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20> 부산 발전을 내다본 노래 ‘부산행진곡’

부산이 ‘아세아 현관’ 되길 바랬던 맘, 역동적 가사·리듬에 담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3-14 18:45:33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항, 일본이 처음 개항한 뒤
- 식민 통치 각종 수탈에 시달려
- 광복 뒤 한국전쟁까지 겪었지만
- 세계 3위 환적 항만으로 급성장

- 박시춘 작곡, 야인초가 쓴 가사
- 방운아가 밝은 미래의 꿈 노래

19세기 후반, 부산이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이 된 이래로 세월은 무려 145년이나 흘러갔다. 얼마나 많은 격동의 흐름이 펼쳐졌던가? 온갖 시련과 상처, 굴욕과 좌절도 많았지만 그것을 모두 극복해서 오늘의 번성한 모습에 이르렀다. 참으로 장한 모습이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부산은 조선시대 왜구의 단골 도발지역으로 시작되어 일본과는 갖은 인연으로 영욕을 함께했다. 조선 후기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은 부산 초량에 그들만의 조차지(租借地)인 왜관을 설치하고 거의 200년 넘게 경영해오면서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많은 고통과 아픔을 안겨주었다.
   
온갖 고난을 다 이기고 우뚝 선 부산항(신항)은 수출을 기반으로 한 눈부신 국가발전의 상징이며, 수많은 대중가요의 고향이 됐다.
이 왜관은 점차 확장되어 일본인들의 완전한 전관거류지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부산의 중심은 모두 일본이 틀어쥐었다. 이후 부산세관과 감리서의 설치, 제국과 식민지의 경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부관연락선 운항과 경부선 철도 부설, 부산항 매축과 시가지 형성 따위의 중요한 사업들이 모두 일본인의 기획과 의도 속에서 수행되었다. 개항기 이후 부산의 모든 문물의 현상과 변화는 오로지 일본의 제국주의적 장악과 관할 속에 이루어졌다. 제국 일본에게 한반도는 거대한 대륙을 잇는 꿈의 통로였고, 나아가서는 헛된 대동아의 꿈을 실현하게 해주는 병참기지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의 위상은 그들 군사기지로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초기 왜관 경영 시절부터 일관되게 이어진 이러한 분위기는 20세기 중반까지 줄곧 계속되어 한반도를 황폐한 비운 속에 빠뜨렸던 식민통치와 맞물려 가혹한 침탈의 역사가 전개되었다. 일제식민통치는 부산의 순조로운 발전을 저해, 차단하고 그들만의 제한적 경영으로 일관되게 독점하였다.

하지만 광복 이후 부산은 지난날의 온갖 악조건을 무릅쓰고 마침내 서구문물이 들어오는 교역과 개항장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지켰다. 6·25 전쟁 중에는 피란지 임시수도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남동 임해공업지역의 중심도시, 해수욕장으로 대표되는 관광도시, 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문화도시로서의 번성한 면모를 완전하게 갖추었다. 이를 어찌 기적이라 일컫지 아니할 수 있으리오.

■온갖 악조건 이기고 우뚝 선 부산항

   
‘부산행진곡’을 부른 방운아.
부산항은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랑스런 환적(換積) 항만이며, 환적 거점항이다. 부산항의 물동량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중국 일본 미국으로 연결되는 환적 화물이 주도하고 있다. 1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말하는데, 월간 거의 200만 TEU 가까운 물동량이 부산 신항에서 가동 된다. 멀리서 부산 신항 쪽을 바라다보노라면 그 놀라운 컨테이너의 광경에 숨이 막힌다. 가히 장관이다. 부산항의 국제적 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광경이다.

1956년에 부산 미도파레코드사에서 발표된 ‘부산행진곡’(야인초 작사, 박시춘 작곡, 방운아 노래)의 가사를 음미해보면 이후 부산의 눈부신 발전을 미리 예언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동서양 넘나드는 무역선의 고향은/ 아세아 현관이다 부산 항구다/ 술 취한 마도로스 남포동의 밤거리에는/ 꽃 파는 젊은 아가씨들의 노래가 좋다

우뚝 선 영도다리 갈매기들 놀이터/ 물에 뜬 네온불도 부산 항구다/ 메리캥 부둣가에 내일 다시 만나 주세요/ 파자마 입은 아가씨들의 인사가 좋다.

봄바람 동래온천 여름 한 철 송도요/ 달마중 해운대도 부산 항구다/ 가느니 못 가느니 종열차의 베루(Bell)가 운다/ 경상도 사투리 아가씨들의 이별이 좋다

-‘부산행진곡’ 전문



부산은 말 그대로 ‘무역선의 고향’이며 ‘아세아의 현관’이다. 다국적 화물선들이 수시로 부산항을 드나들었으니 부산 시내 남포등 등지의 환락가는 불야성을 이루었으며 해외선원들의 출입이 잦았을 것이다. 부산의 명물인 영도다리를 비롯해서 송도와 동래온천장, 해운대 달맞이 등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화려한 부산항 불빛이 바다에 비치는데 그 부두에 정박하고 있는 거대한 이국 상선의 풍경이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사실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으니 이만큼 번성하지는 못했을 터이지만 이 작품의 밝고 경쾌한 감성, 다이내믹한 곡조와 가사표현에서는 장차 도달하고 싶은 부산 발전의 꿈, 반드시 성취하고야 말겠다는 기대와 포부, 갈망 따위가 유감없이 반영되어 있다. 그때로부터 반세기가 흘러간 지금, 오늘날 부산의 번영과 위용을 50년 전에 미리 예견하는 듯한 가요작품의 묘사가 참으로 흥미롭다.

