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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16>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년~ 322년)

인류 최초 자기계발서… 철학자가 말하는 행복한 삶이란

  • 서부국 서평가·세상관찰자
  •  |   입력 : 2021-04-08 19:33:09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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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 아들의 이름 따
- 윤리 실천 강조한 철학강론 책

- 행복서 가장 강조한 덕목은 용기
- 그 최선의 사상으로 ‘중용’ 설명
- 용기는 습관이 되게 하라고 주문
- 지나친 무모는 만용이라며 경계

- 행복 최우선 요소는 탁월한 영혼
- 지도자·시민은 친애 관계가 적합

고전 서명(書名)은 대개 예스럽다. 서양 윤리학을 대표하는 고전인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그렇다. 니코마코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아들 이름. 윤리학이란 알다시피 ‘인간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인간 행위와 관련한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 제목은 후대 편집자가 붙였다고 본다. 철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잠언을 담은 듯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실천을 강조하는 철학 강론.
   
아리스토텔레스가 20세에 마케도니아 대왕이 되기 전인 알렉산드로스(왼쪽) 왕자를 가르치고 있다. 스승은 제자에게 트로이전쟁 영웅 이야기인 호메로스 ‘일리아스’를 권했고, 이 책은 대왕에게 전장 애독서가 됐다. 프랑스 화가 샤를 라플란트 작, 1866년.
아리스토텔레스 하면 ‘골치 아프게 하는 철학자’로 첫 줄에 세운다. 그가 이 고전에서 구사하는 간략하고 예스러운 고대 그리스 어투와 표현은 그런 오해 아닌 오해를 부른다. 고대 그리스 시대 사고는 지금과는 다르다. 그 맛에 고전을 보기는 하는데 전반부 책장은 천천히 넘어간다. 독자는 자신이 2300여 년 전 인구 5000~6000명 단위인 도시국가(폴리스)에 사는 저자에게 초대받아 철학 강론을 듣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의 칠판에 큼지막하게 한 단어를 적는다. ‘행복’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갈망하는 그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맛보았던 행복과 철학자가 제시하는 그것은 같을까? 그런 의문에 구미가 당긴다면 이 고전을 읽는 시간이 즐거울 터. 행복이란 수프엔 어떤 재료가 들어가야 할까. 인생이나 삶에서 좋음[선·덕]과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독자는 행복 수프 요리법을 익힌다. 기본재료로 명예 재산 건강 용기 친애[우정 효 부부애] 같은 덕목을 꼬집씩 넣는다. 맛난 행복 수프를 끓여내는 인생 요리사가 되는 게 목표다. 우리가 접하는 크고 작은 일은 이런 기본재료를 얼마나 투입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잘못 다루면 패가망신이요 잘하면 대박이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니코마코스 윤리학’ 1566년판 첫 페이지.
저자는 행복 강론에 앞서 용기라는 덕목을 설명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용기는 관심사다. 얼마 전 신체가 불편한 낚시꾼이 저수지에 빠진 차량에 갇힌 가족을 구조한 미담이 보도됐다. 앞서 벌어진 별도 사례로, 고속도로에서 불붙어 폭발 직전인 차량을 본 시민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차주를 구출했다. 두 사람이 언론과 한 인터뷰 중 일부. “본인도 위험할 수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셨나요?”(기자) “몸이 저절로 반응하더라고요.”(두 인터뷰이) 이들 의인은 모범답안을 외운 듯 똑같이 대답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설명을 들어보면 왜 이렇게 대답했는지 이해된다. “용기는 인간이 갖는 ‘탁월한 품성 상태’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이런 행위를 반복해 습관이 됐을 때 얻게 되지요.” 용기가 몸에 배어 위험에 처한 이를 보면 몸이 먼저 움직이게 된다. 용기는 천성이라기보다 반복 행동으로 얻는 고귀한 후천 덕성이다. 의인이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기를 자신이 정립한 핵심 윤리 철학 사상 중 하나인 중용(中庸·메소테스)으로 설명했다. 무모와 비겁함은 양단이며, 용기는 그 중간지점에 놓인 감정이다. 두려움이나 대담이 지나치면 무모, 모자라면 비겁. 두려움이 전혀 없는 게 용감한 걸까? 저자는 그게 아니라 두려움을 적절히 가진 게 용감한 거라고 설명했다. 그걸 모르면 만용에 빠진다.

