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체호프 마지막 걸작 ‘벚꽃동산’ 부산 무대 오른다

소멸하는 삶의 부질없음 보여줘…내달 1~3일 시립극단 정기공연

  •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   입력 : 2021-06-29 18:45:0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러시아 연극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이 부산시립극단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부산시립극단 단원들이 29일 부산문화회관 다듬채에서 체호프 연극 ‘벚꽃동산’ 연습을 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시립극단은 오는 1~3일 제 70회 정기공연으로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체호프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창작한 장막극으로 그의 작품세계에서 정점으로 평가받는 명작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극단 누리에 강성우 연출가가 맡았다. 지난 4월 공연하려다가 코로나19로 무산된 것을 이번에 무대에 올린다.

극 중 거대한 장원인 벚꽃동산의 지주 라네프스까야는 5년 간 파리생활을 청산하고 백야가 한창인 5월 러시아로 돌아온다. 당시 러시아는 농노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많은 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평민이 신흥 재벌이 되는 등 사회적 변화가 큰 시기였다. 라네프스까야도 빚을 갚지 못해 벚꽃동산이 팔려나갈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성대한 파티를 벌이는 등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주변에도 기분에 휩쓸리고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강 연출은 “체호프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크게 담겨 있는 작품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결국은 몰락하고 소멸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부질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 때는 풍요 그 자체의 삶을 살았던 라네프스까야와 오빠 가예프는 지금은 무능력하고 판단력이 결여된 인물이다. 이 연극이 나온 당시 몰락한 귀족의 모습 그 자체다. 게다가 늙은 하인 피르스는 농노해방 전의 신분사회를 추억하며 당시에 머물러 있는 구시대적인 인물이다. 벚꽃동산의 옛 주인을 잘 보살피고 장원의 살림을 꾸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 하녀 두냐샤는 모든 관심사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만 쏠려있는 가볍고 가여운 캐릭터다.

강 연출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살려 정말 저런 사람이 존재하는 듯이 진실하고 신뢰성 있게 묘사하는 게 체호프의 특징”이라고 했다. 설명적이기보다는 서정적이고 간결한 대사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도 체호프의 장기다.

대학생 뜨로피모프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대단히 개혁적이고 새로운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지만 실은 말만 번지르르하다. 자신의 미성숙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청년다운 패기는 있어 확신에 찬 어조로 사람들을 설득한다. 그의 긴 독백대사는 연기전공을 하는 학생들의 입시 작품으로도 많이 쓰일 정도로 연기력을 필요로 한다. 로빠힌은 농노 출신으로 지주 라네프스까야를 동경하고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정하는 양가적 감정을 가진 인물로 보인다. 이전엔 바라볼 수도 없었던 귀족이 지금은 몰락해 자신이 경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우위에 서게 되자 그 위화감에 불편해 한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덕에 장막극이지만 극의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유지된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5시.1~2만 원.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2. 2[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3. 3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4. 4[근교산&그너머] <특집> 추석 연휴 가볼 만한 둘레길 4선
  5. 5늦여름 담양대숲 청량하다, 초가을 나주들녘 풍요롭다
  6. 6“강과 산 모두 있는 부산 북구, 다양한 재난대비 훈련”
  7. 7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8. 8‘교섭’‘헌트’‘존윅4’ 극장서 놓친 작품 즐기고, ‘무빙’ 몰아볼래요
  9. 9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10. 10[서상균 그림창] 추석 밥상
  1. 1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2. 2여야,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내달 6일 표결키로
  3. 3구속 피했지만 기소 확실시…李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
  4. 4檢 2년 총력전 판정패…한동훈 “죄 없단 뜻 아냐, 수사 계속”
  5. 5부산 민주당, 전세사기 유형별 구제책 촉구
  6. 6위증교사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李 방어권에 힘 실어
  7. 7국힘 ‘여론역풍’ 비상…민주 공세 막을 대응책 고심
  8. 8부산시민 52.8% “총선 때 尹정부에 힘 싣겠다”
  9. 9[부산시민 여론조사]한동훈 28.1%, 이재명 27.4%…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박빙
  10. 10이재명 영장 기각…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고 범죄 소명 됐다고 보기 어려워"
  1. 1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2. 2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3. 3BPA, 항만 근로자 애로사항 청취
  4. 47월 부산 인구 1231명 자연감소…경북 등 제치고 전국 1위
  5. 51인당 가계 빚, 소득의 3배…민간부채 역대 최고치
  6. 6국제유가 다시 90달러대로…추석 전 국내 기름값 고공행진
  7. 7추석 뒤인 10월, 부산에서 1115가구 분양
  8. 8긴 추석연휴 ‘추캉스족’ 모여라…롯데아울렛 ‘홀리데이 페스타’
  9. 9아프리카 섬나라에 '부산엑스포 유치' 사절단 30명 파견
  10. 10부산 사업장 뒀던 한국유리공업, 'LX글라스'로
  1. 1[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2. 2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3. 3“강과 산 모두 있는 부산 북구, 다양한 재난대비 훈련”
  4. 4부산시 생활임금 심의 투명성 높인다
  5. 5지인에게 빌린 수술비·투석비용 지원 절실
  6. 6오늘의 날씨- 2023년 9월 28일
  7. 7영도 ‘로컬큐레이터센터’ 세워 도시재생 이끈다
  8. 8오수관 아래서 작업하던 인부 2명, 가스 질식돼 숨져
  9. 9과속 잦은 내리막길 12차로 건너야 학교…보행육교 신설을
  10. 10추석 코 앞인데…부산 체불임금 작년보다 110억 늘었다
  1. 1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2. 2한가위 연휴 풍성한 금맥캐기…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
  3. 3럭비 척박한 환경 딛고 17년 만에 이룬 은메달
  4. 4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5. 5‘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6. 6사격 러닝타깃 단체전 금 싹쓸이…부산시청 하광철 2관왕
  7. 7한국 수영 ‘황금세대’ 중국 대항마로 부상
  8. 8구본길 4연패 멈췄지만 도전은 계속
  9. 9김하윤 밭다리 후리기로 유도 첫 금 신고
  10. 10박혜진 태권도 겨루기 두번째 금메달
우리은행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토기 큰 항아리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구호품 90% 부산항 집결…분유부터 재봉틀까지 총망라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환희/전용신
가을바람 /임종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6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그레이트풀 캠프 참관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7일(음력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6일(음력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휴가 받아 고향에서 추석 쇠는 즐거움을 노래한 오숙
구차하게 사는 걸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 한 맹자(孟子)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