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루루루 루루루~ 빠바바밤. ‘수사반장’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오프닝사운드, 고뇌하는 얼굴로 툭 단서를 던지던 최불암과 화려한 격투씬 대신 탁자에 둘러앉아 아웅다웅 범인을 추리하던 세 형사의 모습이 보인다. 액션 대신 예리한 감각, 범인이 남긴 증거로 추리 수사를 하던 ‘수사반장’에서 우리나라 과학수사가 태동했는지 모른다.
1971년 3월 첫 방송 이후 1989년 10월 880회를 채우고 막을 내린 MBC ‘수사반장’은 20년 가까운 세월을 시청자와 함께 보낸 국민 드라마다. 당시 유행한 외화 ‘형사 콜롬보’의 인기에 영감을 얻어 제작한 국내 최초 범죄 드라마였고, ‘전원일기’와 더불어 MBC가 드라마 왕국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각 방송사는 시청률과 대중적 관심을 높이고자 당시 유행한 ‘6백만 불의 사나이’(1974)나 ‘뿌리’(1976) 같은 외화를 수입해 방송했고, 최불암은 콜롬보 역할 피터 포크의 구겨진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담배 피던 장면을 차용했다. 1970~1980년대 TV에는 흡연 장면이 많이 나왔다. ‘수사반장’ 최불암 역시 수사가 꼬이고 잘 해결되지 않을 때 담배를 피웠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이 흡연 장면을 줄여달라고 육영수 여사가 방송국에 전화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유인즉슨, 흡연 장면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이 담배를 너무 찾는다나.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수사반장’은 당시 한국 사회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생계형 범죄의 집약체였다. 범인 역으로 자주 출연한 배우도 박근형 김혜자 이계인 박영규 등 화려하다. 고인이 된 남성훈 조경환 김상순 세 형사의 젊은 시절 모습도 있다. ‘저 덩치에 어떻게 달리지’ 생각하는 순간 수갑을 채우며 손발 척척 맞던 최강 브로맨스를 보여주던 형사들. 앳된 얼굴의 여순경이었던 부산 출신 배우 김영애의 모습도 보인다. 어쩌면 80년대로 넘어가던 한국 사회의 그늘진 삶과 애환을 보여주려 한 것이 ‘수사반장’의 미덕일 것이다. 그걸 보고 자란 ‘수사반장’ 키즈들이 있었기에 ‘시그널’과 ‘터널’ 같은 웰메이드 형사물이 탄생했으리라. 얼마 전 유재석이 ‘놀면 뭐 하니’에서 보여준 ‘수사반장’ 마지막회 최 반장의 말이 떠오른다. “빌딩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는 깊어진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