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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20> 햄릿·베니스의 상인 외 7편-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인간의 오욕칠정 녹여낸 희곡들 … 읽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서부국 서평가·세상관찰자
  •  |   입력 : 2021-06-10 19:38:5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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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이 가장 아끼는 대문호
- 4대 비극·5대 희극 손에 꼽아

- 알고 보면 막장 드라마 ‘햄릿’
- 질투에 눈먼 남자 그린 ‘오셀로’
- 못난 아비와 불효녀 ‘리어왕’
- 허망한 인생의 성찰 ‘맥베스’

- 통쾌한 반전의 ‘베니스의 상인’
- 액자 희극 ‘말괄량이 길들이기’
- 신화·연극 합친 ‘한여름 밤의 꿈’
- 드문 해피엔딩 ‘뜻대로 하세요’
- 유쾌한 결혼 소동 ‘십이야’까지
- 술술 읽다보면 삶의 큰 깨달음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5대 희극: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영국인이 가장 아끼는 문호와 그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이 소장한 ‘오필리아’(존 에버렛 밀레이 작)가 아닐까. 셰익스피어 희곡들을 읽었고, 오필리아란 명화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터. 가련한 오필리아는 ‘햄릿’에서 슬픔을 극한대로 끌어올리는 아가씨다. 애인인 햄릿 왕자는 오필리아 부친을 실수로 죽인다. 딸은 실성해 숲속을 헤매다가 냇물에 빠져 눈을 감는다. 대문호 글과 명화가 만났다.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 첫 자리에 내놓을 만하다.
   
셰익스피어가 거실에서 세 자녀와 부인에게 ‘햄릿’을 읽어주고 있다.
셰익스피어란 인물보다 이 두 대사가 더 유명할지 모르겠다. 첫 번째.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햄릿 1막 2장). 덴마크 햄릿 왕자가 부도덕한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를 향해 내뱉은 탄식이다. 지아비 햄릿 왕이 죽은 지 한 달도 못 돼 시동생과 재혼한 어머니를 둔 아들은 심경이 어떠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셰익스피어는 현재 관점에서 보면 ‘마초’ 발언이랄 수밖에 없는 이 대사를 떠올렸다. 삼촌 클로디어스는 햄릿 왕 귀에 독약을 부어 그를 죽였고, 간통녀 어머니는 살인자와 결혼하려는 ‘막장’. 아직 그 음모를 모르는 햄릿 왕자는 중얼거린다. “오, 어머니! 어쩌면 이렇게 빠르게 (재혼을) 결정하셨나요?”

두 번째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쳐야 하는가.”(햄릿 3막 1장). 첫 문장만 놓고 보면 햄릿 왕자는 우유부단한 인간의 전형이다. 하지만 누군들 극 중 상황에 놓인다면 번뇌하지 않으랴. 끔찍한 범죄를 눈치챈 아들은 혈관이 얼어붙는다. 죄악을 확인하기 전 섣부른 언행은 금물. 아들은 점점 냉철한 복수자로 변해간다. 대사가 이렇다. “분별심은 비겁으로 비치기도 하지.” 햄릿 왕자는 우유부단한가? 불완전할 뿐이다. 저자가 인간에게서 건진 표징.
   
셰익스피어 희곡 속 주요 등장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른쪽 부근에 검은 얼굴을 한 오셀로 장군과 그의 부인이 보인다.
‘오셀로’는 남자가 질투에 눈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렸다. 덕망 높은 무어인 장군 오셀로가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게 한 남자. 무도한 부관 이아고가 짠 사악한 그물에 걸려든 탓이다. 오셀로는 결백한 아내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인다. 아내를 향한 남편의 애정은 그녀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모함에 허망하게 무너지고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셰익스피어는 인간 내면에서 악마성을 봤다. “의심이란 스스로 생겨나거나 태어나는 괴물이다.”

생각이 짧은 아버지와 불효녀가 부딪쳐 파국이 인다. ‘리어왕’에서는 딸인 두 공주에게서 버림받아 미쳐버린 리어왕이 천둥 치는 벌판에서 내지르는 절규가 관객 가슴을 찌른다. 효녀인 막내딸을 몰라보고 내쫓은 쓰디쓴 후회가 섞여 더욱더 통절하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무서운 세상이다, 몸조심해라.” 악을 징벌하는 결말은 그나마 위안을 준다. 온갖 불행을 다 겪은 리어왕이 씁쓰레하게 중얼거린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그토록 울부짖는 건 이 거대한 바보들의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서글프기 때문이야.”

