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랑종’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샤머니즘 극한 공포 … 그 리얼리티 위해 1년을 태국 무속인 찾아 누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나홍진과의 협업 전 세계적 관심
- 페이크 다큐 방식 현실감 극대화
- “태국 오지 촬영으로 신비감 더해
- 근친상간·식인 등 적나라한 장면
- 작품 메시지상 꼭 필요했던 부분”

한국 스릴러 영화의 대가 ‘추격자’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태국 공포 영화의 대가 ‘셔터’ ‘샴’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뭉쳤으니 얼마나 무서울까? 나 감독이 시나리오 원안 집필과 기획, 제작을 맡고, 반종 감독이 연출과 제작을 맡은 공포 영화 ‘랑종’은 지난 14일 개봉한 후 굉장히 무섭다는 입소문이 퍼져 19일까지 60만 관객을 모으며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한국과 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의 만남은 제작 초기부터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기대를 받았으며, 일본 대만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해외 50개국에 일찌감치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태국어로 ‘무당’을 뜻하는 ‘랑종’은 태국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석 달간의 기록을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담았다. 대를 이어 바얀 신을 모셔온 무당 님과 대물림을 거부하던 조카 밍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리고 존재 유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의 힘이 휘몰아치는 후반부는 역대급 공포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최근 가진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반종 감독은 “한국의 천재 감독님이고, 저의 아이돌이신 나 감독님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어서 최선을 다해서 완벽한 신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며 “100% 태국어로 만든 제 영화가 한국이라는 넓은 시장에서 소개될 수 있어서 영광이다”는 개봉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랑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국과 태국 감독의 만남

시나리오 원안을 집필한 나홍진 감독의 제안으로 영화 ‘랑종’을 연출한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그는 ‘셔터’로 태국 공포 영화의 새 장을 열었고, 역대 태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피막’ 등을 연출했다. 쇼박스 제공
‘랑종’의 시작은 나 감독이 먼저였다. 나 감독은 ‘곡성’ 이후 “진심을 다해서 정말 무섭고 제대로 된 공포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랑종’의 시발점을 밝힌 바 있다. 원안을 집필한 그는 굉장히 습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울창한 숲, 포장되지 않은 도로의 이미지를 떠올렸고, 바로 반종 감독과 연락했다.

그렇다면 반종 감독이 생각하는 나 감독의 모습은 어떨까? “나 감독님과 저의 인연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의 방콕문화센터에서 열린 한국 영화 상영회에서 제가 ‘추격자’를 선택해서 상영했다. 원래는 제가 선택 이유를 짧게 설명하기로 했는데, 영광스럽게도 나 감독님이 직접 방문을 해서 처음 만났다. 이후 다시 인연이 있을 줄 몰랐는데 4년이 흐른 후 나 감독님이 좋은 제안을 해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다.”

2000년대 중반 ‘셔터’와 ‘샴’을 연출하면서 태국 공포 영화의 새 장을 열었으며, 201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퓨전 공포 영화 ‘피막’으로 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반종 감독은 나 감독의 원안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궁금했다. “‘셔터’와 ‘샴’을 연출한 이후 공포 장르에 따분함을 느꼈다. 보는 것도, 제작하는 것도 싫어서 오랜 시간 다루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좋은 공포 영화가 많이 나왔다. 특히 나 감독의 ‘곡성’을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도전 의식을 느꼈다.” 매너리즘에 빠졌던 자신에게 ‘랑종’이 새롭게 공포 영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을 밝혔다.

■낯선 촬영지와 배우들

영화 스틸 컷. 쇼박스 제공
‘랑종’의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간 반종 감독은 1년에 걸쳐 태국의 전역을 돌며 30명 이상의 무속인을 만나 다양한 조사를 했다. “무속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금전적인 목적이나 누군가를 속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의도를 갖고 무속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한국 돈으로 1000원을 받고 질병을 치료해 주는 무속인이 있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조사할 때 본 것으로는 실제 질병이 낫는 사람도 있었다.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영화 속 무당의 의식, 그가 조사한 다양한 샤머니즘 의식과 나 감독이 알려준 한국의 샤머니즘 의식이 혼합돼 있다. 그리고 촬영지로는 우리에게 낯선 지역인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이산을 선택했다. “방콕이나 유명 관광지인 치앙마이와 달리 이곳은 저 같은 방콕 사람들에게도 낯선 지역이라 관객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은 캄보디아 국경과도 인접한 곳이라 캄보디아 문화도 일부 섞여 있어 낯선 문화도 느낄 수 있었다. 또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여서 성스럽고 웅장한 영화의 분위기와 맞다고 생각했다.”