■항구의 번영을 예언한 노래

   
미도파 레코드에서 발매한 ‘부산행진곡’ 앨범.
이 노래의 작사가 야인초(본명 김봉철)는 황해도 박연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레코드사에서 잠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해방 직후 귀국해 부산 영도 남항동에 정착해 선박용 스크루를 제작하는 철공소를 운영했다. 하지만 음반제작에 뜻이 있어 철공소 한쪽에 영세한 음반설비를 갖추어 이름을 코로나레코드라 했다. 그러나 제작실적은 별반 없는 상태였고, 미도파레코드에서 녹음 일을 도와주며 작사활동도 겸했다. ‘오동동타령’(황정자), ‘칠일 간의 부산항’(정향), ‘자갈치 룸바’(은방울자매), ‘운명의 캬라반’(남인수), ‘신라의 북소리’(도미), ‘한 많은 대동강’(손인호) 등 다수의 명곡들이 그의 작품이다.

‘부산행진곡’의 작곡은 밀양 출신의 뛰어난 예인 박시춘이 걸출한 솜씨로 악보를 만들었는데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부산의 꿈틀거리는 기운이 직접적 실감의 곡조로 다듬어졌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던 가수 방운아가 멋진 가창효과로 승화시킨 것이다.

   
방운아는 경북 경산 출생으로 본명은 방창만이다. 소년시절부터 두부공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노래 솜씨를 익혔다. 대구 오리엔트레코드 전속으로 선발되었지만 히트곡을 내지 못하다가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백영호의 제자가 되면서 도미도, 빅토리레코드 등을 통해 다수의 히트곡을 발표할 수 있었다. 예명도 처음엔 방태원으로 활동하다가 이후 방운아로 바꾸었다. 이를 보면 누구나 자신에게 마련된 기회와 운명의 경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래 ‘부산행진곡’을 들으면서 불빛 찬란한 부산항 야경을 창문으로 내다본다. 시인·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2. 2‘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3. 3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4. 4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5. 5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6. 6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7. 7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8. 8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9. 9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10. 10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1. 1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2. 2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4> 김웅
  3. 3김미애, 백신 부작용 국가가 입증하는 법안 발의
  4. 4국힘 당권 ‘영남권 중진-수도권 신진’ 대결로
  5. 5문재인 대통령, 장관 후보 3명 청문보고서 재요청
  6. 6홍준표 복당 선언에…국힘 PK 초선들 찬반 팽팽
  7. 7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3.9%
  8. 8국힘 당권 레이스, 불 붙은 혁신경쟁
  9. 9문재인 대통령 "흠결 무안주기식 청문회" 장관후보 3인 임명강행 의지
  10. 10부산 여야정 상생협의체 구축 합의…초당적 협치 가속화
  1. 1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2. 2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3. 3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4. 4해수부 석연찮은 감사 연장 비난 봇물
  5. 5떠오르는 사하 ‘대티역스마트W인공지능’ 특별분양
  6. 6저공해차 구매 실적 기장도시공단 150%, 동래구 0%
  7. 7최준우 주금공 사장 “40년 청년 모기지 하반기 도입”
  8. 8당감4구역·전포3구역에 주택 3766가구 공급
  9. 9스벅 ‘굿즈 이벤트’ 1회 주문 20잔으로 제한
  10. 10“콘텐츠 외부 개방해 초연결 과학관 만들 것”
  1. 1‘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2. 2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3. 3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4. 4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5. 5부산 남구청장 공약 ‘안심상가’, 임기 안에 달성하려 졸속 추진
  6. 6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9> 동래구 ‘허그라운드’
  7. 7김해, 부울경 순환선 건설 맞춰 연계 교통망 구축 나선다
  8. 8부산대 등 10개 국립대, 학생지도비 94억 허위로 타내
  9. 9해상타워 줄여(6개→ 3개) 환경훼손 최소화…매출 3% 지역기부 계획도
  10. 10부산관광공사 등 지분 참여 가능성…시민 공모도 검토
  1. 1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2. 2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3. 3“선수 성장 집중…공격야구 펼칠 것”
  4. 4멀티골 황준호, 11라운드 MVP
  5. 5kt 허훈, 어린이 후원금·쌀 기부
  6. 6공격 본능 깨어난 아이파크…‘닥공’으로 부활하나
  7. 7웨스트브룩 ‘182번째 트리플더블’
  8. 8롯데 새 감독 래리 서튼은 누구?
  9. 9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후임 래리 서튼 감독
  10. 10“최강은 나야 나”…‘고교 월드컵’ 16일 개막
우리은행
조봉권의 문화 동행
‘우리 동네 큐레이터’로 뛰며 기획자 김미희 씨가 느낀 것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부산항 테마가 많았던 이유
리뷰 [전체보기]
살인마도, 그를 쫓는 경찰도 모두 괴물…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스릴러’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새 책 [전체보기]
브라이턴 록(그레이엄 그린 지음·서창렬 옮김) 外
돈이 되는 라이브커머스의 정석(현세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꼰대를 향한 어른의 꾸짖음
작은 행동이 사회를 바꾼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하늘 봉숭아 /양향숙
자가진단 /김만옥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강하늘·천우희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고마운 이름들
윤여정 오스카 수상만큼 기대되는 수상소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인터랙티브 영화 또는 오래된 미래
유목 ‘당한’ 사람들 시대의 우울을 담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2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1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2일(음력 4월 1일)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1일(음력 3월 30일)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⑧ 장윤정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⑩ KBS ‘사랑의 굴레’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당(唐)대 최고 7언율시 최호의 ‘황학루(黃鶴樓)’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