‘맥베스’는 분별없는 야망이 부르는 파멸과 운명에 농락당하는 허망한 인생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후덕한 스코틀랜드 왕을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 맥베스 장군과 그 부인은 승리감에 취한다. 전공을 뽐내며 개선하던 맥베스는 마녀들에게서 왕이 된다는 예언을 듣는다. ‘여자 배 속에서 태어난 자로서 맥베스를 쓰러뜨릴 자는 누구도 없다’ ‘숲이 옮겨지지 않는 한 패전하지 않는다’란 단서가 붙었다. 여자에게서 나오지 않은 사람은 없고, 숲이 움직일 리 만무하다고 확신한 맥베스는 권력욕에 불타 잇단 살육을 벌인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맥베스는 언어유희에 놀아났다. 어머니 배를 갈라 태어난(어머니가 낳은 게 아니라!) 맥더프 영주가 맥베스를 죽이기 때문이다. 맥더프 병사들은 나뭇가지를 덮어쓰고 공격해 왔는데 멀리서 보면 숲이 움직이는 듯했다. 맥베스는 애매한 예언을 믿은 자신을 저주하지만 엎지른 물.

   
셰익스피어 고향 교회 내에 조성된 저자 장례 기념비.
셰익스피어는 희극으로도 인간을 들여다본다. 현대 코미디물도 그 뿌리는 이런 고전 희극. 인간 오욕칠정과 사회 모순·불합리를 경쾌하게 꼬집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피보다 진한 우정과 사랑이 악을 제압한다. 베니스 무역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앙숙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제때 환불 못 하면 심장에서 가까운 살 1파운드(450g)를 뗀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린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파산해 기일 내 빚을 갚지 못한다. 악질 유대인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증오해 안토니오 가슴에 칼을 겨누지만…. 통쾌한 반전이 기다린다. 남편을 꼼짝 못 하게 제압하는 아내들에게 남편들이 쩔쩔매는 장면. 웃음이 터진다. 대사 하나.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란 언제나 약속 시각보다 일찍 오는 법이지.”

“죽음은 나이순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청혼하는 그레미오가 한 말이다. 셰익스피어 초기 작품 중에서 예술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대중 인기는 꾸준히 높다. 부잣집 맏딸 카타리나가 페트루치오란 능구렁이 남편에게 제압당해 그지없는 양처로 변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현실 부부 세계를 부풀린 듯한 내용이 관객 몰입도를 높인다. 극 속에서 극이 펼쳐지는 액자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신화와 연극이 악수한 작품이다. 아테네 공작 시시어스와 아마존 여왕 히폴리타, 청년 라이샌더와 처녀 허미아, 또 다른 연인 디미트리어스와 헬레나가 혼례를 올리기까지 겪는 우여곡절이 주 내용. 요정이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 많아 뮤지컬 느낌이 물씬 난다. 17세 멘델스존이 이 연극에서 영감을 받아 1826년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을 지었다.

재산 분쟁은 재벌이든 평인이든 대개 뒤끝이 좋지 않지만, ‘뜻대로 하세요’에서는 해피엔딩. 주인공들이 원하는 대로, 즉 뜻대로 됐다. 사랑이 맺어지는 낭만 연극. “인생은 7막”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요, 모든 인간은 각기 맡은 역할을 위해 등장했다가 퇴장해버리는 배우”란 대사가 기억에 남으리라.

매년 12월 22일~이듬해 1월 6일은 성탄 휴일이다. 1월 6일은 성탄절 후 12번째 날로 구세주 강림일. ‘십이야(十二夜)’는 성탄 휴일 마지막 날 밤으로 농담과 장난을 즐기며 유쾌한 축제가 이어진다. 일란성 쌍둥이 남매인 세바스찬과 올리비아가 벌이는 결혼 대소동이다. 셰익스피어 희극 중 가장 유쾌하다. “자정이 넘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았으니 일찍 기상한 것이나 다름없군.” 술꾼 토비 웰치 경이다.

   
귀로 들은 셰익스피어 명성은 잊으시라. 37편이란 작품이 완독하기에 너무 많다고 포기하지 마시길. 부담 없이 읽는 게 가능하다. 극본이 그리 길지 않다. 저자는 심오한 사상을 늘어놓지 않는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오욕칠정이 단골 소재. 셰익스피어 읽기는 ‘엉덩이’에 달렸을 뿐 ‘머리’완 상관없다. 단, 그 깊이는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읽는 이가 많다. 그 속엔 때때로 저자도 모르거니와 의도하지도 않은 ‘코인’이 숨었다. 그걸 캐내시라.

 서부국 서평가·세상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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