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그림
-이종암
백화점 지하 대중식당에서 늦은 점심 먹다가 보았다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 청년과 아직 볼이 발그레한
앳된 여자가 구석진 자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떡라면 먹는 여자를 바라보는 청년 잇바디가 다 드러나
있다 청년의 된장찌개도 나오자 그는 된장 속 두부 조각
을 얹은 하얀 쌀밥 만삭인 여자 입 속으로 쑤욱 밀어 넣는
다 제 입도 한껏 따라 벌어지며
아, 소리 없는 웃음으로 그려내는
저 둥근 그림!
시집 ‘몸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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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를 맞은 도시에 보름달이 떴다. 둥글고 환하다. 둥글고 환하다.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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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밤하늘에 둥근 그림 하나 차오르고 있다. 꺾이지 않는 코로나로 소중한 것이 멀어지거나 희미해진다. 그래도 때가 되면 다가오는 ‘우리가 되게 해준 것’들 중 하나인 명절 추석이다.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는 옛말로 순우리말이다. 음력 8월 15일로 8월 한가운데라는 뜻이며 달이 둥실 차오르는 풍성함이 함축된 절기이다.
이종암 시인의 ‘둥근 그림’은 ‘백화점 지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젊은 부부를 본 화자의 시선이다. ‘기름으로 얼룩진 작업복 청년과’ ‘떡라면 먹는 여자를 바라보는 청년’의 환한 표정은 사랑한다는 백 번의 말보다 눈부시지 않나, 자신의 ‘된장찌개도 나오자’ ‘된장 속 두부 조각을 얹은 하얀 쌀밥’을 여자 입 속으로 넣어주며 ‘제 입도 한껏 따라 벌어’진다.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만,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인 단면의 온도를 뭉클하게 짚어내는 시인의 가슴과 눈은 역시 위대하다는 생각이다. 시집의 해설을 쓴 김경복 평론가는 이종암 시의 의미를 ‘견자(見者)의 노래’라 압축했다.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를 견자의 시인(見者, Voyant)이라 했는데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실 저 너머의 세계를 함께 꿰뚫어보는 강열하고 예민한 투시력을 의미한다.
‘소리 없는 웃음으로 그려내는 저 둥근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견자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둥근 달을 가슴 가득 품는 한가위 되시길.김곳 시인