촬영지 선정과 함께 배우들의 캐스팅도 진행됐다. 영화 전체에 안정감을 주는 무당 님 역으로는 전작 ‘원 데이’에 출연한 바 있지만 태국에서도 잘 안 알려진 싸와니 우툼마를, 점점 이상 증상을 보이며 귀신으로 변해가는 조카 밍 역은 오디션을 통해 신인 나릴야 군몽콘켓을 캐스팅했다. “싸와니 우툼마는 님 그 자체였고, 알려지지 않은 낯설 얼굴 나릴야 군몽콘켓은 수많은 배우들 중 가장 뛰어났다.” 특히 두 배우에게는 연기의 가이드라인만 정해주고 애드리브처럼 연기하게 해서 실제 무당과 귀신 들린 사람 같았다. “리얼리티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자연스러운 연기, 실제에 가까운 연기를 담기 위해 그렇게 연출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 장례식 장면에서 밍이 노인에게 욕하는 장면도 중요한 대사만 주고 배우들이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게 했다.”

■페이크 다큐와 표현 수위의 극대화

‘랑종’을 새로운 공포 영화로 보이게 만드는 1등 공신은 페이크 다큐 형식이다. 영화는 태국의 다큐멘터리 팀이 바얀 신을 모시는 무당 님을 밀착 취재하는 형식을 빌렸다. 그래서 인물을 쫓는 카메라는 모두 다큐멘터리 팀의 들고 찍는(핸드헬드) 카메라이거나 CCTV 카메라다. “시나리오 원안부터 페이크 다큐 형식이었다. 페이크 다큐 형식이 가장 적합한 방법인지 여러 번 생각했고, 픽션처럼 촬영하면 어떨까도 고민했다. 나 감독님과 많은 논의를 거쳐 페이크 다큐가 관객들에게 태국의 무속신앙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파워풀하게 표현하는데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리얼리티를 살리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덕분에 카메라맨이 귀신에게 공격을 당할 때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온전히 살릴 수 있었으며, 땅에 떨어진 카메라의 묘한 앵글을 담을 수 있었다. “카메라맨이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모습을 카메라의 흔들림으로 표현해 공포를 주도록 연출했다.”

