 원동력
- 항구도시 상징 테트라포드도
- 예술인의 도전으로 기념품화
- 관광과 예술 접목 못 피할 숙명
- 국제관광도시 발전 동력 기대
아마존은 원래 ‘카다브라(Cadabra)’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 이름을 바꾼 이유 가운데는 ‘카다브라가 시체를 뜻하는 cadaver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도 있었다고 한다. 트위터는 창립 때 이름이 ‘스테이터스(Status)’였고, 넷플릭스(NetFlix)는 거의 ‘시네마센터(CinemaCenter)’가 될 뻔했다. (마크 랜돌프 지음 ‘That Will Never Work’ 95~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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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천문화마을 위길호 작가가 만든 부산항 풍경 엽서와 엽서 꽂이. 맨 앞 테트라포드 축소 모형은 영도 무명일기에서 산 것이다. 김종진 기자 |
넷플릭스 창업을 6개월 앞둔 1997년 초(이 회사는 인터넷 기반 DVD 대여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었다), 회사 이름 후보로 오른 15개 낱말 중 ‘넷플릭스’를 고른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플릭스(Flix)는 flicks와 발음이 비슷한데, skinflick / fleshflick / pornoflick이 외설·도색 영화를 뜻하는 데서 알 수 있듯 저질 이미지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시네마센터’를 물리치고 ‘넷플릭스’가 선택됐고, 이 이름은 세계를 지배한다. 교훈. 누구나 좋은 이름을 짓고 싶어 한다, 그러자면 인문·예술·문화 식견이 필요하다.
이 시리즈를 통해 ‘예술로 부산 관광을 리디자인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에 ‘좋은 이름’을 하나 선사하되 예술·문화·인문의 힘을 활용하자는 주장이고 당부였다. 부산 관광의 기반(하드웨어)과 내실(소프트파워)을 융합해 저력·효율·효력·다양성을 최고 단계로 올리려면, 이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확장 : 넘나드는 예술·문화·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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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원정대 이상훈 대표가 수집한 세계 음악 공연장 기념품. 음악가 모습이 인형과 마그넷에 잘 표현됐다. |
이런 생각을 하며 드림원정대 이상훈 대표를 만나러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곁 ‘더 클래식’을 찾아갔다. 이 대표가 사무를 보는 공간이다. ‘부산 관광, 예술로 리디자인’ 시리즈는 드림원정대와 국제신문 ‘합작품’ ‘공동기획’이라 해도 좋을 만큼 이 대표의 경험과 자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지난 11년간 부산에서 아트 트래블 회사를 운영하며 세계 1280개 도시에서 600편의 공연을 봤고 500여 곳 미술관에 갔으며 수많은 예술축제를 체험했다.
“잠깐 다른 일을 급히 하고 있다”고 그는 근황을 들려줬다. 듣고 보니 ‘다른 일’이 아니었다. ‘부산 관광, 예술로 리디자인’과 닿아 있다. “오래전부터 ‘가덕도 신공항’이 우리나라 전체 발전을 위해 꼭 들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그간 모은 전 세계 공항 자료를 분석·정리해 가덕도 신공항 이름을 ‘이순신공항’으로 정하자는 내용을 담은 책을 상반기에 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치하의 2020년을 빼면 1년 평균 해외 공항 50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공항 특성을 그때그때 취재했고 사진 38만 장을 찍었다.
“폴란드 프레데릭 쇼팽 공항(바르샤바) 바웬사공항(그단스크) 코페르니쿠스공항(브로츠와프) 요한 바오로 2세 공항(크라쿠프), 영국 존 레넌 공항(리버풀), 프랑스 생텍쥐페리공항(리옹) 샤를 드골 공항(파리), 미국 루이 암스트롱 공항(뉴올리언스) 오헤어공항(시카고) JFK공항(뉴욕), 매캐런공항(라스베이거스), 조지부시인터컨티넨털공항(휴스턴)…모두 사람 이름을 딴 공항입니다. 예술·문화인 비중도 상당하죠.”
