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수퍼히어로 영화 중 최초로 중국 전통무술을 구사하는 중국인 수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이 개봉했으나, 정작 중국에선 수입이 금지됐다. 그전에 디즈니가 만든 실사영화 ‘뮬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선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주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지만, 중국 언론은 수상 소식조차 차단했다. 이런저런 수많은 영화가 중국에서 공개되지 못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고, 어떤 이유는 창의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억지스럽다.
어쩌다 호기심을 못 참고, 꾸준히 만들어지는 최근 중국 영화를 찾아본다. 물론 여러 이유로 차마 끝까지 볼 순 없었지만, 이런 공통된 메시지가 느껴진다. ‘우리 인구만 14억인데, 해외시장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그냥 보여주고 싶은 대로 만들어서, 딴 나라 영화 못 보게 하면 어쩌겠어. 14억이 이거나 봐야지…’.
만리장성에서, 놀랍게도 멧 데이먼이, 어쩌자고 CG 괴물들과 싸우는 영화(‘그레이트 월’·2016)를 기어코 만들어버리기 전의, 장이머우(‘장예모’로 불러야 맛이 난다) 감독의 영화가 그리워진다. 가끔 의아한 작품도 있었지만 1988년 작 ‘붉은 수수밭’부터 2014년 작 ‘5일의 마중’까지 그는 정말 근사하고 강렬하며 깊은 여운이 남는 멋진 영화를 무수히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그의 영화를 보며 ‘저런 영화를 만들어야지’ 다짐했고, ‘이제는 뭐 방법도 없고’ 하며 신세 한탄하는 중국인 감독이 14억 중엔 반드시 있겠지. 어쩌면 꽤나 많겠지. 14억은 어마어마한 숫자니까. 그중 어쩌면, 전 세계 영화 팬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전성기 ‘장예모’ 감독을 훌쩍 뛰어넘는 빛나는 재능을 가진 천재들도 있겠지. 14억은 정말 온갖 경우의 수가 가능한 숫자니까.
중국 정부가 검열·규제를 맘껏 휘두르는 명분이야 나름 충분히 있겠지만,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겐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마 영화·드라마 쪽 한류는 어쩔 수 없이 이어질 듯하다. 허나 가끔은 국경을 뛰어넘는, 국경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재능에 맘껏 감탄하던 시절이 그립다. 여러 번 생각했는데, 역시 오늘 점심엔 짜장면을 먹어야겠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