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영상위 직원 현장 찾아
- 영화·영상 세트장 사업 벤치마킹
- 논산시, 1900년대초 한성 재현
- 건물 38개 실제 건축 기법 적용
- 방문객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해
- 최근 3년 간 영화 등 45편 촬영
- 새 작품으로 세트장 업그레이드
- 市 “장기 활용방안 찾는 게 관건”
“우리 스튜디오에 있는 건물 38개 모두가 실내 활용이 가능한 상설 세트장입니다. 실제 건축 기법을 적용해 30년간 거뜬하죠.” 지나 18일 부산시 문화체육국과 부산영상위원회, 언론사 관계자 등 6명은 부산에 영화·영상 촬영 세트장 짓는 사업안을 검토하기 위해 충남 논산시 ‘선샤인스튜디오’를 찾았다. 선샤인 스튜디오는 논산시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제작사인 화앤담픽쳐스와 방송콘텐츠제작사인 SBS A&T가 공동투자해 조성한 최초의 민관 합작 드라마 테마파크다. 1만9834㎡(6000평) 규모 부지에 근대양식 건축물 5동, 와가 19동, 초가 4동, 적산가옥 9동 등이 어우러져 1900년대 초 개화기 한성의 풍물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재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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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부산시, 부산영상위원회 관계자와 취재진이 충남 논산시의 ‘선샤인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국내 유일의 야외 상설 스튜디오라 시대극 촬영장에서 보기 어려운 전신주가 설치돼 있다. 이승륜 기자 |
■드라마보다 더 실제같은 건축물
야외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미스터 션샤인’의 주제곡이 들리면서 곳곳에서 ‘글로리 호텔’을 비롯해 작품의 배경이 된 구조물이 보였다. 작품 속 메인 무대가 된 글로리 호텔은 실제 내부 공간은 촬영에 활용되지 않았는데, 들어서니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기거했을 것 같은 상상이 들 정도로 근대 양식의 목조 인테리어가 잘 돼 있다. 벽면 곳곳에는 박물관을 연상하게 하는 드라마 속 소품이 전시돼 있다. 스튜디오 구성 당시 SBS와 논산시는 제작사와 드라마 촬영이 다 끝난 뒤 소품을 모두 두고 가는 계약을 했다. 호텔 2층에는 커피숍이 운영 중인데 “주인공인 ‘유진초이’가 아침마다 커피를 마신 장소가 아니냐”고 물으니, 시설 책임자는 “드라마 촬영지는 아니고, 관람객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드라마 촬영은 커피숍 밖 야외 테라스에서만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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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 장소는 ‘의상 대여점(위)’과 ‘동매의 공간(아래)’으로, 2곳 모두 촬영 공간이 아니지만 관람객을 위해 별도로 마련됐다. |
스튜디오 운영을 책임지는 안성우 SBS A&T 총괄책임은 “세트장을 관광지로 개발할 때는 반드시 상설 입체 건물을 염두에 둬야 한다. 관람객은 드라마에 오롯이 빠져들기를 원한다. 세트장 뒤로 돌아갔더니 막대기로 지탱하는 게 보이는, 입간판같은 가설세트장을 원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선 최초의 전기회사인 한성전기를 비롯해 스튜디오 내 대다수 건물을 사진 등 역사 자료를 참고해 최대한 외양을 재현하려고 했으며, 드라마가 촬영되지 않은 공간도 근대 양식으로 꾸몄다. 어떤 건물의 경우 간판의 한자가 잘못됐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역사 자료 사진 속 한자가 잘못 된 거였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전 주말 평균 3000명이 몰리던 관람객은 현재 1000명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상업 공간은 글로리 호텔과 한성전기 건물의 커피숍 기념품 판매장 등 뿐이다. 운영 중인 옛날사진관은 수익이 안 나 다음 달 문을 닫는다. 작품 속 동매의 공간으로 불리는 ‘바등쪼 테이블:주점’ 세트장은 상수도 등 시설을 갖췄지만, 아직 먹거리 판매점으로 활용이 안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안 총책임자는 “전체 스튜디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민간 상점을 들이는 등 쉬운 선택을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자칫 스튜디오 전체 분위기를 해쳐 더 큰 걸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내 분기별 기획전시관과 양품점-의상대여 공간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대여소에서는 드라마 속 ‘애기씨’가 입었을 법한 작품 속 의상을 빌릴 수 있다. 관람객의 의상체험은 스튜디오에 큰 도움이 된다. 개화기 한복과 양장 기모노 등을 입고 돌아다니면 자연스럽게 당시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 새 작품 찍어 새 흔적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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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촬영 때 운행하는 개화기 전차. |
스튜디오 개장 이후 지난 3년간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작품 45편이 촬영됐다. 촬영장 임대료는 하루에 드라마 500만 원, 영화 800만 원, CF 900만 원 등으로, 전국 스튜디오 중 가장 비싸지만, 개화기를 배경으로 한 야외 스튜디오가 다른 곳에 없다 보니 인기가 많다고 한다. 비슷한 분위기의 진짜 건물이 여러 채 있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이 큰 인기를 끈 탓(?)에 세트장 전체를 장기로 활용하는 촬영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배경을 기억하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샤인 스튜디오는 계속 주제와 시설을 새롭게 쌓아가고 있다. 새롭게 촬영한 작품의 흔적으로 세트장을 새롭게 메우는 식이다. 촬영팀이 가설 스튜디오를 추가하는 등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대신 상설 세트장 훼손을 막기 위해 보증금 300만 원을 받는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대탈출 3’를 찍었는데, 임시로 만든 주점 건물 지하의 세트장이 좋아서 그대로 뒀다. 시간이 흘러 이런 흔적이 역사 교육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실제 작동하는 개화기 전차 등에는 교육 효과가 높은 사진 자료가 부착돼 있기도 했다.
스튜디오 바로 옆에는 논산시 운영의 VR 기술을 활용한 밀리터리 서바이벌 체험장과 1950년대 폭격 맞은 시가지 등을 촬영할 수 있는 야외 촬영장이 있다. 논산시는 향후 주변에 관광 체육 활성화를 위한 밀리터리 체험 파크와 호국문화 체험 공간을 만들기 위한 추가 부지 매입 작업을 하고 있다. 논산시 관계자는 “전체 스튜디오 시설은 기부채납 받아 우리 시 소유다. 10년 뒤 SBS의 운영이 끝나면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 때는 상설 세트장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이후 그 공간에 제작이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관이 시설을 운영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 이병진 행정부시장은 지난주 김영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지역에 특화된 세트장을 짓는 사안과 관련해 실무진 차원에서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시는 단기적으로 최근 대형제작사의 제안이 들어온 경성 배경 세트장 건립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지역에 특화한 스튜디오를 구상할 계획이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