예술 대신 ‘인문·문화로 리디자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겠지만, 인문·문화는 예술과 사촌이다. 그가 ‘이순신공항’을 주창하는 것은 인문 가치를 도시와 관광에 입혀 긍지와 성취를 이룬 다른 도시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리디자인’ 수단은 예술에서 문화·인문으로 확장할 수 있고 해야 한다.
■진화: 조금씩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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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길호 작가 |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에 일러스트레이터 위길호 작가를 만나러 갔다. 고향이 부산인데, 서울서 활발히 활동하다 2016년께 감천문화마을로 와 작품을 만든다. 그는 명함에 ‘PRINT PEOPLE’(프린트 피플)이라 새겼고, 자신을 Printmaker(프린트메이커)로 소개한다. 감천문화마을 ‘길가’에 그가 운영하는 공간이 있다. 거기 들어서면 위길호 작가가 그리고 찍고 만든 여러 작품이 말을 걸어온다. 엽서 스카프 판화 회화 공예품이 눈길을 잡는다. 부산 풍경, 바다 모습이 많다. “서울 시절에도 항구에 관한 작업을 했고 부산에 오기로 마음먹는 데도 ‘항구도시 작업을 더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에게는 어릴 때 보고 느낀 부산 모습이 원형질처럼 몸속에 남아 있다. 그런 그가 부산을 느끼고 작품으로 표현하는 태도는 인상 깊었다. “정말 부산다운 건 뭘까? 어떻게 드러낼까? 생각을 많이 하고 깊이 들여다보려 해요. 요즘 부산에 아파트가 아주 많이 들어섭니다. 그런 아파트 이미지가 부산을 대표할 순 없겠죠. 저는 부산 모습을 그리면서 그 아파트 모습을 빼고는 해요. 아파트 너머에 있는 걸 보고 싶은 거죠.”
내가 생각하는 부산, 부산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그는 표현한다. 풍경이 예술이 되는 길목이 바로 여기 어디쯤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았다. 예술품이자 관광기념품으로 사 가는 것이다. “관광기념품은 상품이죠. 상품은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야죠. 상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지는 않고요, (예술·창작)작업을 하면 상품(관광기념품)이 나옵니다.” 위길호 작가 이야기 속에서 부산 관광기념품의 진화가 어느 정도 만져졌다.
■도전 : 테트라포드에 날개를 달자
위길호 작가 공간은 몇 년 전부터 드나들었지만, 정식으로 인사한 건 지난 8일이 처음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테트라포드 엽서 꽂이’를 봤기 때문이다. 테트라포드(tetrapod)를 축소한 모형에는 자유롭고 화려한 채색도 해놓았다. 테트라포드는 항구도시를 상징한다. 파도를 막기 위해 방파제 근처에 우르르 쏟아놓은 육중한 구조물이다. 한때 부산 아이들은 그 위에서 뛰어놀기도 했다. 태풍 치는 날 파도에 젖는 테트라포드를 구경하며 파도의 광기도 느꼈다. 취재하면서 보니, 테트라포드 모형이 관광기념품으로 꽤 활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위길호 작가의 테트라포드 엽서 꽂이는 멋스럽다. 영도의 무명일기(물류 창고를 개조한 카페이자 핫플레이스)에서는 여러 사이즈의 테트라포드 모형을 기념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광복로의 크리에이티브샵과 감천문화마을 한 가게에서는 테트라포드 쿠션을 판다.
이는 부산 정체성을 담은 물체 또한 한 종류가 관광기념품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현장이었다. 테트라포드 기념품이 ‘변치 않는 마음, 육중한 사랑’ 같은 스토리텔링을 입어 부산을 알리는 새 관광기념품이 되기 바란다. 확장·진화·도전 속에 부산 관광을 예술로 리디자인하는 일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조봉권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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