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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24> 부산항 테마가 많았던 이유

만남과 이별, 향수, 뱃사람의 삶… 항구 특유의 정서 품은 가요 봇물

  • 이동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
  •  |   입력 : 2021-05-09 19:14:5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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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항 뒤 일제강점기·전쟁 거치며
- 수많은 곡절과 변화 겪은 공간
- 진기한 풍경이 노래 단골메뉴로
- 60년대 ‘항구의 오분전 열두시’
- 통행금지 시대 술집의 밤 그려

1876년 부산포란 이름으로 개항이 시작된 부산항은 애초 일본의 식민지 항구기능으로 축항공사가 펼쳐졌다. 1912년부터 제1부두가 만들어졌고 일제 강점기 말까지 제4부두의 일부가 조성되었다. 당시 부산의 연간 하역능력은 전국의 절반을 차지하였다. 광복 이후 1960년대부터 다시 시작된 항만공사는 2015년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항만 정비와 개발, 혹은 확장사업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최근까지 부산항은 항만기능 강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물류거점으로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무리한 상태이다.
   
1960년대 부산항의 배후 번화가인 남포동 거리의 모습.
■세계적 항만으로 우뚝 선 부산항

부산항의 윤곽과 구성은 컨테이너 부두만 여섯 개다. 자성대 신선대 신감만 우암 감천한진 신항 부두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다 TOC, 즉 민간법인으로 운영되는 부두가 도합 여섯 군데이니 중앙부두 제3부두 제4부두 제7·1부두 제7·2부두 감천중앙부두 등이 있다. 감천항과 다대포항은 부산해양수산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부두이다. 각 부두의 성격도 별도로 구분되어 있으니 북항은 국제무역항으로서 단연 으뜸이다. 북항에서도 일반부두는 일반화물선의 화물하역 전문이다. 북항 외의 다른 일반부두는 대부분 컨테이너 화물을 취급한다. 감천항은 주로 원양어업 고철 시멘트 연안잡화 조선항구로 개발되었다. 남항은 그 위치가 자갈치시장과 부산공동어시장이 가까운 곳이라 수산물 냉동가공업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수영만은 요트 경기와 각종 위락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국제 및 연안여객부두도 별도로 건설되어 그야말로 국제여객부두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나라의 주권을 강탈당한 위기의 식민체제에서 시작된 부산항의 역사적 발자취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곡절과 변화를 거쳤을까. 한국 제1의 으뜸 항만이 되기까지 묵묵히 땀 흘리며 노력해온 다수의 전문요원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그 노고를 위로 드리는 바이다.

■부산항 역사 담아낸 대중가요

   
부산 자갈치시장의 옛모습.
다행스럽게도 대중가요가 부산항의 변화와 곡절을 담아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니 이 또한 놀라운 역할이 아닐 수 없다. 부산항을 다룬 노래들을 일단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곡목들이 떠오른다. ‘추억의 부산부두’(고대원), ‘마음의 부산항’(허민), ‘이별의 부산항’(손인호), ‘여수의 부산항구’(손인호), ‘추억의 부산항’(손인호), ‘향수의 부산항구’(손인호), ‘애수의 부산항구’(손인호), ‘잘 있거라 부산항’(백야성), ‘제3부두’(윤일로), ‘항구의 사랑’(윤일로), ‘항구의 영번지’(백야성), ‘항구의 오분전 열두시’(남상규), ‘항구의 트위스트’(백야성), ‘부산항 제2부두’(오기택), ‘이별의 제3부두’(최숙자), ‘제2부두 갈매기’(하춘화), ‘울지 마라 부산항’(이미자), ‘안개 낀 부산항’(남일해), ‘항구 아가씨’(김유선), ‘정다운 다대포구’(김세레나), ‘이별의 제2부두’(김수동), ‘황혼의 제3부두’(문주란),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부산항 제3부두’(최안순), ‘부산항 제3부두’(계은숙), ‘항구의 나그네’(설운도), ‘부산항구’(김지노), ‘내 사랑 부산항’(해와 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항구의 남자’(박상철) 등등 그 수가 적지 않다. 여기에다 마도로스 테마 노래까지 보탠다면 분량은 대폭 늘어난다.