   
아리스토텔레스(오른쪽)와 플라톤 모습.
중용 사상은 설득력이 크지만, 모호하기도 하다. 실천이 쉽잖다. 중간을 택해야 하는데 그게 행위자·시점·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지나침-중용-모자람’이란 인식을 떠올려야 한다. ‘즐거움’은 무얼까. (방방 뜨는) 무절제와 (냉담한) 목석같음, 그 중간에 놓인다. 즐거움은 절제된 감정이다. ‘노여움’도 그렇다. ‘성마름’과 ‘화낼 줄 모름’ 가운데다. ‘화낼 줄 모름’은 미덕이 아니다. “합당한 대상과 적기에 화를 낼 줄 알아야 탁월한 품성인 겁니다.” 그는 폴리스 시민이 공동체에서 사는 데 필요한 실천 철학 덕목으로써 ‘포부’를 중요하게 여겼다.

이제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다루는 제1 주제, ‘행복(에우다이모니아)’ 강론 시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란 화두에 매달렸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적 사유와 일치하는 삶’, 플라톤은 ‘좋음의 이데아’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다.

이 고전, 첫 문장은 이렇다. ‘모든 기예와 탐구, 또 마찬가지로 모든 행위와 선택은 어떤 좋음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 인간에게 행복은 궁극 목표(최고선)다. 좋은 삶은 행복한 삶. “그러자면 세 가지 필요합니다.” 첫째, 행복 자체가 목적이 돼야 한다. 둘째, 행복은 의지를 갖고 수행하는 활동이다. 셋째, 행복은 단시간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줄곧 추구하고 유지하는 특징을 가진다. 우리는 행복을 가슴으로 느낀다.

저자는 ‘기능 논증’이란 분석틀을 사용해 이성으로 맛보았다. 목수와 제화공이 고유 기능을 갖는 것처럼, 인간도 그러하다. “인간은 ‘탁월성에 따르는 이성적 영혼의 활동’이란 고유 기능을 갖습니다. 그것이 행복이죠.”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법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경제력과 명예 건강 같은 건 행복에 필요하지 않나? 저자는 그것도 행복에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영혼이 탁월한 데 못 미친다. 행복한 개인이 다수인 국가는 어떻게 운영될까. 이 고전은 “자, 이제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문장으로 끝난다. 국가 행복을 정치학에서 탐구하자는 뜻.

저자는 탁월성(아라테, 덕)을 두 종류로 나눴다. 첫 번째는 유전·교육으로 얻는 ‘지적 탁월성’. 두 번째는 모방 실천 습관이 주는 ‘성격적 탁월성’이며 중용으로 유지된다. 이건 공공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드러나는데 ‘실천적 지혜’[슬기]다. 인간에게 꼭 필요한 지혜인데 이보다 수준 높은 게 ‘철학적 지혜’다. “인간이 철학적 지혜를 발휘하면 신을 닮습니다. 그 지혜는 신적 탁월성이고 이를 통해 신적 행복을 맛보게 되죠.”

인간이 신처럼 될 여지를 갖췄다? 행복을 누리는 주체가 인간에서 신으로 확대됐다. 여기서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 행복론이 유지해온 논점을 흐리게 한다는 후대 비판이 나왔다. 반면 인간이라는 한계에 머물지 말고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를 좇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1권에서 3권 5장까지는 원리를 설명했고, 3권 6장부터 마지막까지는 현상을 다뤘다. 후반으로 갈수록 읽기 쉬워져 전반부에서 얻은 두통(?)이 가신다.

‘즐거움’ ‘사랑’ ‘우정’ ‘적절한 친구의 숫자’ 같은 통념을 다뤘는데 공감대가 크다. 친구에 대한 애정[친애·필리아]인 우정은 덕이자 품성으로 평생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시간에 따라 변한다면 그건 우정이 아니랬다. 인생에서 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명언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과 관련해서도 한마디 했다. “친구는 또 다른 나입니다.”

부모-자식, 아내-남편, 지도자-시민 같은 관계는 친애로 맺어져야 행복하다고 했다. 알지만 현실에선 지키기 힘든 행동 규범이다. 친애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감정이며, 서로를 알고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저자는 친애를 실천하는 이가 늘어나고, 제도로 뒷받침되는 사회를 갈망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늘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숙고하고, 무엇인가 실천한다. 그런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최선을 선택해서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 행복을 느낀다.

   
그런 단계마다 앞을 환하게 비춰주는 등불로서 이 고전을 펼쳐 보면 ‘행복 전도사’인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난다. 아는 만큼 행복해진다.

서평가·세상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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