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자국 영화 침체기 때
- 장르 초월 독창적 스타일 호평
- 롱테이크·롱샷 기법 등 파격도
“영화 ‘올드보이’ 속 장도리 액션 장면을 인상 깊게 본 관객은 이 감독의 영화가 볼만 할 겁니다.” 평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한 예술영화가 어렵다고 느낀 관객이라면 소마이 신지 감독의 회고전에 주목하면 좋겠다. 시네마테크에서 오는 25일까지 일본 뉴웨이브 영화 시대를 이끈 소마이 감독의 작품 11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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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마이 신지 감독의 ‘세일러복과 기관총’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
일본 뉴웨이브는 대형 영화사의 몰락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일본 영화계에 독창적인 스타일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1980년대 신예 감독의 경향을 통칭한다. 그 중 소마이 감독은 당시 유행했던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를 끊임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내 1960, 70년대 일본 누벨바그와 1990년대 일본 독립영화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소마이 감독의 작품 스타일은 하나의 장면을 편집 없이 길게 찍어 보여주는 ‘롱테이크’와 카메라가 피사체와 거리를 멀리 두는 ‘롱숏’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국내 관객에게 이 기법을 알린 영화는 ‘올드보이’다. 박찬욱 감독은 작품 속 오대수가 깡패 무리를 장도리로 무찌르는 장면을 컷 없이 한 번에 보여줘 편집에 의한 조작 없이 피사체의 ‘날 것’ 그대로의 성질을 관객이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소마이 감독은 초기작에서 이런 카메라 워킹을 자신의 원칙처럼 사용했다. 특히 아이돌 장르 전성기를 보낸 감독 답게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많이 다뤘는데, 대표작인 ‘태풍클럽’을 보면 기성세대의 부조리에 분노한 주인공의 불안과 초조 뿐 아니라 젊은 육체가 뿜어내는 활력을 편집이라는 인위적인 매개 없이 직접 느낄 수 있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세일러복 차림의 여고생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마니아가 많은 ‘세일러복과 기관총’은 오늘날 관객이 봐도 파격적이다. 롱테이크와 고속촬영 기법은 물론, 당시로서는 낯선 광각렌즈 등을 사용해 실험적인 카메라 구도를 선보여 야쿠자 액션 영화의 전형을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5년 뒤 마에다 코지 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해 ‘세일러복과 기관총-졸업’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회고전 이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리메이크 작품을 원작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마이 감독을 개성적인 스타일리스트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의 영화 상당수가 아동 청소년 가족에 초점 맞춘 것과 달리 ‘물고기떼’는 어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고단함과 쓰라림을 진하게 보여준다. 1990년대 연출한 ‘이사’ ‘여름 정원’ 등에서는 스타일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풍성하고 창의적인 디테일로 인물 장소의 질감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경지가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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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호텔’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
로망 포르노 장르의 ‘러브호텔‘은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남성이 홧김에 찾아간 러브호텔에서 돈으로 산 여성을 만난 뒤 일어난 감정의 동요를 서정적으로 묘사한다. 로망 포르노는 1970년대 일본 영화 침체기에 나타나 불황기 영화 인재에게 일자리를 줬다. 당시 저예산 에로영화보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와 영화기술을 사용해 완성도를 높인 로망 포르노는 마니아가 많았다.
회고전을 기획한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는 “소마이 신지는 당시 유행한 장르를 채택하면서 누구도 하지 않았던 독창적 기법을 적용해 영화를 만들었다”며 “스타일이 충실히 반영된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젊은 관객이 편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