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여느 해보다 길게 느껴질 수 있겠다. 코로나 백신 미접종, 거리두기 등의 이유로 가족도 못 만나고 집콕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TV 추석프로그램이나 무궁무진한 OTT 모두 좋은 ‘친구’지만 넷플릭스에 빠져 등한시해온 책을 한 두 권 읽는 건 더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마침 추석을 즈음해 나온 소설 두 권이 있어 소개한다. 무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한강의 신작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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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한강이 지난 7일 신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 |
■한강이 그린 제주 4·3의 상흔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지음/문학동네/1만4000원
- 맨부커상 수상 후 5년 만의 장편
- 4·3사건 실종 가족 찾는 투쟁기
-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보길”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을 받아 한국을 놀라게 한 한강의 새 장편. 채식주의자를 읽고 그 난해함과 추상성에 당황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서사에 집중한 한강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나보길 바란다. 5월 광주와 4·3 제주, 그리고 현재를 오가는 시공간적 배경으로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생존자의 고요하지만 처절한 투쟁을 다룬다. 그 자신도 폭력의 희생자로 트라우마에 짓눌려 살아가지만, 살아가는 한 그 투쟁을 멈출 수는 없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는 고향인 제주에서 목공일을 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로 내려가고, 폭설과 어둠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인선의 집에서 70년 전 제주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과 그에 얽힌 인선의 가족사를 알게 된다. 온 가족을 잃고 자신도 15년간 감옥에 갇혀야 했던 인선의 아버지와, 부모·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오빠는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채 언니와 둘이 남겨진 어머니. 자신의 생애를 오빠를 찾는데 바쳐온 어머니 정심의 간절함과 고통이 인선과 경하에게 스며든다.
바닥 없는 절망과 한 치 앞이 안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사람과 삶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도록 정심을 추동한 것은, 이를 핑계로라도 살아내기 위한 맹목적인 생존 의지일 뿐일까.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로 읽히기를 바란다는 한강 작가의 말로 그 의미를 곱씹어본다.
■하루 ‘순삭’ 히가시노 게이고
- 백조와 박쥐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양윤옥 옮김/현대문학/1만8000원
- 국내 ‘나미야 잡화점…’으로 유명
- 데뷔 35주년 作… 기발하고 치밀
일본 도쿄 해안 도로변에 주차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진 시체가 발견된다. 정의로운 국선 변호사로 이름난 시라이시 겐스케의 시신이다. 그가 원한을 사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주위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수사는 난항에 빠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 남자가 살인을 자백하며 사건이 해결된다. 게다가 그는 33년 전 일본을 떠들썩하게 한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도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 사건은 당시 체포된 다른 용의자가 결백을 주장하다가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만 접한 독자가 많지만 이 소설은 사실 그의 이력에서 무척 ‘예외적인’ 판타지물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걸출한 작품에서부터 이어지는 그의 단편 중편 장편들은 대부분 치밀하고도 기발한, 어두우면서도 유머가 있는 추리·스릴러물이다. 작가의 데뷔 35주년에 맞춰 나온 이번 장편 ‘백조와 박쥐’는 그의 ‘본령’이라고 할 만한 이런 특징이 잘 살아있다. 연휴 중 하루를 소설에 흠뻑 빠져서 보내기에 손색 없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