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영화계 “수도권 중심 행정”
- 국토부, 문체부에 시정 요구
부산 신사옥 시대를 맞은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 취지를 저버리고 신진 창작 인력 육성을 위한 사무소를 수년간 서울에서 임차·운영해 실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영화계는 수도권 중심적 영화행정의 사례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공분한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자리한 영화진흥위원회 신사옥.
국토교통부는 영진위가 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시정을 요구했다고 20일 밝혔다.
국토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영진위는 국토부 이전 계획 변경 승인이나 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2019년 6월 서울 성동구 사무실을 빌려 신진 작가 등 창작 인력을 양성하고 영화 기획 개발을 지원하는 ‘S#1(씬원·기획개발전문역량강화지원센터, 연간 사업비 22억5500만 원)’ 사업을 시작했다.
영진위가 2013년 부산으로 이전할 당시 국토부로부터 승인 받은 계획에는 이 사업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영진위가 최초 이전 계획에 미포함된 사업을 하려면 문체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 이후 문체부가 국토부에 변경 승인 신청을 하면 해당 안건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상정돼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영진위는 국토부 지침에 따라 시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하지만 당시 이런 노력은 없었다. 지방으로 옮긴 공공기관이 이전 취지를 저버리고 본거지 외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절차가 무시된 것이다.
문제가 지적된 뒤 영진위는 지난 2월 부산시에 씬원 사무소 운영을 위한 서울 근무 인력 5명 증원 등에 관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시는 ‘협의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센텀 혁신도시 신사옥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등 혜택을 주고 영진위를 유치했다. 지역에서 이런 사업을 해야 창작 인력과 업체가 몰려 영화·영상산업에 도움이 되는데, 영진위가 부산에 온 뒤 기대받은 역할을 제대로 안 했다”고 말했다.
영화 전문가들도 영진위가 기관 이전 취지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지난 달 유네스코 창의도시 부산 자문회의 때도 “독립예술영화 지원 등의 주요 업무나 행사가 수도권에서 주로 이뤄진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 나왔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적 받은 문제를 협의로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영진위는 “내년에 사무 공간을 가진 사업자와 위탁계약을 하면 임차 문제가 해결된다”며 올해 서울 사무실 운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륜 기자 thinkbo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