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54>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③ ‘여로’

다시는 못 만날 우리의 순정 시대

  • 장은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3-17 19:50:3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 ‘미스 트롯’에 출연한 류원정이 ‘여로’의 주제가를 불렀다. 원곡은 이미자의 노래였다. 이미자가 곱디 고운 목소리로 부른 노래를 젊은 가수가 하는 것을 들으니 새삼 흑백 드라마 ‘여로’가 떠올랐다.

1962년 개국한 KBS는 후발 주자인 TBC와 MBC가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드라마로 시청률을 올리자 고심한다. 게다가 1970년 TBC의 ‘아씨’가 일일연속극 최고 인기를 누리자 KBS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정면대결을 택한다. 바로 1972년 ‘여로(旅路)’다. ‘여로’는 시청률 70%를 넘을 만큼 인기를 끌었고,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 녹화를 처음 시도한 작품이기도 했다.

1980년대 ‘인간시장’과 1990년대 ‘모래시계’가 그랬듯 ‘여로’가 방송되는 시간에는 길거리가 한산했고 저녁상 차리던 주부들은 넋을 잃고 보다가 밥을 태우기 일쑤였다. ‘여로’ 덕분에 TV 보급률이 올라갔다는 통계까지 있을까. ‘여로’의 영구 역을 맡은 장욱제는 당시 100 대 1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KBS 공채 4기 출신으로, ‘여로’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분이 역의 태현실 역시 결혼 이후 재기에 성공한다.

내 기억 속에 최초로 저장된 흑백 드라마의 편린은 TBC ‘달동네’지만, ‘여로’는 자라면서 끊임없이 부모님과 언니들에게 들었던 드라마이다. ‘여로’는 연출자 이남섭이 극본까지 썼는데, 아이들이 “땍띠(색시)야! 밥 줘” 하는 장면을 따라 한다는 이유로 아이들 정서에 유해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분이가 혹독한 시집살이를 희생으로 감내하는 순종적 여인상으로 그려진 점은 못내 아쉽다.

‘여로’의 의미는 일제강점기부터 6·25, 부산 피란에 이르는 격동의 시기를 개척하는 한국 여인의 일대기를 다룬 점에 있다. 지능은 모자라지만 아이처럼 순진한 남편을 극진하게 위하는 분이의 사랑을 통해 우리는 질곡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누이, 아내, 어머니를 만났다.

문득 배우 장욱제의 근황이 궁금해 찾아보니 2000년까지 부산의 한 면세점 대표로 있다가 사업가로 변신한 뒤 은퇴했다. 그는 ‘여로’ 속 순정남 영구로 영원히 기억된다. ‘여로’는 아낌없이 주는 사랑만으로 우리를 감동시켰던, 다시 못 만날 우리의 순정 시대를 소환한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9. 9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0. 10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