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기자들이 취향껏 보고 듣고 즐긴 뒤 가볍게 추천하는 문화 콘텐츠 . 넷플릭스를 후끈 달구는 화제의 ‘청불’ 시리즈와 뮤지컬 공연관람 갈증을 해소해 줄 레전드 영상, 그리고 우리가 외면해온 부산 풍경을 들여다보는 사진전을 보고 왔다.
★넷플릭스 시리즈 ‘섹스/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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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의 19금 화제작 ‘섹스/라이프’. 넷플릭스 제공 |
뉴욕의 교외 코네티컷에 있는 아름다운 저택. 다정다감하고 경제적으로도 능력있는 변호사 남편 쿠퍼와 사랑스러운 아이 둘. 둘째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빌리의 결혼생활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녀는 부부 사이의 열정이 사그라들었음을 느끼고 결혼 전 할리퀸 로맨스 소설같던 남자친구 브래드와의 성생활을 일기로 쓰며 추억에 잠긴다. 이 일기를 남편 쿠퍼가 읽고 둘의 결혼생활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빌리는 옛 사랑 브래드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남편에게는 유혹의 손길을 뻗는 회사 사장 프란체스카가 있다. 감정의 소모가 심하고 주변사람까지 괴롭게 만드는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는 걸까.
빌리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을 떠나지 않고 자신과 아이를 사랑할 남자라는 걸 안다. 열정과 스릴로 가득찬 브래드와 관계가 파탄났을 때의 괴로움을 알기에 지금의 결혼생활을 지키려고 발버둥친다. 여전히 빌리를 사랑하는 남편도 자신의 완벽한 가정이 망가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빌리는 따뜻한 가정은 지키면서 자신의 욕망에도 충실하려고 하는 걸까. 안정적인 가정과 남녀로서의 스파크가 튀는 열정적인 부부 관계는 양립불가능한 것일까. 아이를 낳고 결혼생활의 위기를 겪는 유부녀의 일탈과 괴로움으로만 보기에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브래드와 빌리의 후끈한 연애 회상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감상하실 때 부디 이어폰을 끼시고 후방주의 하시기를.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특별공연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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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미스 사이공 25주년 런던 특별공연. 한국배우 홍광호가 출연했다. UPI코리아 제공 |
코로나19로 공연예술에 목마른 지금, 특히 뮤지컬팬들은 가뜩이나 가뭄에 콩 나듯 열리던 지역 공연이 더 귀해져 갈증이 심하다. 창작 무대가 온라인으로 속속 공개되지만, 익숙한 넘버가 가득한 대형 뮤지컬에 환호하고픈 욕망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요즘 3개의 영상을 돌려보며 이런 욕구불만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중이다. 영국의 전설적인 뮤지컬 기획자 카메론 매킨토시 4대 뮤지컬의 규모와 퀄리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공연실황들로, 2019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또는 무대 규모가 훨씬 더 큰 2010년 25주년 특별공연), 2011년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공연’, 그리고 2016년 열린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공연’이다. 갈라 콘서트 형식이지만 실제 뮤지컬 공연과 스토리 진행이 같고 의상과 무대장치가 동일하거나 더 화려하며 넘버가 빠짐 없이 포함돼 있어 뮤지컬 한 편을 다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로열 앨버트 홀 등 초대형 공연장에 실제 공연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편성된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관객의 함성이 더해져 마치 거대한 공연장의 객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롱런을 기념하는 공연인 만큼 그 역할을 한 배우중 ‘최고’가 캐스팅된 것은 당연하다. 특히 미스 사이공 공연에는 한국 뮤지컬 톱스타 홍광호가 출연해 그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상이기도 하다. 불을 끄고 큰 TV화면으로 보면 거실이 순식간에 뮤지컬 공연장이 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전시 ‘관심 없는 풍경-뭉우리돌을 찾아서, 부산경남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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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우 작가 사진전에 전시된 용두산공원의 안희제 상 사진. 부산도서관 제공 |
밤 12시만 되면 운동장에 세운 위인들의 동상이 움직인다(?)는 흔한 학교 괴담. 늦게까지 못 놀게 하려는 어른들의 꾀가 아니었나 싶지만, 어린 시절에는 잠깐 혹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 뒤로도 굳이 밤에 위인들의 동상을 마주할 일이 없었다. 사실은 대낮에도 마찬가지. 거리 공원에서 자주 스쳐 갔어도, 제대로 들여다본 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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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공원 장건상 상 사진. |
조금은 반성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김동우 작가의 사진전은 부산 경남에 남아 있는 일본군 시설물 흔적, 독립운동 현장 등을 담은 작품 40여 점으로 기획했다. 눈길을 끈 건 밤을 배경으로 촬영한 독립운동가 동상, 기념비 사진. 도로 한쪽에 우두커니 선 흉상, 흐릿해진 항거의 표식들이 어둠 속에서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망각 외면 무관심의 기록’이라던 작가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밤 배경이라 그런가 익숙한 기록물도 처음 본 것처럼 새롭다. 박재혁 의사 부조를 얼굴만 강조해 촬영한 작품 등이 그렇다. 부산항일학생의거 기념탑 좌우에 있는 학생 동상 사진 또한 마찬가지로, 투쟁하는 표정들이 강렬하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영웅들의 모습을 되짚다 보면, 고맙고 숙연한 마음이 절로 든다. 부산도서관 2층, 다음 달 30일까지.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