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해 여름 8월 7일 ‘미스터 트롯’ 콘서트가 처음 열린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비를 뚫고 중년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코로나19로 네 번이나 연기된 공연인데도 열기는 뜨거웠다. 딸과 함께 온 엄마 팬, 휠체어를 타고 온 중년 팬, 형형색색 각자 응원하는 가수의 색깔로 치장했다.
그중 보라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식한 팬들이 세발 자전거를 빌려 김호중을 응원하는 퍼레이드를 벌였다. 보라색 군단 ‘아리스’였다. 서정적인 독창곡을 뜻하는 Arie(아리아)에 Star와 복수를 뜻하는 S를 합쳐 ‘트바로티 김호중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별들’이라는 뜻을 표현한다.
입장까지 시간이 좀 남아 벤치에 앉아 있던 내게 보라색 티를 입은, 딱 봐도 김호중 팬인 중년 여성분이 다가왔다. QR 체크인 입장을 좀 도와달라면서 가방에서 꺼낸 신분증을 보니 중국 국적 조선족 동포였다. 좌석은 무대와 멀리 떨어진 B석이었다. 그것도 아주 힘들게 겨우 구했지만, 참 감사하다고 서툰 한국말로 말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그는 ‘김호중이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을 닮았다고 했다. 노래도 제법 잘하는 아들을 두고 온 한국에서 만난, 아들 닮은 가수를 보며 그의 노래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했다.
김호중 팬덤의 화력은 공식 카페 회원 10만7000여 명, 유튜브 공식 채널 구독자 24만 명에 아이돌 응원 앱과 음원사이트에서 임영웅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막강하다. ‘미스터 트롯’ 종영 뒤 TV조선 측 매니지먼트와 계약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기로 한 김호중은 드라이브 스루 팬미팅, 정규앨범 발표, 팬 미팅 영화 개봉, 자서전 발간 등 군 입대 전까지 바쁘게 활동했고, 자신을 있게 한 아리스에 대한 배려와 감사함을 표현했다. 가족의 마음으로 감싸주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김호중 팬덤의 중심에는 가족(家族)의 힘이 있다. 팬을 같이 밥 먹는 사이인 ‘식구(食口)’로 부르는 김호중과 스타를 아들처럼, 남동생처럼 따뜻하게 대하는 아리스의 가족애는 백세인생, 초고령화로 접어든 우리 사회 팬덤의 진화를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의 팝 아티스트 알레한드로 비질란테도 감동시킨 김호중의 앞날을 응원한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