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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강하늘·천우희

마주치지 않은 두 남녀, 러브레터로 교감 연기…아날로그 감성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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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하늘 4년 만에 스크린 나들이
- 자신의 20대 초반 투영해 열연

- 천우희 밝은 캐릭터 ‘낯선’ 변신
- “일상 속 크고 작은 기적에 감사”

‘싱그러운 청춘’을 대표하는 배우 강하늘과 천우희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손편지 같은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개봉 28일)로 봄비 같은 따뜻한 감성을 전한다. 군 제대 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연기의 폭을 넓힌 강하늘과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서른 살 청춘의 고민과 연애, 일상을 보여준 천우희는 이제는 흔히 볼 수 없는 편지를 매개로 서로의 지친 삶을 위로하고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2003년 배경이지만 1990년대의 감성을 지닌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와 소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한 후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 감성 무비다. 강하늘은 지루한 삼수 생활을 하다 기억에 남는 초등학교 동창 소연(이설)에게 편지를 보내는 20대 청년 영호를, 천우희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언니 소연을 대신해 영호와 우연히 편지를 주고받게 되는 소희를 연기했다. 얼굴도 모른 채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과, 확률이 낮은 12월 31일의 비를 기다리는 설렘이 잊었던 감성 지수를 높이고 어느 덧 두 사람의 만남을 바라게 된다. 영화 내용상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강하늘과 천우희에게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스물’ ‘쎄시봉’ ‘동주’ ‘청년경찰’ 등에서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 강하늘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다시 한번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왼쪽), 영화 ‘한공주’ ‘곡성’ ‘어느 날’ ‘버티고’ 등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천우희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선 힘을 뺀 평범한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 키다리이엔티·소니픽처스 제공
■강하늘 닮은 영호를 연기한 강하늘

영화 ‘스물’ ‘쎄시봉’ ‘동주’ ‘청년경찰’ 등에서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 강하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며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는 평범한 20대 초반의 청춘을 연기한다. 무려 4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그는 “최근에 읽은 대본 중에서 이런 느낌이 없었다. 완성도도 높아서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것이 느껴졌다”는 그는 20대 초반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설레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문자를 기다리던 감정을 캐릭터에 투영해 연기했다. 그래서 평소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연기했던 것과 달리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는 영호라는 인물이 강하늘처럼 보이도록 노력했다. “대본을 보면 지문이나 대사가 간결하게 표현돼 있어서 배우 스스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는 그는 영호를 연기하면서 마치 실생활에서 만나는 강하늘처럼 표정 짓고 반응했다. 물론 인물의 성격까지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다. “영화가 답답해 보이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어벙하지 않고 똑부러진다(웃음). 특히 사람 관계는 확실하게 하는 편이라 그런 면은 영호와 다르다.”

강하늘은 비 맞는 것을 좋아해서 우산을 잘 사지도 않고 갖고 있지도 않는데, 영화 속에서는 영호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우산을 만드는 공방을 운영한다. “얼마 전에 비가 오는 날 갑작스럽게 나가야 할 일이 생겨서 편의점에서 비닐우산을 산 적 있지만 아직도 집에 우산이 없다. 그런데 영화에서의 직업은 우산 기술자다. 강하늘이 아니라 영호이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비가 오는 날 영호는 우산을 쓰고 있을까, 안 쓰고 있을까?

■천우희 닮은 소희를 연기한 천우희

영화 ‘한공주’ ‘곡성’ ‘어느 날’ ‘버티고’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폭 넓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색깔을 찾아온 천우희. 그는 이번에 아픈 언니를 대신해 영호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다가 그 자체가 서서히 일상의 즐거움이 돼버리는 20대 소희가 됐다. “대본을 읽으니 잔잔하게 스미는 따뜻함이 좋더라. 요즘 시대에 이런 영화 하나 정도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나 또한 관객의 입장에서 여리고 맑은 느낌의 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힌 천우희는 그간 ‘곡성’처럼 센 느낌의 영화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을 사는 소희를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 그는 “나 스스로도 이런 감성의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 이번에는 카메라 앞에서 무심하게 있거나 힘을 빼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이번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소희도 영호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인물이기에 천우희는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연기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이 인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먼저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이럴 때 어떻게 했었지?’하는 지점이 많았다. 배려심이 많거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에 공감하며 저의 20대 모습을 좀 더 많이 반영했다.” 물론 강하늘과 마찬가지로 천우희 또한 소희와 성격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소희는 소극적인 면이 있는데 저라면 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먼저 영호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영호에게 대리 답장을 쓰던 소희는 ‘비 내리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가능성이 희박한 단서를 달았는데, 과연 두 사람의 만남은 이루어졌을까?
영호 역을 맡은 강하늘과 소희를 연기한 천우희(오른쪽 사진). 키다리이엔티·소니픽처스 제공
■강하늘·천우희의 내레이션 연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서울과 부산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영호와 소희는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하늘과 천우희는 촬영 현장에서도 거의 만나지 않은 채 각자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만 듣고 상상만으로 연기를 하는 독특한 경험을 했다. 이런 식의 연기에 대해 강하늘은 “오히려 굉장히 많이 함께 호흡했다고 생각한다. 녹음된 내레이션을 들으며 연기를 해서 그런지 만나서 연기한 것보다 더 깊은 교류를 한 느낌이 들었다”며 “목소리를 듣고선 (우희 누나가) 이런 표정으로 이런 대사를 했을 것 같다고 상상했고,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우희 또한 “처음에는 감정을 직접 주고받지 않아서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상상력으로 연기를 해보니 무한대의 자유를 가질 수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강하늘과 비슷한 대답을 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연기를 위해 촬영에 앞서 내레이션을 먼저 녹음해야 했는데, “함께 녹음할 때 대사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편 두 배우는 모두 “다음에는 얼굴을 보고 대사를 많이 나누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강하늘은 “이번에는 잔잔하게 만났으니까 다음에는 대판 싸우는 영화도 좋을 것 같다. 친해야 그런 장면이 잘 나올 것 같은데,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다가 “우희 누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며 돌발 질문을 했다. 이에 천우희는 “아주 친한 사이로 나와서 티키타카 하거나 이번에는 거의 못 만났으니 계속 만나는 역할도 좋겠다. 또 강하늘 말처럼 크게 충돌하는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강하늘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나중에 꼭 한번 만나고 싶다”고 화답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림 끝에 기적처럼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는 설렘의 영화다. 마지막으로 천우희는 “우리 생활 안에 크고 작은 기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아이 셋의 어머니가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보러 갈 수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하더라. 모두가 지치고 힘들고 화날 수 있는 상황인데, 잠시 현실을 잊고 영화를 보는 것에서도 작은 위안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는 모두를 응원했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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