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드라마’라는 제목으로 지난 3월부터 한국 드라마 사 70년을 살피며 모두 25편을 꼽아봤다. 70년대 컴퓨터도 게임도 없던 시절, 나의 친구는 텔레비전과 만화책이었다. 드라마를 통해 인생을 알았고, 드라마는 내 스승이자 재미 있고 친절한 친구와도 같았다.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데에도 그만큼 TV 속 드라마의 역할이 컸다.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이와 같은 또래였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서울 KBS 별관에서 했던 ‘쇼비디오자키’ 공개방송, 중구 정동 MBC 사옥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공개방송에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연극 하는 친구들과 대학로 극장에 기웃거리기도 하다가 결국,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다. 그리고 30년 뒤, 드라마작가의 꿈은 못 이뤘지만 글을 쓰고 학생을 가르치니 꿈의 절반은 이뤘다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드라마 중 인생의 드라마 25편만 꼽기는 참 힘든 일이었지만, 이 작업을 통해 내 인생사도 함께 정리가 된 느낌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소재를 잘 살피면 크게 두 가지 양상이 있다. 판타지 드라마와 법조계 배경 드라마이다. 전자는 사회비판적 기능으로서 판타지 장르를 활용하며, 후자는 공정성과 정의를 화두로 던진다. 시대가 정의에 목마르다는 증거일 테다.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에서 ‘킹덤’으로 진화하며 좀비를 통해 공권력의 폭력성, 인간 탐욕을 이야기하며 ‘호텔 델루나’의 홍자매 역시 부패한 정치인, 이승을 떠도는 원혼을 통해 한국 사회를 고발·비판하며 종국엔 이들을 치유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악마판사’는 하버드 로스쿨 석사 출신 전직 판사가 작가로 전직해 쓴 작품이다,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법정쇼’라는 리얼 판타스틱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판타지/현실, 인간을 통제하는 법/자유로운 감성 간 경계가 무너진 이 드라마를 보며 한국 판타지에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습이 강하게 반영됐고, 한국 드라마가 이런 비판과 자정(自淨) 기능을 통해 변화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감을 느낀다. 더불어, 드라마라는 프리즘으로 보는 이 사회가 더는 이룰 수 없는 판타지를 갈망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우리 미래를 제안하는 대안 메시지를 전달할 것임을 확신한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