또 한 가지 ‘랑종’이 새롭게 보이는 이유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적나라한 빙의 현상이나 성관계 존속살해 근친상간 식인 강아지 학대 유아 살해 등 수위 높은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토리 전개나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어 꼭 필요한 장면들이었다. ‘인간의 악과 원죄’라는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물론 실제 촬영에서 동물 학대와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 “강아지를 냄비에 넣는 장면은 잔인해 보이나 실력 있는 조련사가 훈련 시켜 촬영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스트레스를 주거나 학대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 영화의 메시지였는데, 엔딩은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열린 결말로 마친다. “엔딩 장면은 이 영화의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그 장면을 넣었다. 관객들이 귀신의 존재 유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려고 이 장면을 넣게 됐다.” 그렇다면 반종 감독 자신은 귀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겠다. 원래 무당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많은 무당을 만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도 접하게 됐다.” ‘랑종’을 보고 귀신의 존재를 믿을지 안 믿을지는 관객의 몫이다. latehop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민병헌 공식 은퇴…뇌동맥류 수술 영향
  2. 2가덕신공항·메가시티·원자력 정책 찬반 팽팽
  3. 3[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초경량 13.3인치 노트북 초등생 썼더니
  4. 4CGV 해운대 극장주 "우린 중소기업, 정부의 현실적 지원 시급"
  5. 5통계로 본 부산 경제<10> 부울경 국가산단 '살얼음판' 호조세…수출·생산↑ 고용↓
  6. 6코로나 확진자 30만명 돌파… 부산선 타지역 방문자 감염 잇따라
  7. 7추석연휴 지역간 코로나 전파 현실화됐다
  8. 8경남 하동군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단지 개방
  9. 9"백화점 부지에 오피스텔 안돼" 울산 중구, 신세계 항의방문
  10. 10장제원 의원 "아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아야"
  1. 1가덕신공항·메가시티·원자력 정책 찬반 팽팽
  2. 2특공받고 떠난 비율 경남 1위, 특공으로 챙긴 시세차익 부산 1위
  3. 3민주당 대권주자들 부산서 지역공약 쏟아내
  4. 4김해고 두 선후배, 엇갈린 야당 캠프행
  5. 5“가덕신공항 전면 재검토”…9일 만에 말 바꾼 최재형
  6. 6굳히기-뒤집기 갈림길 ‘명낙’ PK대전 막 올랐다
  7. 7세계 5대 해양도시·신공항 조기 완공…부울경 표심 잡기 나선 與 후보들
  8. 8장진호 영웅들의 마지막 임무 ‘귀환’…문 대통령 “이들 희생으로 나도 존재”
  9. 9이낙연·이재명 부울경 방문...지역 현안 완수 다짐
  10. 10추미애, 부울경 순환 철도 등 PK 미래비전 제시
  1. 1[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초경량 13.3인치 노트북 초등생 썼더니
  2. 2CGV 해운대 극장주 "우린 중소기업, 정부의 현실적 지원 시급"
  3. 3통계로 본 부산 경제<10> 부울경 국가산단 '살얼음판' 호조세…수출·생산↑ 고용↓
  4. 4장제원 의원 "아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아야"
  5. 5지난해 외국인의 부산 내 토지소유 면적 498만8000㎡
  6. 610월 1일부터 미등록 반려견 단속
  7. 7부산항 8월 항만물동량 전년 동기보다 9.2% 증가
  8. 8오늘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4곳만 원화 거래 가능
  9. 9재건축 대안으로 집값 상승 효과 커…리모델링 수주 경쟁
  10. 10수소트램, 3년뒤 울산서 먼저 달린다…2024년 양산
  1. 1코로나 확진자 30만명 돌파… 부산선 타지역 방문자 감염 잇따라
  2. 2추석연휴 지역간 코로나 전파 현실화됐다
  3. 3경남 하동군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단지 개방
  4. 4"백화점 부지에 오피스텔 안돼" 울산 중구, 신세계 항의방문
  5. 5부울경 날씨 당분간 평년과 비슷… 바람 많이 불어 유의
  6. 6부산 동래구 학원에서 화재...3D프린터 폭발 추정
  7. 7부산만 18%… 전국 최고 부산 택배 대리점 수수료 논란 점화
  8. 8창원시에 수달, 삵 등 멸종위기종 15종 서식
  9. 9제2회 합천 수려한영화제 다음달 21~25일 개최
  10. 10내년부턴 전문대서도 전문기술 석사 딴다
  1. 1롯데 민병헌 공식 은퇴…뇌동맥류 수술 영향
  2. 2손흥민·황희찬의 EPL 코리안 더비…먼저 웃은 ‘손’
  3. 3아이파크, 리그 5위로 껑충…무승 ‘아홉수’ 탈출 언제쯤
  4. 4이강인, 레알 마드리드전 데뷔골…황의조, 2경기 연속 득점포 가동
  5. 5‘고수를 찾아서3’ MMA파이터가 폴댄스를 배우면
  6. 66·7회 12득점…롯데, 삼성과 최종전 웃었다
  7. 7서채현 첫 금메달…도쿄 설움 달랬다
  8. 8파죽지세 한국 여자핸드볼…조별리그 전승
  9. 9롯데, '5강 적수' SSG에 8 대 9 역전패
  10. 10득점 기계 레반도프스키, 유러피언 골든슈 첫 수상
우리은행
이대한의 대안 모색
예술인권리보장법 통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이병주 탄생 100주년 그를 회고한다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대표
리뷰 [전체보기]
옥주현·정선아 7년 만의 만남…‘초록매직’ 부산을 홀리다
새 책 [전체보기]
세상과 은둔 사이(김대현 지음) 外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찾아 떠난 국악인
일터의 부조리가 부른 비극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웃음 열쇠 /손증호
나는 민달팽이로소이다 /안영희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의 거리’ 김민근 감독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아이돌 티 벗었네, 가을 스크린의 네 여우
새로운 OTT 공룡 온다…디즈니 發 지각변동 예고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무협 영화의 하이브리드
삶이냐, 죽음이냐…중세 기사도 전설의 재해석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9월 23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9월 16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세이수미 say sue me 다시 세계로 비상하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9월 23일(음력 8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1년 9월 16일(음력 8월 10일)
요즘 뭐 봐요- [전체보기]
요즘 뭐 봐요- 9·11 비극의 서막은 이데올로기 전쟁
요즘 뭐 봐요- 짠내나는 중년판 ‘미생’, 덧칠 벗겨진 밥 아저씨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연재를 마치며
우리 인생의 드라마 - 에필로그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낭군을 애끓게 기다리는 기생 능운의 시
인간 정욕이 본성임을 깨닫고 환속(還俗)한 이야기
  • 제23회부산마라톤대회
  • 극지논술공모전
  • 조선해양사진 및 어린이 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