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꿈 위해 50만 원 들고 상경
- ‘내부자들’ 흥행으로 무명 벗어
- 차에서 내리면 폭탄 터진다는
- 의문의 발신제한 전화 받은 뒤
- 살기 위해 달려야 하는 스토리
- 구남로·장산역 등 부산 배경
- “첫 주연 포스터 보고 펑펑 울어
- 부산 시민 협조 덕에 영화 완성
- 촬영 후 맛집 투어 그리울 듯”
영화 ‘내부자들’ ‘국가부도의 날’,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장르와 선악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배우 조우진이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발신제한’(개봉 23일)으로 관객과 만난다. ‘발신제한’은 그의 첫 단독 주연작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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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발신제한’에서 차량 폭탄 테러의 위기에 빠진 은행센터장 성규 역을 맡은 조우진. 배우의 꿈을 안고 단돈 50만 원을 들고 상경했던 그는 연기 인생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CJ ENM 제공 |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마녀’ ‘터널’ 등의 편집을 맡았던 김창주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발신제한’은 은행 센터장 성규(조우진)가 출근길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중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 추격 스릴러 영화다. 경고 전화를 보이스피싱으로 여긴 성규는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진 폭파 장면을 보면서 패닉에 빠진다. 설상가상 도심 테러의 용의자로 지목받게 되면서 혐의를 벗고 살아남기 위해 도심을 달릴 수밖에 없게 된 성규의 질주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첫 주연작의 설렘을 안고 있는 조우진은 최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개봉이 다가오니 축구 한일전 앞둔 선수들의 기분을 알겠다”며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최대한 많은 분이 보시고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는 개봉 소감을 밝혔다.
■첫 주연의 부담감
올해 데뷔 22년이 된 조우진에게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은 가장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16년 무명의 시간을 단번에 날려버리며 일약 충무로의 핫한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부자들’의 조 상무 역으로 발탁돼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가 내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감격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더 킹’ ‘보안관’ ‘브이아이피’ ‘남한산성’ ‘강철비’ ‘1987’ ‘국가부도의 날’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승승장구했고, 드디어 ‘발신제한’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연의 자리에 올랐다. ‘발신제한’의 포스터를 보고 남몰래 눈물도 지었다고 했다. 그는 “왜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생각하지 못했던 눈물이 떨어졌다. 연기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내가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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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부자들’
조 상무 역을
맡았던 배우
조우진. |
물론 첫 주연작 출연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발신제한’의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에는 거절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잘 해낼 수 있을지 겁이 났다. 쉽지 않은 감정선 연기를 하는 것이 걱정됐다”는 조우진은 김 감독과 제작자를 만나고 나서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당시 김 감독님의 얼굴과 눈에서 ‘이 작품을 당신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정을 봤다. 결국 같이 손을 덥석 잡고 불구덩이에 같이 뛰어들자고 했다”는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조우진이 맡은 성규는 폭탄 테러의 위협 속에서 자녀를 뒤에 태운 채 자동차를 운전하며 폭탄을 설치한 의문의 발신자를 상대해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는 그를 쫓기 때문에 감정의 톤을 정확하게 맞추며 촬영해야만 했다. 조우진이 ‘발신제한’의 출연을 처음에 고사했던 이유다. 그는 “상황에 맞게 인물의 감정을 정확한 밀도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밀도가 맞지 않으면 관객들이 감정이입하는데 방해가 되고 보기 불편한 연기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감정의 밀도 부분은 김 감독님에게 많이 의존했다”며 제작진과의 케미에 만족감을 보였다.
■부산 도심 달린 자동차 추격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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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산역, 해운대 광장, 구남로 등의 도심을 통제하고 새로운 촬영 장비로 카 체이싱 장면을 연출한 ‘발신제한’ 촬영현장. CJ ENM 제공 |
‘발신제한’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부산 촬영을 마음에 뒀다. 김 감독은 빌딩 숲 스카이라인과 천혜의 바다가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에 반했고, 그런 아름다운 도시에서 극도의 공포 상황이 벌어지는 역설을 담고자 했다. 그래서 도심 카 체이싱이 벌어지는 장소로 장산역 일대와 구남로를,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경찰과 성규가 대치를 하는 장소로 해운대 광장을 선택했다. 조우진은 “장산역서 촬영하기 전에 스태프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거리를 함께 걸으며 장면을 설계했다. 그때 ‘이 사람들 미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블록마다 통제 인원이 있었고, 높은 빌딩에는 사령관 역을 하는 프로듀서가 있었다. 그래서 ‘1번 통제 완료, 2번 통제 완료’라는 무전이 다 끝나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만만치 않았던 카 체이싱 장면 촬영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제작진은 인원 통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2, 3개월간 촬영지의 모든 건물과 점포를 찾아가 촬영 허락을 받았다.
카 체이싱 촬영은 기술적으로도 많은 공을 들였다. 러시안 암(자동차 지붕에 얹는 지미집)과 드론을 이용해 스펙터클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담았다. 조우진은 “마치 할리우드에서 촬영하는 듯했다. 러시안 암이나 드론 촬영 등이 신기해서 나도 막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또한 차량 내부에 많을 때는 10대의 카메라를 달아 인물들의 살아 있는 감정을 전달했다. “내 목소리와 표정을 생생하게 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런 스태프의 정성을 한 톨이라도 허투루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또 “카 체이싱 장면은 통제하느라 고생한 스태프와 촬영에 협조해주신 부산 시민들이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실성이 중요한 영화답게 조우진은 많은 장면을 직접 운전했다. 그는 “철저한 계산으로 준비한 촬영이지만 돌발 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몰입했다. 물론 조금만 잘못해도 큰 사고가 날 것 같은 장면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자동차 운전 연기에 자부심을 보였다. 한편 부산 촬영의 장점에 대해 조우진은 단연 맛집 투어를 꼽았다. 그는 “고된 촬영을 마치면 스태프들과 부산 맛집을 검색해 먹으러 가곤 했다”며 “코로나가 사라지면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맛집 투어를 다니자 약속 했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와 가족애
‘발신제한’에서 조우진과 함께 가장 많이 고생한 배우가 성규의 자녀로 나오는 두 아역 배우다. 이들은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조우진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뒤에 태우고 카 체이싱을 해야 하니까 겁을 먹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제가 심하게 핸들을 꺾는 장면을 촬영하고 뒤를 보면 애들이 활짝 웃고 있더라. 마치 이 친구들이 저를 챙기는 느낌이었다”고 두 아역 배우를 칭찬했다. 후반부에는 딸 역의 이재인과 감정적으로 진한 부녀 연기를 보여주는데, 실제 어린 딸을 두고 있는 조우진은 “자주 못 놀아주니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도 나오는데 ‘아빠 오늘 조금만 일하고 오라’고 하더라. 많이 일하면 잘 때 오니까. 그런 부분이 이재인 양과 부녀 연기를 하는데 영감을 줬다”고 딸 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1999년 연기의 꿈을 안고 단돈 50만 원 들고 상경해 배우의 꿈을 이루고 첫 주연작을 내놓은 조우진. 그는 현재의 자신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영화는 내게 꿈이고, 계속 꿈꾸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꾸는 꿈을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만나면 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