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박물관이 ‘배산성 감춰진 역사의 비밀을 열다’는 주제로 다음달 말까지 배산성 출토유물 성과전을 열고 있다. 배산성은 그간 이중토성으로 알려졌지만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의 발굴조사 결과 전형적인 고대 석축산성으로 밝혀졌고 2기의 원형집수지와 건물터, 축대, 삼국~통일신라시대 성벽도 발견됐다.
지난 7일 전시관을 방문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배산성의 원형 집수지를 사진으로 찍어 프린트 해 전시관 바닥에 붙여둔 것이었다. 배산성에는 영남 최대 규모의 원형집수지 2기가 있다. 2기의 집수지 중 대나무 발이 발견된 1호 원형집수지의 모습을 선택해 관람객들이 집수지를 직접 밟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당시의 기록이 남은 목간과 대나무 발이다. 부산박물관에 따르면 을해년명 목간에서 해독이 가능한 부분을 해석하면 을해년 2월부터 4월까지 대판사촌(大阪舍村)이라는 촌락과 배산성 사이에서 곡물이 오고 간 내역을 정리한 문서로 추정된다. 수납일은 대부분 매월 1일이었고 출입량은 석(石), 두(斗)와 같은 단위를 사용했다. 특히‘乙亥年(을해년)’간지 연대는 배산성이 운영된 시기를 밝힐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다. 집수지 축조 수법, 목간과 같이 출토된 토기와 기와의 제작연대로 보았을 때 615년(진평왕 37) 또는 675년(문무왕 15년)으로 추정된다.
대나무 발은 1호 집수지 바닥에서 출토됐다. 이는 우리나라 최초로 대나무를 가늘게 엮어서 만든 발이 발견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유물 손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목제문화재연구소에 보존처리를 의뢰해 유물 수습부터 세척, 강화처리, 건조, 표면처리 등에 1억 원의 비용을 들여 지금의 긴 직사각형 형태로 복원했다. 대나무 발과 함께 출토된 나무 기둥은 수종 분석을 통해 상수리나무로 밝혀졌으며 방사성탄소와 나이테를 이용한 연대측정 결과 벌목 연도가 446~556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집수지 안에서 다량의 사발과 굽다리 접시도 출토됐다. 지금의 식기류와 비슷한 모양으로 당시 사람들의 식생활 문화도 엿볼 수 있다. 또 길이 50㎝이상의 초대형 기와도 지역에서는 처음 발견됐다. 전국에서도 남한산성과 경주 화천리 기와 가마유적 2곳에서만 출토된 적 있는 극히 드문 사례다. 하지만 이들 배산성의 초대형 기와는 무게가 4㎏ 남짓으로 남한산성의 기와가 20㎏ 정도인 것에 비해 훨씬 가볍다. 따라서 배산성의 초대형 기와는 건축 부재로서 매우 효율적이고 실용적으로 제작·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부산박물관 이현주 학예연구실장은 “목간과 대나무발은 수장고에서 보관할 때도 많은 주의를 요하는 예민한 상태라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기 쉬운 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배산성의 역사성과 의미를 알리고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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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산성 2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목간으로 ‘대판사촌’이라는 마을과 배산성 사이에서 곡물이 오고간 내역을 정리한 문서로 추정된다.
부산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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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산성 1호 집수지에서 출토된 대나무발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목제문화재연구소에 보존처리를 의뢰해 복원했다. 부산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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