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약점 파고들어 타인 조종
- 25명 중 1명 꼴로 주변에 존재
- 피할 수 없다면 알고 대처해야
머리 끝까지 화가 난 A와 B가 있다. 둘 다 문제를 일으킨 상대에게 미친 듯 화를 냈다. 불현듯 서랍 속 권총이 떠올랐고, 상대를 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A의 양심은 그를 저지했다. A에게는 동족인 사람에게 유대감을 갖게 하는 신경학적 구조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B는? 주위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목격자가 없음을 확인했다. 기분 좋은 감촉을 느끼며 총을 집어들고 상대의 이마를 정확히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양심의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상상하기 힘든 잔인한 행동을 하고도 편안함을 느끼는 B는 ‘소시오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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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이 결핍된 소시오패스. 그들은 약자를 골라 그 마음을 통제하고 괴롭히다 끝내 삶을 파괴한다. |
‘그저 양심이 없을 뿐입니다’의 저자 마사 스타우트는 25년간 소시오패스를 연구한 심리학자로 하버드 의대 교수다. 그는 말한다. ‘아무리 잔인한 짓을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적을 물리칠 방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소시오패스의 진면목을 깨닫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의 목표는 이런 질문에 답을 보여 주는 동시에 무자비한 조종자에 맞설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자기회의에 대응할 방법을 알려주는 데 있다.’
그는 소시오패스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랑을 느낄 수 없다. 이별을 슬퍼할 리도 없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표출한다면 그것은 뭔가를 상실한 데 대한 분노일 뿐이다. 대개 달변에,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상처받은 척 연기도 잘한다. 정상인의 감정을 모사하는 ‘동정 연극(pity play)’은 그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타인의 동작 목소리 억양 단어선택 등을 복사하듯 흉내낸다. 병적으로 거짓말을 일삼고 연인이나 친구에게 기생한다. 숨 막힐 정도의 냉담함을 드러낸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흥분과 자극을 원해서 신체적·재정적·사회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감행한다.
무서운 것은 이같은 소시오패스의 특징과 증거를 다 안다고 해도 그들을 알아보는데 번번이 실패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악해 보이지도, 미친 사람 같지도 않다. 교육 지능 재능도 특정할 수 없다. 가난하고 무학인 사람부터 대단한 정치가, 권력자 경제인 학자 전문직까지 폭 넓다. 그리고 무척 매력적이다(그렇게 보이는 방법을 잘 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정작 살인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약한 사람을 골라 통제하고 파괴하지만 치명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회 곳곳에서 조용히 악행을 이어간다.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25명 중 1명의 확률로 우리 곁에 있는 소시오패스. 그들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피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양심이 없는 존재에게 양심을 만들어 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소시오패스에 시달린 실제 사례를 상황극처럼 구성한 이 책은 그 존재를 알아차리는 법과 대처할 전략,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소시오패스의 가해로부터 구해낼 방법을 알려준다. 책을 읽다 보면 당신 주위의 누군가가 떠올라 놀랄 지도 모른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