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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도 ‘특급 뷰 아파트’ 입주 경쟁 있었다

경성의 아파트- 박철수 외 3인 지음 /집 /2만7000원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05-06 19:57:0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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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5년 서울 호화 미쿠니아파트
- 특권층 관심 속 완공행사도 벌여
- 대부분은 도시 노동자 주거 공간
- 일부 사교 장소로 이용돼 눈총도
- 당시 부산 남포동 아파트도 소개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에도 물론 아파트가 있었다. 주거용 건물로 복층만 돼도 아파트라고 불렸으니 지금 기준으로는 모두 소박한 건물이다. 그러나 당시 경성에서 발행된 신문에 아파트와 관련된 기사가 무수히 실린 걸 보면 이런 형태의 집이 새롭고 신기한 문물이었음에 틀림없다.
1940년대 초 부산항 남빈매립지(현재 남포동 일대)에 지어진 남빈 청풍장아파트. 80년의 기억을 간직한 채 바로 옆 소화장 아파트와 함께 지금도 건물이 남아있다. ⓒ유재우
‘경성의 아파트’를 연구한 책이 나왔다. 당시 아파트라 불린 건축물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이 거주했는지, 그 공간에서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났는지 등 흥미로운 얘깃거리부터 관련 법령과 위치적 특성까지 그야말로 1930년대 아파트의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현대의 아파트는 ‘찐부자’의 타운하우스와 펜트하우스를 갖춘 호화 아파트부터 서민 아파트까지 다양한 계층이 사는 공간이지만 1930년대 아파트는 사회주의적 공동주택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당시 총독부 입장에서는 서구에서 아파트로 명명한 새로운 도시주택 유형이 많은 세대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주거 형태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공영주택의 효과적 공급을 위한 방책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 경성의 아파트는 일본인 임대사업자에게 임대소득을 안겨주는 동시에 도시 노동자의 주거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려는 필요가 맞아떨어진 공간이었던 것이다.

다음은 1932년 동아일보에 난 신문기사의 한 구절이다. ‘불에 탄 건물은 아래층이 시장으로 되어 잇고 2, 3층은 「아파트」(세놋는집=줄행랑)로 되어잇서 그곳에 조선인과 일본인이 오십칠가구에 이백칠십구명이 살어 잇섯다’. 줄행랑을 도망간다는 의미로 주로 쓰는 요즘은 이상하게 들리지만 본래 건축물의 형태를 뜻하는 말이다.

복도를 따라 방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마치 하인이 거처하던 행랑채와 비슷하다고 해서 아파트를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세놋는 집’은 전체 건물을 개인 또는 회사가 소유하고 각 방을 임대하는 형태가 많았던 당시 아파트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경성의 아파트는 ‘풍기문란’의 장소로 눈총받기도 했다. 요즘 아파트와 달리 당시 아파트에는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사교공간이 있어서 모던보이 모던걸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노동자를 위한 공동주택이 많았지만, 특권층을 위한 아파트도 있었다. 준공 전부터 호화롭기로 화제가 됐던 내자동 미쿠니아파트의 낙성식(1935년)은 신문에 크게 보도될 정도였다. 유력자들이 내빈으로 참석한 가운데 기생의 여흥행사도 열렸다. 옥상 조망도 ‘특급’이라 입주를 희망하는 상류층이 넘쳐났다.

경성의 아파트를 다룬 책이지만 1930, 40년대 부산의 아파트에 관한 내용도 찾을 수 있다. 당시 부산항 배후 번화가(지금의 중·서구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남빈 청풍장 아파트와 소화장 아파트는 지금도 건물이 남아있다. 이들 아파트는 부산항남빈매립지에 지어졌는데 지금의 남포동이다.

당시 기사와 온갖 자료 지도 항공사진 주소까지 상세히 실어 인문학적 지리서에 가까운 책이지만 근대 아파트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가득해서 읽는 재미도 충분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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