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현직 국어교사 겸 작가들이 생태·환경을 테마로 소설집을 엮었다. 최진영 김기창 김중혁 김애란 임솔아 이상욱 조시현 배명훈 작가의 기존 발표 단편을 선별해 실은 ‘숨 쉬는 소설(창비)’이다. 부산국어교사모임과 시교육청 학평지원단 소속 교사 6명은 “생명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세상이라면 국어 수업도 변해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이 시작이었고, 끝없는 격론과 긴 협의 끝에 선정한 작품을 이 책에 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랜 연구와 격론, 협의 끝에 독성 화학물질, 기후 위기, 플라스틱 문제,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 몸의 가치에 관한 고민, 육식, 인간을 거부하는 지구,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담아낸 소설 8편을 찾아냈다.
현직 교사인 작가들은 제자들을 보며 ‘미래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필연적으로 고민해 왔고, 소설이란 형식을 통하면 이런 문제를 보다 더 흥미롭고 가까이 느낄 것이라는 기대로 이 기획에 참여했다. 고발성과 계몽성만 도드라진 소설이 아닌 생태감수성과 상상력, 장르적 재미기 풍부하게 살아있는 소설을 찾아내는 고된 작업이었다. 예를 들어 김중혁의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는 플라스틱 섬에서 표류하다 생환한 ‘조이’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바다에 투척한 온갖 해양쓰레기 덕분에 역설적으로 목숨을 구한 조이는 “지구의 내장에 플라스틱이 있다”는 고민을 반복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임솔아의 ‘신체 적출물’의 주인공 은하는 해외여행 중 사고로 발가락을 절단하게 된다. 간호사는 그 발가락이 담긴 유리병을 은하에게 준다. 은하는 발가락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공항직원은 발가락을 ‘감염성 폐기물’로 보고 소각처리 명령을 내린다. 시현의 ‘어스’는 인간의 사체가 오염 물질이 돼 지구로부터 거부당하는 미래를 그린다. 식수와 식량을 확보하고 안전한 물건을 사용하기 위해 인간은 더 많은 화학 물질을 필요로 했고, 그럴수록 지구의 더 많은 것이 오염됐다. 인간의 시체도 마찬가지다. 오염된 시체를 땅에 묻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됐지만, ‘쓰레기’가 되고 싶지 않은 안나는 연인에게 자신이 죽은 뒤 꼭 매장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 책은 ‘창비교육’이 출간하는 테마 소설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노동, 사랑, 재난을 주제로 한 전편들의 후속작이다. 신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