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트로트가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면서 대중문화 연구자들의 트로트 연구도 늘고 있다. 사회현상으로서 트로트 수용 문화를 받아들이고 분석하기 위해 현재 시점의 트로트 장르가 가진 의미를 진단해보아야 한다.
일제강점기 미국의 폭스 트롯이라는 4분의 4박자 춤곡이 한국과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은 폭스 트롯을 바탕으로 1960~70년대 ‘엔카’(演歌)를 발전시켰다. 일본인의 고유 정서인 정념(情念)과 원한(怨恨) 감정이 고스란히 가사로 표현된 곡이 엔카로 불렸다. 한국은 역사상 중국과 끊임없는 대립, 일본의 침략 등 오천년의 역사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민족에게 생겨난 한(恨)의 정서가 트로트에 그대로 녹아있다.
얼마 전까지 ‘트로트 왜색론’을 펼친 이들의 논리는 일본의 엔카에서 영향을 받은 시작과 태생이 그러하니 유전적 DNA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인데, 과연 이 논리를 오늘의 트로트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현재 한국 트로트 음악은 락, 발라드, 힙합 등 장르와 혼성화된 특징을 보이고, 새로운 장르로 지칭될 만큼 변모한다는 점에서 그 부분은 명확히 아니라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우리가 일본 엔카에 영향을 미쳤으며 엔카가 한국 민요나 창가를 표절한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한다. 일본 엔카의 아버지 고가 마사오(1904~1978)가 한국인이라는 파격적 주장의 인터뷰가 몇 해 전 케이블 채널 아이넷의 다큐멘터리에서 방송되기도 했고, 엔카의 여왕 미소라 히바리(1937~1989) 또한 한국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점에서 트로트와 엔카를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미스터 트롯’을 보며 가장 많은 눈물을 훔쳤던 무대는 열세 살 정동원이 ‘희망가’를 불렀을 때였다. 민중가요처럼 부모 세대부터 전해 내려온 그 가슴 먹먹했던 노래가 아들 세대의 입에서 전해질 때의 그 묘한 감정. 먹고 살기 위해, 잊고 지낸 슬픔과 응어리진 한의 정서를 건드리고, 대중의 눈물샘이란 뇌관을 폭발시킨 것이다. 이제 그 한의 정서를 모두 해원(解冤)하고 밝은 에너지로 바꾸어 이 힘든 시기를 이겨가기를, 그 희망의 역할을 젊고 밝아진 트로트가 해주기를 바란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