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추

- 손택수







내가 반하는 것들은 대개 단추가 많다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과하게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

참을성이 부족해서

난폭하게 질주하는 지퍼는 질색

감질이 나면 좀 어떤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기다릴 줄 안다는 건

낮과 밤 사이에,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처럼 달아줄 줄 안다는 것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꽃이 핀다

용케 제 구멍 위로 쑤욱 고개를 내민 민들레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놓았다



　 - 시집 ‘나무의 수사학’에서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시인의 성품도 시 속 화자를 닮았을까? ‘단추’라는 단순한 명사 앞에 ‘꽃’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특별한 무엇이 게 하듯 ‘단추’에 ‘반하는’ 마음이 이토록 정겹다니,

　‘꼭꼭 채운 단추’는 풀어보고 싶어지고, ‘풀어진 단추는 다시 얌전하게 채워주고 싶어’진다는 시적 화자의 자상한 온기에 시를 읽는 마음에서 꽃이 피어날 것만 같다.

　편리함을 좇는 ‘지퍼’보다는 ‘감질’ 나더라도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이 필요하다며 느긋하게 옷깃을 여며주는 듯하다. 나아가 ‘단추를 풀고 채우는 시간’을 통한 인내는 ‘해와 달을’ ‘금단추 은단추’로 달아‘낮과 밤 사이’를 잇는다고 하니 그 고요한 울림에 놀라울 뿐이다.

　울림의 전율은 해와 달 그리고 지상과 지하까지의 틈도 이어주며 우주의 섭리를 깨닫게 한다.

　무덤이야말로 지상과 지하를 잇는 단추라는 암시의 의미는 삶이라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부산에는 서구 아미동과 남구 문현동에 무덤마을이 있다. 한국전쟁 후 피란민이 형성한 마을인데 척박했던 당시 현실은 산 자나 죽은 자의 공간을 경계할 여력이 없을 만큼 지난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삶의 터전을 마련한 마당이며 뒤뜰, 어디건 몸 누일 곳이라면 집과 무덤이라는 단추를 여미며 공존해 왔다.

　1950년대 초 공동묘지였던 곳을 피란민이 움막이나 집을 지어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이곳은 남구 문현동 산23의 1번지다. 무덤마을, 산만디 또는 돌산마을, 묘지 마을이라 불렀는데 2008년 부산시 공공미술사업으로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벽화마을로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영화 ‘마더’ 촬영지가 되면서 한때 관광객이 몰려들기도 했는데 현재는 도시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되어 빈집들만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

　산 자들은 다시 단추를 풀어 떠났는데 주인 없는 무덤들은 봉분을 지우며 ‘무덤가에 찬바람 든다고’ 노오란 민들레꽃을 피워 올린다. ‘지상과 지하, 틈이 벌어지지 않게’ ‘흔들리는 실뿌리 야무지게 채워’ 다지고 있다.

　여기저기에 민들레 ‘꽃단추’들이 지구가 입은 초록 윗옷의 틈을 이어주고 있다.김곳 시인

	단추.

	김곳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