왜 이렇게 부산항을 다룬 노래가 많은 것일까? 항구는 예로부터 출입의 관문으로 떠남과 귀환의 공간성을 지닌다. 거기엔 반드시 이별과 상봉의 눈물과 애환이 자리했다. 크고 작은 배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항구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설이 있다. 거친 파도를 막기 위한 방파제, 그 끝에 설치되어 안전한 항로를 알려주는 등대, 배에 짐을 싣고 내리는 부두의 설비, 화물을 적재하는 창고, 선박을 만들고 수리하는 조선소, 화물을 검사, 검역하는 세관과 검역소가 있다. 생선을 사고 파는 어시장도 있다. 그리고 그 부근에는 술집, 식당을 비롯한 각종 위락시설이 발달하게 마련이다. 이 모든 요소가 갖춰져 항구 주변은 진기한 풍경과 항구 고유의 독특한 정서를 조성하는데 이것이 외부인에게는 특별한 구경꺼리가 아닐 수 없다. 부산 테마 가요에서 유난히 항구 노래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노래의 중심 테마는 거의 추억과 향수, 사랑과 그리움, 이별과 눈물, 슬픔과 쓸쓸함 따위였다.

■노래에 진하게 밴 항구의 ‘날풍경’

   
이동순
오래된 항구의 분위기는 칙칙하고도 우울감이 감도는 멜랑콜리(melancholia)의 특징을 지닌다. 특히 항구의 뒷골목이나 짠내, 생선비린내 확 풍기는 선창의 풍경은 무겁고 둔중하다. 때로는 근심을 동반하거나 답답함, 생기를 잃은 모습마저 수반한다. 또한 기분이 언짢은 느낌, 혹은 반성과 공상이 따르기도 하면서 가볍고 슬픈 감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시인 오장환이 중국 상하이의 미로처럼 얽힌 뒷골목을 누비고 푸둥항 주변의 불결한 환경을 샅샅이 훑은 뒤 썼던 시집 ‘성벽’의 분위기와도 흡사하다. 대중가요는 대체로 그런 분위기의 전형성을 담보하기를 즐긴다. 이것은 대중적 정서와의 친화력을 고조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1960년대 초반에 발표된 ‘항구의 오분전 열두시’(남상규)란 노래가 있다. 부산항 제2부두 주변의 술집에서 뱃사람들은 한창 신바람 나는 술판이 벌어졌다. 내일이면 다시 다른 나라로 떠나야 하는 것이 뱃사람의 삶이다. 주흥은 한껏 달아올랐는데 떠나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당시는 야간통행금지제도가 엄격히 유지되던 시절이라 일단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뿔싸, 통행금지 시작까지 불과 5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어떤 제한도 속박도 싫어하는 것이 뱃사람의 기질이라 그들 앞엔 어떤 장애물도 없다. 험한 풍랑을 헤쳐 온 청춘의 호기와 자만심만 있을 뿐이다. 이 노래는 항구와 그 주변의 야간풍경을 실감나게 담아낸 진기한 작품이다. 야간통금제도는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8일부터 실시되어 무려 37년 동안 계속되다가 1982년 1월5일에야 폐지된 전근대적 속박의 제도였다. 식민지에서 미군정을 거쳐 6·25전쟁과 분단, 독재시대에 악용되던 전형적 통제이데올로기의 장치였던 것이다.


부산항 제2부두 갈매기도 잠이 드는 제2부두/ 날 새면 화물선도 연락선도 울고 웃는 이별이라네/ 연둣빛 안개 속에 휘파람 불고 가는 마도로스다/ 아~ 음~ 노래를 부르자 청춘의 항구다/ 사랑의 항구다 5분 전 12시

남포동 네거리 젊은 꿈을 기대는 네온 거리/ 선술집 이 마담도 황 마담도 믿지 못할 사랑이라네/ 마음껏 취해보고 기분껏 노래하는 마도로스다/ 아~ 음~ 부어라 마셔라 청춘의 항구다/ 사랑의 항구다 5분 전 12시

한국대중음악힐링센터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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