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즈의 마법사’ 원작 비튼 작품
- 두 배우 한 무대 공연으로 화제
- 압도적 가창력 꽉 찬 객석 전율
- 수시로 변하는 무대도 볼거리
- 내면 성장 드라마에 진한 감동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 ‘위키드’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 21일 드림씨어터는 공연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부터 관람객으로 북적였고 굿즈 판매와 기념 사진을 찍는 곳에도 길게 줄을 섰다. 코로나19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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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 엘파바 역을 맡은 옥주현이 열연하고 있다. 드림씨어터 제공 |
거대한 시계추처럼 생긴 리프트를 타고 등장한 글린다(정선아)는 청아한 목소리와 귀에 쏙쏙 꽂히는 발음, 화사하고 그늘 하나 없는 미소로 대책 없이 밝은 글린다 그 자체였다. 글린다는 금발에 아름다운 외모로 어디에서든 주목받고 사랑받는 것이 익숙한 캐릭터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모든 일에서 자기 위주이고 발랄하며 항상 조증에 가깝게 밝다. 그와는 반대로 짙은 초록 피부로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경악과 경멸에 익숙한 엘파바(옥주현)는 그늘지고 주눅들어 있으며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기숙사에서 한 방을 쓰게 되면서 둘은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벗고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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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표 글린다’ 정선아. |
기숙사 방에서 글린다가 엘파바에게 친해지자며 부르는 넘버 ‘파퓰러’(Popular)는 정선아 말고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어울렸다. 귀엽게 까불며 수선을 떨어대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며 함께 어깨가 들썩여졌다.
1막 마지막에서 엘파바가 잘 알려진 넘버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를 부르며 날아오를 때 함께 터지는 고음에 관객들은 환호성과 끝없는 박수로 답했다. 옥주현의 가창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직접 접하니 마치 그녀만 마이크를 두 개 착용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한국에서 위키드를 초연할 때 함께 공연했던 두 사람이 7년 만에 다시 만났다는 사실로도 화제였지만 두 사람의 조합을 왜 관객들이 그토록 기다려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명불허전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았다.
위키드는 배우들의 열연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를 주는 무대도 큰 볼거리다. 특히 마법사 오즈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로 간 장면에선 모든 것이 녹색으로 꾸며져 동화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즐거움도 줬다. 배우들의 의상 말고도 조명, 무대 장치까지 온통 녹색이라 그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엘파바의 마음까지 느껴졌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비틀어 완전히 새롭게 탄생시킨 이야기다. 오즈의 마법사 속 녹색마녀가 도로시가 쏟아부은 물 한 양동이로 녹아 사라져 버리고, 그때 남은 구두로 도로시가 캔자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원작에서 강력한 녹색마녀가 물에 녹아 없어졌다는 데 갸웃했던 사람들은 위키드의 세계관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위키드는 엘파바나 글린다 모두에게 성장의 드라마다. 시련을 극복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며 자신을 굳게 믿고 스스로를 북돋우며 어려운 걸음을 떼고 나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단지 성공과 성취라는 메시지 때문이 아나라, 자신이 가진 내면의 힘을 믿고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으로 보듬는 모습에 관객들이 공감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구나 싶었다. 공연은 다음달 27일까지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 일요일 오후 2시, 7시에 열린다. 6만~15만 원.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