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56>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④ ‘달동네’

내 인생의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로 남은 흑백 드라마

  • 장은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3-24 20:14:01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80년대를 열었던 흑백 드라마 ‘달동네’. 다른 드라마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달동네’만큼은 화면을 꽉 채우던 배우들 모습이 액자 속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연극배우였던 추송웅과 그 딸로 나온 똑순이 김민희의 부녀 연기는 찰떡궁합이었고 담벼락에 기대 고물 라디오를 틀어대며 장미희를 짝사랑하던 김인문의 처량한 연기도 일품이었다. “똑순이하고 아배하고 손잡고…” 사투리 시리즈는 귓가에 생생한데, 마치 화면을 뚫고 나올 것 같았던 똑순이의 찰진 연기를 보며 동년배가 주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나 보다.

이 드라마에는 다섯 가족이 나오는데 이낙훈 노주현 장미희 이미숙 연규진 김인문 선우용녀 김을동 차화연 등 초호화 캐스팅이었고 ‘용의 눈물’ ‘여인천하’를 연출한 고(故) 김재형 PD와 연속극의 대가 나연숙 작가가 합심해 만든 작품이다. 방앗간, 이발소, 월부책 장사, 목욕탕 때밀이 등 무려 15개 직업군이 나왔고 10쌍 커플이 알콩달콩 이야기를 펼쳤으며 시청률은 50%를 훌쩍 넘기기도 했다. 1980년 10월, 신군부가 집권하자마자 시작된 ‘달동네’는 서민 모습을 통해 ‘정겹고 훈훈한 가족’의 이데올로기를 꾸준히 주입하고 저항성을 순화하려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80년대 서울에 많은 달동네가 있었다. 버스 타고 성수대교를 건너면 왕십리 근처에 큰 채석장이 있었는데 그 위 산 중턱쯤에 빼곡히 달동네가 있었다. 시골서 상경해 왕십리에 정착한 고모 집에 놀러 가면 그 채석장이 놀이터였다. 구슬치기, 딱지놀이, 고무줄놀이를 하던 우리 아지트였다. 해 질 때까지 뛰어노는 게 행복했던 시절이다.

똑순이 나이에 잠시 외할머니와 살게 된 그 시절, 저녁에 할머니가 된장찌개 끓이던 소리, 생선 굽던 자욱한 연기, 8시30분쯤 흘러나오던 ‘달동네’ 주제가는 ASMR(마음을 편하게 하고 쾌감을 주는 좋은 소리·영상)처럼 달팽이관에 각인돼 있다. ‘달동네’는 삶의 소소한 재미와 ‘인생 별거 있나, 내 옆에서 항상 내 편 들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되지’ 하는 최고 메시지를 전한 드라마가 아니었나 한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할머니 집에서 언젠가 데리러 올 엄마를 기다리며 TV 보다 잠들던 여덟 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7. 7[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8. 8“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9. 9[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0. 10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5. 5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6. 6'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7. 7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7. 7“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8. 8"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