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기자들이 취향껏 보고 듣고 즐긴 뒤 가볍게 추천하는 문화 콘텐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인도 스포츠 영화 ‘당갈’, 세 작가가 ‘기억’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는 ‘비밀의 화원’전, 그리고 탈영병을 잡아들이는 군사경찰 D.P.(Deserter Pursuit)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소개한다.
★실화바탕 인도 영화 ‘당갈’
올림픽 열기를 타고 최근 새삼스럽게 화제가 된 ‘당갈’(2018)은 실화가 바탕인 인도 스포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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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쳐 세상의 벽을 허물게 하려는 인도인 아버지의 부정이 감동적이다. |
인도 전국대회를 제패한 레슬링 스타 마하비르(인도 국민배우 아미르 칸 분)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던 자신의 꿈을 아들을 통해 이루려한다. 문제는 그에게 아들이 없다는 것. 딸만 넷 낳고는 꿈을 접으려던 차, 못된 사내 녀석들을 맨손으로 제압하는 두 딸을 보고 다른 희망을 품게 된다. 딸들을 레슬링 선수로 키워내겠다는 것. 꿈이야 자기 꿈일뿐 딸들에겐 그냥 날벼락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종일 고강도 훈련을 하고 급기야 머리카락까지 잘린 첫째 딸은 레슬링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고, 그때서야 아버지의 진심을 알게 된다. 태어나서 집안일만 하다가 사춘기가 되면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 또 그 남자의 뜻대로 사는, 인도 여성에게 매겨지는 ‘설정값’을 거부할 기회를 딸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 반바지를 입은 딸이 온동네를 달리게 하고 모래밭을 뒹굴게 하는 건 인도남자인 아버지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부녀의 마음이 통하는 이 시점부터 진짜 얘기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길과 지도자의 길은 양립할 수 없기에’ 딸들을 위해 후자를 택하는 부정(父情)과 세상의 벽을 허물고 씩씩하게 나아가는 딸들의 드라마가 한 편에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탄탄한 스포츠 영화가 있다. 역경을 딛고 마침내 최고가 되는 스포츠 서사가, 실제 올림픽 경기를 방불케 하는 촬영기법의 도움을 받아 큰 감동을 만든다. 실화라서 더 코끝이 시큰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넷플릭스의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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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교환(왼쪽)과 정해인이 탈영병을 잡아들이는 군사경찰으로 활약한다. 넷플릭스 제공 |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얌전하고 해사한 얼굴로 귀여운 연하 남친의 아이콘 같이 보였던 정해인의 다부진 면모를 보는 재미다. 복싱을 한 경력이 있어 소위 ‘좀 칠줄 아는’ 몸놀림에 진짜 군인처럼 그을린 피부까지 여리여리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진짜 군인처럼 바짝 깎은 머리가 밤톨같아 더욱 귀여워 보이고 거기다 이병 특유의 어리바리함까지 더해져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정해인의 미모만으로 작품에게 합격점을 주는건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남자친구 혹은 남자형제의 군대 이야기를 듣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군부대의 탈영병을 잡아들이기 위한 여러 이야기가 풍성하며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그리고 군대 내의 일을 다루는 만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합리적인 일이나 병사간의 괴롭힘, 간부 사이의 힘겨루기 등도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탈영하게 되는 병사들이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줄이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정해인의 고참으로 출연 하는 배우 구교환은 최근 개봉해 관객 300만을 돌파한 영화 ‘모가디슈’의 북한 대사관 태준기 참사관 역할로 얼굴이 익다. 영화에선 거칠고 예민하고 저돌적이지만 여기선 좀은 나른하고 능글맞은 말투로 유들유들한 한호열 상병 역할을 아주 잘 해낸다. 정해인과 짝을 이뤄 탈영병을 검거하는 역할을 하는 그는, 상관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자신의 일은 성실히 하지만 그렇다고 꽉 막히지는 않은 재미있는 캐릭터다. 반듯하고 융통성이 없는 인물로 그려지는 정해인과의 케미가 그래서 더 좋다. 2편에선 탈영병을 잡으러 부산에 오는데 눈에 익은 경치를 화면으로 접하니 더 반갑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비밀의 화원’전(아트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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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송, 밤을 거닐다, 91x91cm, 2021. 아트소향 제공 |
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야생정원부터 무한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푸른 바닷속까지…. 팬데믹으로 지친 마음과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기획전이다. 30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김민송, 이지은, 임지민 작가가 참여한다.
세 명의 작가들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저마다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그중 김민송 작가는 여행하며 봤던 자연물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나무를 보면서 느꼈던 경이로움 등을 작품에 녹여낸다. 은은하게 발광하는 루피너스와 밤하늘의 별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신비로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지은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현실적이고 재치 있는 작업물을 선보인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소년과 강아지가 함께 푸른 바닷속을 헤엄치는 ‘Big blue’. 120호 대형 캔버스에 작업한 것인데, 오묘하고 몽환적인 바다 색깔과 풍부한 공간감이 매력적이다. 임지민 작가 또한 일상의 순간을 화면에 담아낸다. 표정이 아닌 ‘손’으로 감정을 표현한 점은 흥미로운 부분. 손의 온기 촉감 움직임에서 불안 초조함 등 다양한 감정을 포착하는 섬세한 시각이 돋보인다.
코로나19로 외출이 꺼려진다면 ‘나만의 공간’에서 전시를 즐겨보자. 온라인 전시 플랫폼 ‘코리안 아티스트’에 접속하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세 작가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전시 10월 2일까지.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